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자·데스크

안평대군(安平大君)의 묵묘신상권(墨妙神賞卷) 뒤에 쓰다

박용기 기자 / 입력 : 2012년 02월 15일
'조선시대의 서화평론' <24> 독립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 계곡 장유선생이 안평대군 비해당 이용의 묵묘신상권 글씨를 신익성씨가 보여주기에


보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탄하며 말하기를 너무나도 훌륭하여 그야말로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보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 라고 말했다. 예로부터 서법에 능하다고 일컬어진 자를 보면 모두가 서생으로서 고심한 끝에 그런 경지를 얻은 것이었고, 좋은 환경에서 생장한 자의 경우는 서법에 이름을 걸고 온통 그쪽에 정력을 쏟는다 하더라도 묘경에 제대로 나아간 적이 드문데 오직 안평대군은 왕자로 태어나 대군의 생활을 영위하였는데도 젊은 나이에 절묘한 서예의 경지를 보여 주며 천하에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감식하는 자가 한 번 슬쩍 눈을 지나치는 사이에 장난삼아 쓴 세 글자를 보고 서법이 묘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훤히 알았고, 중국에 알려지기만 해도 벌써 큰 행운이므로, 우리나라에 있어 전례 없는 영광이요 은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세종대왕께서 기뻐하신 나머지 사신에게 명하여 이 일을 노래로 서술하게 하였으니, 김종서ㆍ하륜ㆍ신숙주ㆍ정인지ㆍ서거정ㆍ최항ㆍ성삼문ㆍ박팽년ㆍ이개 같은 이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모두가 한 시대의 영걸들이므로 그들이 뚜렷이 부각되는 면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일월과도 빛을 다툴 만하니, 백대의 세월이 흐른다 한들 이와 같은 인물들을 다시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라고 기록했다.


 


-안평대군(安平大君)의 묵묘신상권(墨妙神賞卷) 후서(後序)-


이것은 예겸(倪謙)ㆍ사마순(司馬恂) 두 조사(詔使)가 안평대군(安平大君)에게 시를 증정하며 그 필적(筆跡)을 찬양한 것과 당시의 명인(名人)들이 지은 시와 문 약간 편(篇)을 잇따라 묶어 한 축(軸)으로 만든 것이다.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씨가 가지고 와서 보여 주기에 내가 열람하였는데 다 보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탄하며 말하기를 ‘너무나도 훌륭하여 그야말로 세상에서 보기 드문 보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은(殷) 나라의 상법(常法)이나 하(夏) 나라의 구정(九鼎)으로도 그 예스러움을 비유하기에 부족하고, 초(楚) 나라의 옥돌이나 수후(隋侯)의 구슬로도 그 보배스러움을 견주기에 부족하다.’ 하였다.


대체로 이 두루마리 속에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건대 특이하게 빼어난 점으로 네 가지를 들 수가 있다. 예로부터 서법(書法)에 능하다고 일컬어진 자를 보면 위로는 위(魏) 나라 종요(鍾繇)와 진(晉) 나라 왕희지(王羲之)로부터, 아래로 원(元) 나라 선우추(鮮于樞)와 조맹부(趙孟頫)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서생(書生)으로서 고심(苦心)한 끝에 그런 경지를 얻은 것이었고, 호귀(豪貴)한 환경에서 생장한 자의 경우는 서법에 이름을 걸고 온통 그쪽에 정력을 쏟는다 하더라도 묘경(妙境)에 제대로 나아간 적이 드물었다. 그런데 오직 안평대군(安平大君)으로 말하면 존귀(尊貴)하기만 한 출신으로서 왕자로 태어나 대군(大君)의 생활을 영위하였는데도 젊은 나이에 절묘한 서예의 경지를 보여 주며 천하에 독보적(獨步的)인 존재가 되었으니, 이것이 첫 번째 특이한 점이다.


서법은 원래 능통하기도 어렵지만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법이다. 옛날 당(唐) 나라 위징(魏徵)이 당(唐) 태종(太宗)의 글씨를 보고서 우세남(虞世南)이 쓴 과법(戈法)이라는 것을 알아챘는데, 이 경우는 유심히 살펴보고서 인지한 것인데도 오히려 감식안(鑑識眼)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런데 예겸(倪謙)은 한 번 슬쩍 눈을 지나치는 사이에 장난삼아 쓴 세 글자를 보고 서법이 묘경(妙境)에 이르렀다는 것을 훤히 알았으니, 이 감식안이야말로 천고(千古)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특이한 점이다.


해외(海外)의 기예에 훌륭한 것이 하나 있다 하더라도 중조(中朝)의 학사(學士)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만도 이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더구나 존엄한 천자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리고 천자에게 알려지기만 해도 벌써 큰 행운이라 할 것인데, 더군다나 아주 특별한 상을 내린 위에 이를 새겨 천하에 보여 주도록 까지 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는 참으로 지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서 우리나라에 있어 전례 없는 영광이요 은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세 번째 특이한 점이다.


세종대왕께서 이를 듣고 기뻐하신 나머지 사신(詞臣)에게 명하여 이 일을 노래로 서술하게 하였으니, 지금 이 두루마리 속에 보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훈업(勳業)을 이룬 김종서(金宗瑞)ㆍ하륜(河崙)ㆍ신숙주(申叔舟)ㆍ정인지(鄭麟趾)같은 이들, 문장(文章)으로 이름난 서거정(徐居正)ㆍ최항(崔恒) 같은 이들, 절의(節義)를 세운 성삼문(成三問)ㆍ박팽년(朴彭年)ㆍ이개(李塏) 같은 이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제공(諸公)이 처신한 것은 비록 같지 않다 하더라도 요컨대는 모두가 한 시대의 영걸(英傑)들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들이 뚜렷이 부각되는 면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일월(日月)과도 빛을 다툴 만하니, 백대(百代)의 세월이 흐른다 한들 이와 같은 인물들을 다시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하고 그들의 수적(手跡)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흰 비단 폭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니, 두루마리를 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외경심(畏敬心)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이 네 번째 특이한 점이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건대 조선(朝鮮)에 있어서 바로 이때야말로 문채(文采)가 빛나며 태평(太平)을 구가하던 전성기였다고 할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신령스럽고 거룩한 자질을 지니시고, 위에 임하고 계신 상황에서 궁정(宮庭) 안에는 안평대군(安平大君)과 같은 아들이 있었고 조정 반열에는 제공(諸公)과 같은 신하들이 늘어서 있었기에 필묵(筆墨)으로 유희(游戱)하는 즈음에서조차 중국에 빛을 뿌리며 온 누리에 전해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아, 어찌 성대한 일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보배로 여겨지는 묵적(墨跡)이 천하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네 가지나 특이한 점을 갖고 있는 묵적은 온 세상을 찾아보아도 얻기가 어려울 것인데, 말학(末學) 추생(鯫生)이 또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운이라 하겠는가. 두루마리 첫머리에 ‘비해당 묵묘신상권(匪懈堂墨妙神賞卷)’이라 표기하고 이렇게 써서 돌려주는 바이다.


 


 


 



박용기 기자 / 입력 : 2012년 02월 15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인터뷰]“구미의 명품 멜론 디저트로 세계를 사로잡겠다”..
`제2의 애니콜 신화 쓴다` 구미시, 삼성투자 구체화에 `로봇 TF` 본격 가동`..
6억 들인 구미 다온숲 축제, 볼거리는 어디에?..
‘2026년 신활력 사업’ 액션그룹 7기 1단계 모집… 팀당 최대 4,800만 원 지원..
구미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첫 회의...2027년도 예산 편성..
강승수 구미시의회 의장 ˝시민에게 인정받는 `일 잘하는 강한 의회` 만들 것˝..
구미시, 삼성 19조 투자 발맞춰 AI 인재 1,000명 키운다..
구미대, ‘2026 전국 고교생 게임아트·웹툰 공모전’ 개최..
상주시, 민선9기 시정구호·5대 시정방침 발표..
김장호 구미시장, 민선 9기 경제·정주·공간혁신 본격 시동..
최신댓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구미에 이런 오랜 역사가 있었군요. 취재에 고생하셨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이 구미에서... 와우~. 관람료도 적당히 책정했군요. 정말 구미에서 만나기 쉽지 않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가보고 싶군요. 강추!!
구미는 별천지군요.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관련 기사인가? 하다가 보니... 구미시 의회로군요. 전국구에서 힘 못 쓰고 구미에서 '안방 여포' 하려는건지. 시의회가 어찌... 에휴.
오폐라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은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오페라의 전편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구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공연입니다. 강추!!
대통령과 악수하는데 이철우 도지사가 뒷짐지고 악수하데. 주려던 떡도 도로 거두겠다.
너거들이 무능한게 아니고?
국가산단 경쟁력 강화와 지역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KTX 구미역 정차? 나같으면 "구미 오시느라 오래걸려서 고생하셨을 겁니다. 기업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출장 다닐 때 이렇게 교통 시간이 많이 걸리니 불편할 뿐 아니라 산업경쟁럭도 악화됩니다. 해외법인이나 글로벌 파트너사에 시간을 다투는 출장가려고 인천공항에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랬을 것 같다. 말에는 초점이 있어야한다. 정주여건이야 그냥 시장이 알아서 하거나 경북지사와 얘기해도 될 일.
근대 그때 다부동 방어선 있고 가산 대구 방향은 국군, 유엔군 지역이고 구미 선산 왜관은 북한군 점령지이고 다부동 진출의 교두보인데 후방폭격은 당연함
일본어 이동네주위에4~5십년거주한시닌으로서금리단길은금오산가는도중길이어서상권형성에어려룸이많을것같네요
오피니언
과거 회색빛 쓰레기 매립장 ‘도심 속 정원’으..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한우충동(汗牛充棟)汗 : 땀 한, 牛 : 소.. 
매일 걷는 공원길,보도블록 구멍마다 삐죽삐죽 ..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