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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금이의 『너도하늘말나리야』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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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비추어 보기를 통한 가족 결손의 상처 치유
-이금이의 『너도하늘말나리야』
‘너’와 ‘나’의 만남은 서로를 비추어 보는 거울일 수 있다. 각자는 자신을 못 보기에 상대를 거울삼아 비춰보게 된다.
이금이의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사춘기에 접어든 세 친구가 서로를 비추어 보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미르, 소희, 바우는 각각 성장 환경이 다르지만 ‘가정의 결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결손은 세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그들은 그 상처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지낸다. 상처에 대응하는 방법도 그들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세 아이가 앓고 있는 상처
이 작품의 제1부는 ‘미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르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헤어지고, 진료소장이 된 엄마를 따라 달밭마을로 이사 온다. 하지만 미르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달밭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반항과 불만을 가지고, 제 또래의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제2부는 ‘소희'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희는 지나치게 조숙하다. 소희는 매일 일기를 쓰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반성해 간다. 미르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미르가 마음을 열지 않아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소희는 미르가 자신처럼 외로운 아이임을 발견한다.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어서 그럴까. 서로 비추어 보기를 통한 이해라 할 수 있다.
제3부는 ‘바우'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사는 바우는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대화하고 싶은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는 ‘선택적 함구증’에 걸려 있다. 그렇지만 바우는 비록 독백일지언정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며, 자신을 늘 지켜봐 주는 소희와 깊은 교감을 나누고, 미르에게도 엄마 잃은 충격으로 말까지 잃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바우의 이런 마음의 변화는 자기 및 상대방 들여다보기를 통하여 획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4부는 세 아이 모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사는 미르 아빠의 재혼과 소희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세 아이는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세 아이는 차츰 가까워지고 다른 사람의 상처도 들여다보게 된다. 예컨대 마음의 문을 닫고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를 가득 세우고 누구도 가까이 오는 걸 꺼려하는 듯한’ 미르도 말문을 닫아버린 바우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아버지를 잃어버린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미르는 바우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아이로 변하게 하는 역할을 해 주고 싶어 했다.
작품에 드러난 상처 치유의 원리
이 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하늘말나리’는 7~8월에 당당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노란색을 띤 붉은색 꽃을 피운다. 이 소설에서는 바우가 소희를 닮았다고 본 꽃이다. 그래서 바우가 소희와 헤어질 때 하늘말나리를 그린 그림을 주었는데, 소희가 미르와 바우에게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하고 말했다. 세 아이 모두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것을 딛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어려운 환경에서도 꼿꼿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피어나는 그 꽃의 모습에 견주어 본 것이다.
이렇듯 내면의 아픔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만 갇혀 있던 세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면서 주위 사람들을 이해해 간다. 이런 과정을 종합해 보면 '교육이나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아이들을 치유한다.’는 원리의 작은 실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부모 결손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아이들은 부모와의 안정적 애착이 결여되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또래 관계의 형성이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나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또래 관계에서 신뢰감을 쌓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성교육과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리는 또한 ‘성격 강점’ 중의 하나인 ‘사회 지능’을 향상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서로 비추어 보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가족 결손이라는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또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비밀을 체험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이 소설 읽기를 통하여 또래 청소년들은 자신의 내면을 키우고, 주위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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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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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44~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