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선거 때가 되면 여야 간에 민심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표로 나타나는 민심의 소재가 당락을 결정 짓기 때문이다. 선거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엄청난 역풍을 맞기 때문이다.
과거, 봉건 왕조시대이거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현재이거나 간에 민심의 소재를 발로 알고 또한 그 뜻에 따르면 어려움이 없다.민초는 너무나 연약하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휩쓸리고 밟히면 무참하게 뭉개진다. 하지만 화려하거나 돋보이지도 않은 채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는 민초는 분노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민초의 힘을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1894년 전라도 고부에서 일어난 “동학농민 봉기”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동학 교주 최재우의 신원운동이 무산되고 당시 고부군수 조병갑의 가렴주구에 분노한 동학교도와 농민이 함께 한 봉기는 조선조 최초의 토지 재분배와 노비 제 철패 등 기존의 봉건제 타파를 부르짖은 의미 있는 농민운동이었다.
전주성까지 점령한 1차 봉기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를 보이면서 조정을 놀라게 했고, 결국 외세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무기력한 조정이 일본과 청나라에 개입을 요청하자,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입국한 일본은 경복궁을 점령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동학군은 2차 봉기를 감행했다.
결국 외세개입으로 실패한 민초들의 봉기였던 동학농민 운동에는 남다른 의미가 부여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반란은 권력으로부터 소외를 받은 일부 집단의 반란 성격을 지닌 반면 동학농민운동은 소외받던 농민과 동학교도들이 일으킨 민중 봉기였다. 성난 민심의 바다가 용트림을 했던 것이다. 이후, 동학농민운동은 갑오개혁의 단초가 되었고, 민중들의 외세배격 정신은 일본 침략에 항거하는 의병활동으로 이어져 나갔다.
중국 역사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
중국 진나라의 폭정에 항거하기 위해 최초로 민중봉기를 일으킨 사람은 부역자였던 “진승과 오광”이었다. 이들은 가혹한 세정과 노역에 불만을 품은 농민 들을 선동해 농기구를 버리고 대신 창과 칼을 앞세워 진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당시 중국에는 정착을 하지 못한 유민(遊民)이 매우 많았다. 누가 통치하든지간에 관심이 없던 유민들은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전투 중 공을 세울 경우 관직과 토지를 보상 받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반란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요동치는 세파의 한 가운데서 진나라와의 싸움을 통해 최후 승리를 거둔 이는 유방이었다.그는 진나라 수도 함양을 점령했을 때 궁궐의 진귀한 보화와 재물에 손대지 않고 봉인을 한 후 철수 했다. 또 그동안 진나라의 가혹하고 번잡한 법을 모두 폐기하고 “약법삼장(約法三章)”이라는 단, 세 가지 법률만 공포해 백성들의 민심을 얻었다.
그러나 뒤이어 함양에 도착한 항우는 진나라 왕을 처형한 후 궁궐의 모든 보물을 약탈하고 아방궁에 불을 질렀다. 기록에는 “아방궁이 석 달 동안 불탔다.”고 했으니, 그 만행은 심각할 정도였다. 결국 항우는 역사 밖으로 사라져야 했고, 백성의 민심을 얻은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이뤘던 것이다.
민심의 편에 서면 편한 법이다. 따라서 민심을 얻어야 만사형통이 된다는 통치의 법칙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통치자가 처음에는 민심을 중요시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초심을 잃고 민심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성악설을 주장한 중국의 순자(荀子)의 노나라 애공 편에는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子舟也 庶人者水也)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라는 뜻이다. 그리고 “임금께서 이것으로서 위태로움을 생각하시면 위태로움이 장차 이르지 않습니다.” 라고 했다.
잔잔한 물에 배를 띄우면 한없이 평화롭지만 성난 파도에 배를 띄우면 배가 뒤집히기 십상이다. 물은 민심인 것이다. 잔잔한 물이 성난파도로 변하면 순항할리 만무한 법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물결이 요동칠 태세다. 각 정당과 출마자들은 여론인 민심과 표심을 잡기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향후 4. 5년 간 대한민국의 권력을 담당할 정치세력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민의를 대변하는 선거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유권자들의 정서와 욕구를 반영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치러진 역대 선거에 미루어보면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시대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집약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60-70년대 산업화과정을 거쳐 6월 항쟁 이후에 치러진 1987년 대선은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였고, 문민화와 여야정권 교체를 거쳐 치러진 2002년에는 정치개혁과 참여가 중요 쟁점이었다. 이어 2007년 치러진 선거는 성장이 쟁점의 핵심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 해 선거에서는 어떠한 시대정신을 요구할 것인가?
이미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공정한 분배와 양극화의 극복이 그 핵심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민심의 바람이 바로 그 것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에 따라 물은 심술을 부린다. 변덕을 부리는 물의 성질을 잘 이용하는 자는 순풍에 돛 단 듯 가지만, 거대한 민심이라는 물에 맞서는 자는 뒤집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