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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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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유별나게 똑똑한 채 하고 매사에 별난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좌중을 주도하는 그런 부류들을 만나게 되면 어지간한 사람은 주눅이 들거나 마음이 불편해 대화에 낄 생각마저 잃게 된다. 하지만 넘침이 미학인 것은 아닌가 싶다.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는 공자의 제자 자공이 어느 날 스승에게 이렇게 물었다.
“스승님 자장과 자하 두 사람 중 누가 더 낫습니까?”그러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자공은 한도(限度)를 생각했다. 그래서 미치지 못한 것보다 지나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자장이 더 낫겠습니까?”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래서 생겨난 말이 <과유불급 過猶不及> 이었다.
공자가 남긴 어록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 고사 성어는 자장이 재주가 높고 뜻이 넓었으며 구차히 어려운 일을 하기 좋아 했으므로 항상 중도에 지나쳤다. 반면 자하는 독실하게 믿고 도(道)를 지켰으나 규모가 협소 했으므로 항상 미치지 못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공자는 이 둘을 비교하면서 누가 더 나을 것이 없이 똑같이 단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던 것이다. 즉 허용치를 감안했던 것이다.
자장이나 자하 둘 다 허용된 범위에 들지 못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한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뛰어난 사람의 지나침이 어리석은 자의 부족함 보다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두 쪽 다 중도를 잃음으로써 중용(中庸)을 벋어나게 된다. 유가(儒家)에서 도(道)란 중용(中庸)을 극치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자기 표현시대, 즉 “자기 PR시대”라고 한다. 있는 재주 없는 재주를 내세워 자신을 치장하기 바쁘다. “나 가수다”라는 프로를 비롯한 오디션 열풍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 프로에서는 어눌하게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점잖은 체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이라는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포장에 더 치중한다.
“소위 튀는 자 만이 살아남는 시대”라는 점을 증빙해 주고 있다.
지나친 것보다 조금은 모자라서 유용한 물건으로 계영배(戒盈盃)가 있다. 술이나 물이 잔의 70-80%를 넘으면 밑으로 모두 빠져나가도록 제작된 특수한 잔이 바로 계영배이다.
중국의 제나라 환공은 늘 이 그릇을 의기(儀器)라고 하면서 곁에 두고 과욕과 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유좌지기(有坐之器)”라 했다.
계영배는 “가득 참을 경계 한다”는 것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술 뿐 만 아니라 권력과 재산축재 등 다방면에 걸쳐 넘치는 욕심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할 때 널리 인용된다.
신비한 잔으로 관심을 모았던 계영배는 조선시대 실학자 하백원 과 도공 우명옥이 만들었다고 한다. 잔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학 바로 그 자체이다. 잔 한가운데 기둥 같은 관(管)을 만들어 기압 차 와 중력을 이용해 술이나 물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관을 통해 모두 빠져나가는 “사이펀(Siphon)의 원리”를 이용했다. 오늘날 사용되는 수세식 변기의 원리도 이와 같은 것이다.
계영배는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에서 조선시대 의주의 거상 임상옥(1779-1855)과의 얽힌 얘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소개돼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중국과 인삼 무역을 하던 임상옥이 변무사를 수행해 청나라를 갔을 당시 북경 상인들은 인삼 불매동맹을 맺고 가격 폭락을 유도했다. 하지만 그는 불매동맹을 교묘히 깨트린 후 인삼을 원가의 수십 배에 내다 팔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후 임상옥은 계영배를 곁에 두고 넘침을 경계하며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단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재물은 흐르는 물과 같다.”며 나눔을 실천해 갔다.
많은 돈을 모았지만 주변에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창고를 열었는가 하면 흉년이 들면 굶는 백성을 위해 많은 재산을 내놓았다.
결국 그는 기민(饑民)과 수재민을 구제한 공으로 1832년 순조32년에 곽산군수직을 제수 받기에 이른다. 후에 구성부사(龜城府使)에 발탁되기까지 했으나 비변사의 논척을 받고 사퇴한 후 말년에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 놓아 빈민구제와 함께 시와 술로 여생을 보내는 상인의 정도를 보여 주었다.
넘치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산다는 것 참으로 힘든 일이다. 재산과 권력 등은 인간의 본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없는 재물로 말미암아 패가망신한 사례는 주위에 참으로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로또 복권이다.
갑자기 굴러온 재산 때문에 평정 심을 잃고, 못다 한 한을 풀기라도 하 듯이 흥청망청 탕진을 한다. 심지어는 평생을 함께 동거 동락해온 조강지처까지 버리는 패륜을 범한다. 이처럼 돈이면 모든 행복을 담보할 줄 알았던 인생이 분에 넘치는 돈벼락으로 인해 나락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정치가 요동치는 선거철이 닥아 왔다. 그동안 출마를 준비하며 때를 기다린 후보도 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인사들이 갑자기 출마 기자회견을 한 후에는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명함을 돌리며 동분서주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며 국정을 감시하는 기능과 의무를 갖고 있다. 따라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지역의 대표로서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미래를 읽는 통찰력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을 겸비하였다면 첨상금화가 아닐 수 없다.
주민의 기대와 바램 이 큰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많은 인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나름대로 출마의 당위성과 공약을 내놓지만 그 이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 국민을 대의할 지도자의 자질이 되는지를 스스로 뒤돌아보아야 한다.
넘침도 경계해야 하지만 부족함도 경계해야 한다. 재력이나 권력 모두 자신의 그릇에 맞아야 한다. 분수를 알고 자신을 아는 것 또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아는 것이 현명한 것이지 모든 게 끝난 후에 아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