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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꾀꼴 꾀골 딱 딱„

심 옥이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03월 21일
작가 심옥이
ⓒ 경북문화신문

오늘은 반장선거 날입니다.


전교생이 43명인 우리 학교는 시골 면 소재지에 있는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도시 사람들이 우리 학교 옆을 지나면서 학교가 아니라 예쁜 빌라 같다고 한답니다. 낡은 건물을 허물고 2층으로 작년에 새로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우리학교 방과 후 교실입니다.


영어 한자 미술 심지어 무용까지 외부 강사님들이 오셔서 지도해 주신답니다.


돌봄 선생님도 계시고 저녁밥도 학교식당에서 먹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께서 ‘시골학교는 참 천국이구나!’ 하셨습니다.


길가 풀 섶에서 초록빛 함성이 들립니다.


운동화에 아침 이슬을 묻히면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구름처럼 가볍습니다.


 


나 하윤이는 지난겨울 5학년 되기 전 이곳으로 전학을 왔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도시의 사교육에서 해방시켜 준다는 아빠 엄마의 큰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영어학원 공부방까지,


내가 여러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나의 돌잔치 때 돌상에 놓인 마이크, 책, 청진기, 돈 중에서 내가 잡은 것이 마이크였는데, 마이크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신 아빠는 공부를 못하면 아나운서가 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나운서가 된다는 생각보다 부모님께 순종하고 싶었습니다. 아빠엄마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니까요.


지난겨울 방학 때 아빠엄마는 나를 외갓집에 데려다 놓고 가셨습니다. 방학 끝 날 무렵 오셔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밤이 늦도록 무슨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서


“하윤아 너 외갓집에서 학교 다닐래?„ 하고 물으셨습니다.


나는 몇 초의 생각도 없이 “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빠는 한참동안 침묵하셨습니다. 그때 왜 아빠가 침묵하셨는지를 내가 전학 후 할머니께 들어서 알게 됐습니다. 아빠는 내가 싫다 하기를 바라고 물으셨는데 아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응 이라고 대답하여 무척이나 섭섭했다고 하셨답니다. 아빠께서 학원이 없는 시골로 나를 보내신다는 결심은 대단한 각오셨습니다.


학원에 다녀야 공부 잘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신앙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할아버지께 거듭 들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반은 총인원이 8명입니다. 남자 아이가 5명 여자 아이가 3명입니다. 내가 이 학교로 전학 오기 전에는 남자 아이가 배나 많아서 모든 것이 남자아이들의 놀이로 이루어 졌답니다. 내가 오고 나서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때로는 여자아이들 위주의 놀이가 일어나곤 한답니다. 전에는 남자 아이들이 축구나 농구를 했지만 지금은 고무줄 땅따먹기 술래잡기 공기놀이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 아이가 반장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투표를 하면 늘 남자 아이들끼리 담합하여 여자 아이는 울고 했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선생님께서 다음 월요일 반장선거를 한다는 발표가 있자 우리 반 분위기는 하나마나 누구누구가 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여자 아이는 꿈도 꾸지 말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당히 반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학교로 전학 오기 전까지 1학년 때부터 계속 반장을 해 왔었고 또 여자 아이는 반장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바꾸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반장을 할 때 선생님께 순종하며 모범을 보였습니다. 힘이 약한 아이들도 잘 보호해주었습니다. 반장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고 교장선생님께서 표창장도 주셨습니다.


 


월요일에 반장을 뽑겠다는 선생님의 발표가 있었던 그 다음날부터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아버지가 군청 무슨 과장으로 계신다는 남자 아이 김영욱이가 “내가반장으로 당선되면 피자를 돌리고 콜팝을 쏘겠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영욱이가 이미 반장이 된 듯 피자나 콜팝 생각을 하며 침을 흘리고 다녔습니다. 공부는 그저 그렇고 용맹하기만한 항우장사 한민식도 “내가 당선되면 학교 옆 개울에 은빛 모래를 설탕으로 만들어 맨 날 달고나를 만들어 주겠다.„ 고 허풍을 떨고 다녔습니다.


 


저녁노을은 서산에서 넘실거립니다.


한없는 사랑의 얼굴로 내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숲에서 불어오는 생 바람이 얼굴을 살살 간지럽니다.


할머니께서 뒷골 텃밭의 봄나물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오셨습니다. 붉은 노을도 함께 가득 담아 대문으로 들어오시면서 “하윤아 재인이 경아 왔다.„ 하셨습니다.


재인이와 경아는 나를 보자 좋은 소식이라면서


“영욱이와 민식이가 그러는데 하윤아 네가 이전 학교에서 모범학생이고 공부도 잘해 교장선생님께서 특별히 본보기로 너를 우리학교에 보내셨다는데 맞아?„


나는 아니라고 펄쩍 뛰면서 문득 언젠가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옛날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재인이와 경아를 쪽마루에 앉게 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까치가 알을 까서 새끼를 품고 있었는데 까치 옆집에는 솔개가 살고 있었데요. 솔개는 꽁지깃이 제비처럼 교차되어 공중에서 날개를 편 채로 맴돌며 먹이를 노리는데 한번 나꿔 체이면 벗어 날수 없고 꿩이나 닭도 잡아먹는데요. 까치는 자신이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솔개가 새끼를 잡아먹을 까봐 꼼짝도 못하고 솔개가 어디로 가기만 바라고 있었데요.


한편 솔개도 까치가 집에서 나가기만 하면 까치새끼를 잡아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까치가 통 나가질 않잖아. 어느 날 까치가 보니까 솔개가 땅에 돌아다니면서 마른 풀만 뜯어 먹고 있더래요. 생풀도 많은데 마른 풀만 골라 뜯어 먹고 있으니 하도 이상해 솔개에게 물었단다.


“솔개야 어째서 생풀은 안 뜯어 먹고 마른 풀만 뜯어 먹니?„하고 묻자


솔개는 음성을 예쁘게 꾸며 친절하게 대답했데요.


“생풀은 살아 있는 것인데 어떻게 살아있는 것을 뜯어 먹을 수 있니? 그러면 얼마나 풀이 아프겠니? 마른 풀은 죽었으니까 생명이 없고 아프지도 않을 테니 마른 풀만 먹는 거란다. 왜 그래?„


이 말을 들은 까치는 무척 안심이 되었데요.


“저 솔개 참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졌구나! 내가 공연히 오해 했어!„


솔개에게 미안해하면서 까치는 새끼를 두고 먹이를 구하러 갔데요.


까치는 여러 가지 벌레를 입 안 가득 물고 새끼의 벌린 입을 생각하며 숨 가쁘게 돌아오는데 아 글쎄 솔개가 까치 새끼를 맛있게 잡아먹고 있지 않겠니? 기가 막혀 까치는 물고 있던 먹이도 잊은 채 날개를 퍼덕이며 깍깍깍 깍깍깍 찢어지게 울었데.


영욱이와 민식이가 나를 과장되게 칭찬한다는 말이 솔개가 거짓으로 마른 풀을 먹듯이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솔개 이야기가 생각났었나 봅니다.


재인이와 경아는 재미있다고 다른 이야기도 해달라고 하면서 불쌍한 까치를 염려하며 돌아갔습니다.


 


일요일 아침 예배당에서 주일학교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재인이와 경아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욱이가 너 욕하고 다닌데.„


“민식이는 장난감을 돌리고 자기편을 만들려고 온갖 수작을 다 부린데.„


나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마음이 편안 했습니다.


“하윤아 네가 이전 학교에서 잘난 체 해서 왕따 당해 우리 학교에 왔어?„


경아 자신도 그 말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이전 학교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은 아이가 없었습니다. 친구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쬐금 양보한 것 뿐 이었었는데 나를 시기하지도 않고 좋아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메일을 주고받는 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반장 선거가 끝나면 새로 만난 우리 반 아이들과도 고루고루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 반장선거도 기권해야겠다고...


저녁을 먹으면서 할머니께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 내일 반장 선거에 나가지 않을까봐!„


“왜? 무슨 일 있어?„


할머니는 엄마가 초등학교 6년 동안 반장을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엄마를 제일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이야기를 또 하셨습니다.


엄마가 유치원 때 남자아이에게 맞고 왔 길래 할머니께서 ‘너도 한 대 때리지 맞고만 왔어?’하셨는데 엄마가 ‘내가 때리면 그 아이가 또 때리고 내가 때리면 그 아이가 또 때릴 테니 내가 참아야 끝나기 때문에 참았어!’ 했답니다.


나는 반장선거에 기권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생각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반장선거에 나선 아이들이 차례로 나와서 반장이 되면 연필각기를 내 놓겠다 자기 필통을 아무나 사용해도 좋다 햄버그를 쏘겠다. 반의 굿은 일은 맡아서하겠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싶은 것은 다 늘어놓았습니다.


나는 영욱이와 민식이 얼굴을 보면서 반장 출마 기권하겠다고 하려는 순간 할머니의 얼굴이 또 생각나 결국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여러분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급을 잘 돌보겠습니다.„ 하고 간단한 인사말만 했습니다.


선생님이 투표용지를 한 장씩 나눠 주시면서 “모두 눈을 감아!„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옛날이야기를 해주시는 겁니다.


 


옛날 임금님이 나라 민심을 살피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평복 차림으로 두루 다니고 있었어요. 어느 마을에 아주 작은 오두막집이 있었는데 그 집문 앞에 ‘나는 긴 봄날 개구리 두 마리가 없는 것을 탄식한다.’ 라는 글귀가 적혀 있더래요. 임금님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주인을 찾아 들어갔답니다. 임금님은 길가는 나그네라 하고 하룻밤을 묵게 되었대요. 방안에는 책이 많이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그 젊은 사람에게


“글을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어째서 과거는 안 보는가?„ 하고 묻자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여 살림살이가 말이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였답니다.


“특별과거가 있다는데 응시하지 그러는가?„


“저는 이제 과거를 보지 않을 작정입니다.„


임금님은 무슨 사연이 있구나 싶어 문에 붙은 글귀의 뜻을 물었습니다. 젊은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꾀꼬리와 딱따구리의 노래시합이었습니다.


“꾀꼬리와 딱따구리가 서로 노래를 잘한다고 다투었습니다. 결판이 나지 않자 부엉이 한데 판결을 받기로 했습니다. 딱따구리는 집에 돌아와서 목이 쉬도록 딱딱거리며 연습을 했습니다. 아무리 연습해도 꾀꼬리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질 것 같았습니다. 딱따구리는 궁리 끝에 부엉이가 좋아하는 개구리 두 마리를 잡아서 부엉이에게 갔다 바쳤습니다. 부엉이는 얼씨구 하고 개구리를 먹어 치웠습니다.


다음날 노래시합이 시작 되었습니다. 딱따구리는 딱 딱 딱 하고 꾀꼬리는 꾀꼴꾀꼴하고 불렀습니다. 부엉이는 고민을 했습니다. 노래는 꾀꼬리가 잘 부르는데 딱따구리한데 개구리 두 마리를 받아먹었으니 사실대로 말하면 딱따구리가 개구리 두 마리를 줬는데 어쩌구 할 테고...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딱따구리가 잘한다고 거짓 판결을 내리고 부엉이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꾀꼬리가 지고 말았습니다. 뒷날 꾀꼬리는 개구리 두 마리 때문에 자신이 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긴 봄날 개구리 두 마리가 없는 것을 탄식한다.„ 했답니다.


선생님께서 큰 목소리로 “지금부터 투표 시작„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반 아이들은 투표는 할 생각을 않고 “그 다음은 요?„하고 외쳤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화에 견디지 못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꾀꼬리와 딱따구리 이야기를 듣고 난 임금님은 과거를 꼭 보라고 했답니다. 젊은이는 평복 차림의 임금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만 나그네의 성의가 고맙구나 생각하며 과거장에 갔답니다. 명제를 보니 ‘나는 긴 봄날 개구리 두 마리가 없는 것을 탄식한다.’는 문구로 글을 지으라는 것이 아닙니까? 다른 사람들은 이 문구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그 젊은이는 단번에 글을 지어 장원급제하였답니다.


 


드디어 투표를 마치자 선생님께서 개표를 하셨습니다.


“김영욱 한 표„라는 선생님의 개표 소리를 들으면서


눈을 감고 “외할머니 엄마 미안해„하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집에 가면 외할머니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가슴이 답답해져왔습니다.


와 와 하는 반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함성 속에 선생님의 고함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하윤 앞으로 안 나오고 뭐해!„


순간 선생님의 환한 얼굴이 크게 다가 왔습니다. “이하윤이가 7:1로 우리 반 반장으로 당선 되었습니다„ 고 선포하셨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선생님 앞으로 나가면서 칠판을 보았습니다. 내 이름 밑에 일곱 개의 작대기가 그어져있었습니다.


나는 분명히 김영욱이 이름을 적어 내었는데...


▶저자소개 / 1999년 월간 아동문학 등단, 동시집<새벽 두레박> / 연락처:010-3819-1379


 


 



심 옥이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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