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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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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에는 서열의 법칙이 존재한다. 어떤 무리를 보더라도 이끄는 자와 이끌려 가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영장류인 인간의 눈부신 진화의 이면에는 탁월한 지도자를 선택해온 지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도자에게 너무나 많은 권력을 준 것이 화근이 되어 독점화된 권력을 되 찾아오기 위해 숱한 생명이 희생되고 했다. 어떤 시대, 어느 조직이거나 간에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은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나라가 국난의 위기에 섰거나 국운성장기 이건 간에 그 중심에는 반드시 뛰어난 지도자가 존재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2012년은 두 번의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들이 탄생하는 해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준비된 리더임을 자처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만 대중들이 그들에 대해 진정한 리더십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치판뿐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기타 조직의 경우에도 유능한 리더를 영입해 조직을 반석위에 올려놓았는가 하면 무능한 리더의 오판 때문에 하루아침에 파산하는 기업을 보아왔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공자는 지도자의 자질을 이렇게 표현했다. “군주는 사발과 같고 백성은 물과 같아 사발이 네모지면 물도 네모지게 되고, 사발이 둥글면 물도 둥글게 된다.” 후한 때 제갈 량이 죽으면서 후주 유선에게 꼭 읽도록 권한 책이 ‘한비자’였다. 그 책 속에는 군주가 실권을 갖고 신하들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통치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라 부르는 한비(韓非)는 “군주에게는 권력이라는 큰 힘이 있다. 한 자 밖에 안 되는 나무라도 높은 산 위에 서 있으면 천 길의 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신하를 통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라고 했다. 결국 군주는 벼슬자리와 작위를 팔고, 신하는 지혜와 재능을 파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한비는 지도자 핵심덕목을 인재 등용으로부터 찾았다. 나라를 다스리고 기업을 경영할 때는 모든 일을 리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즉, 사람이 경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편 사람 욕심을 내는 지도자는 부하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대신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마당을 열어놓고 인재가 모여들도록 해야 한다. 한비는 “삼류군주는 자신의 능력을 쓰고, 이류 군주는 남의 힘을 쓰며, 일류군주는 남의 머리를 쓴다.”고 했다.
한 사람이 짜낼 수 있는 지혜는 늘 한계가 있다. 잘된 조직 속에 있는 여러 사람의 머리를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체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자기 머리를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작은 조직에서는 통하지만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 넓고 큰 조직에서는 통하질 않는다.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부터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발견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똑똑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려 들거나 논쟁을 벌여 상대방을 꺾으려 든다. 더 나아가 권력을 쥔 사람이 경계해야 하는 가장 심각한 혼동은 권력과 능력을 동일시하는 착각이다.
타인의 말을 잘 듣는 건 예술이다. 상대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가장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가 회의를 주재하며 경청대신 논쟁을 일삼는다면 감히 그와 대적하려고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되면 회의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웅변하는 자리가 된다. 서양 속담에 “침묵은 바보를 천재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올리버 웬델 홈즈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라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모 회장은 인재사랑이 각별하다. 천재 한 명이 수 십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면서 “사장보다 두 세배 더 많은 연봉을 받을 만한 핵심인재를 영입하라” 고 주문했다. 한편 그 회사의 회장은 몸이 매우 부자유스럽고 달변과는 거리가 멀다. 평소 과묵한 편에 속하며 기업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은둔 형 리더이다. 그러나 필요한 시기에 어눌하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기도 한다.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통찰력과 본질을 꿰뚫는 깊은 성찰이 없으면 불가능해 보인다. 비범한 리더는 존경을 넘어 두렵기 까지 하다.
전직 대통령 중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을 빌릴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이가 있었다. 그 분은 남의 머리를 너무 빌려서 탈이 났다. 또한 재임 중 칼국수를 좋아해서 청와대 만찬 때 국수가 자주 나왔다. 그러자 눈치 빠른 자들은 칼국수에 자신의 입맛을 맞추었다. 또 대통령이 특정 교회 장로라고 알려지자 정치적인 소망을 가진 자들이 그 교회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기도 했다. 한비는 “군주는 자기가 바라는 바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군주가 만약 그 바라는 것을 들어 내여 보이면 신하들은 장차 거기에 깎아 맞추려고 들 것이다”라고 얘기 하면서 그 폐단을 예견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 도덕성, 원칙과 신뢰 등 모든 조건을 갖춘 지도자에게도 외롭고 괴로운 순간이 바로 결단을 내려할 때이다. 리더의 마지막 결단은 무한 책임이 수반되는 고독한 길이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을 가진 지도자라 할지라도 그 책임마저 남에게 떠넘길 수 는 없는 것이 아닌가. 지도자의 존재이유는 최후의 의사결정에 있다. 지도자는 결핍과 위기의 상황에서 탄생한다고 한다. 결핍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뛰어난 지도자를 더 필요하게 된다.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지도자 보다는 위대한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