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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백성 싸움 붙이는 정부, 구경하는 지자체
서재원 공동추진위원장(무을면 무등리 대형축사건축반대추진위)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5월 26일(일) 16:21
목민심서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邑例者, 一邑之法也. 其不中理者, 修而守之.(읍례자는 일읍지법야니 기부중리자는 수이수지니라)
‘봉공 6조’의 내용으로 그 고을의 법인 읍례를 따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읍례라고 하는 것은 그 고을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니, 그중에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은 고쳐가지고 지키라는 말이 된다. 예부터 내려오는 관례에다가 뒷사람들이 변경하고 보탰는데, 그것이 결국은 백성을 괴롭히기에 알맞도록 고쳐놓았기에 다산은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살펴서 민정에 순응하는 법을 세우라고 말한다.

꽃샘추위가 시작될 때부터 우리마을은 소란에 휩싸였다. 50여 가구의 무등리는 남에게 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오순도순 살아가며 인구수도 줄어들지 않는,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하는 농촌이었다. 이런 조그만 마을 전면에 대형축사 네 곳이 들어서면서 생활에 변화가 온 것이다. 근 400~500마리의 소가 들어설 축사를 여기저기 짓는다는 소식에 마을주민들은 매일 모임을 가지고 왜 우리마을을 축산단지로 만들려고 하는지, 도대체 주민의 의사가 이렇게 무시당해도 되는지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흔히 얘기하는 지역이기주의와는 한 치도 닿지 않는 생존권의 문제인 것이다. 일단은 모두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실마리를 찾으며 하나씩 문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관련 기관을 방문하여 알아보니, 신축 신고를 받은 부서와 허가를 내어 준 부서가 달라 한 마을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모두 모아놓은 마을 지적도를 본 후에야 담당 공무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렇지만 이미 ‘법 규정에 맞게’ 허가가 난 것이므로 해결 방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대형축사를 건축하는 데 주민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허가요건도 문제이지만, 주민의 삶을 살피지 못한 행정부서 공무원들의 자세는 우리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삶터를 피폐하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함께 해결해보자는 말 한마디 없이, 주민을 위한 시청임을 자처하면서도 멀쩡한 마을을 망가뜨리는 이러한 행태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법’을 만든 이와 정부의 처사를 탓하기를 잊지 않는다. 그래 정부가 백성끼리 싸우도록 싸움을 붙였고, 우리 시청 공무원들은 죄(?)없는 구경꾼들이다. 그런데 구경을 할려면 끝까지 구경을 해줘야 한다. 축사를 짓겠다는 측과 그것을 막겠다는 측의 싸움, 정신적 신체적 충돌을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관전하고 피땀어린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백성을 지켜보는 목민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피하고 싶은게 싸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주장들은 공고해지고, 감정은 격해지며, 말리는 이들이 없으면 종국에는 양쪽이 모두 큰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정부의 근시안적인 농지정책이 발단임은 분명하나, 지자체에서 지혜롭게 이끌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자기지역 주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공무원의 본연의 임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 역시 구미시민 중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마을을 사랑하고, 구미라는 이름에 반사적으로 반응을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이번 일에 발 벗고 나서게 된 이유이다. 축사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이를 지켜보시던 어르신 한 분이 ‘우리 마을에는 사람이 없어.’란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은 나를 돌아보게 하였고 ‘나는 이 마을 사람이다.’란 생각에 새삼 내가 할 일을 찾은 것이다. 내가 이 마을 사람인 것처럼 관련 공무원 역시 구미시민임이 분명하다. 대형 국책사업은 별개로 치더라도, 주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개인적인 사업에 대하여 주민의 의견을 참고로 하지 않는 ‘허가’는 또 다른 ‘편견’일 뿐이다. 비록 주민의 생활에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사안일지라도 주민이 거부한다면 당연히 허가를 거두어야 할 텐데, 하물며 마을 사람을 떠나가게 하고 집값과 땅값을 떨어뜨리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대해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자신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서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터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대로 살아온 그들의 삶터를 파괴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으니까. 당장 코앞의 사태를 대충 마무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축 관련 대형축사 건축’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이 땅에 그냥 이대로 살고 싶은 주민의 소박한 염원’이 지켜질 수 있도록 주민을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도움은 못 주더라도 쪽박을 깨지는 말기를.
경북문화신문 기자  gm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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