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자·데스크

소셜닥터 최중근의 문화칼럼 /세금 없는 부의 세습, 사회환원

최중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14일
탑정형외과 원장, 수필가

 


 


한 때 부의 대물림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사회 제도들이 완비되면서 차츰 변화가 생겨났다. 상속세법은 보다 엄격해 졌고,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부의 대물림은 중대한 결격사유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긍정적인 신호이며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다.


 


부가 세습되는 사회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미국은 부의 사회 환원 전통이 자연스럽게 뿌리 내린 곳이다. 미국의 부자들은 부를 자식에게 대물림하기보다 가문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당장에 자식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는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잘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 워런 버핏은 그나마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조차 만들지 않고 빌 게이츠 재단에 전 재산을 몽땅 기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미국 부자들의 사회 환원 전통은 록펠러에서부터 정립됐다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록펠러는 독점을 통한 기업 확장으로 갑부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다. 기업경영에서 있어서는 솔직히 존경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그가 훌륭한 부자로 기억되는 건 재산 환원의 전통을 세웠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록펠러 재단 만큼이나 유명한 카네기 재단 역시 그 주인공 철강왕 카네기는 교육과 국제평화를 위해 아낌없이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사회 환원을 통해 전 세계의 귀감이 되었다.


 


부자들이 사회로부터 모은 재산을 다시금 사회에 환원하는 데서 자본주의의 한계가 보완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 환원을 실천할 때 이를 통해 양극화가 고착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계층 간의 갈등도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부자들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 한 연구소가 내놓은 한국 부자들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았는데, 우리나라 부자들이 부자가 되기까지는 부동산 재테크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땀 흘려 일을 해 부를 일궈낸 부자들보다는 1988년 전후로 부동산 값이 오르면서 졸지에 부자가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부자들의 소명감이 떨어지고 재산의 사회 환원 역시 소원한 일이 되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들은 최근 2년 연속 20%대가 증가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 중 50대 이상의 경우, 부모 지원으로 부자가 된 경우가 8.5%에 그친 반면, 49세 이하는 부모덕에 재산을 축적한 비율이 23.4%에 달했다. 즉 아랫세대로 내려갈수록 본인의 노력보다는 상속이나 증여 등을 통해 부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2004년 정부는 이와 같은 부자들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 부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들은 이내 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특수 관계의 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라는 방법으로 합법적으로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최근 정부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국세청, 공정위 등과 함께 고강도 칼날을 겨눈 것이다. 당연히 기업들의 반발은 크다. 일감 몰아주기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며, 규모의 경제를 위한 효율성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학계의 비판도 만만치 않고 위헌 가능성이 적지 않아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차제에 우리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비단 천문학적 부를 축적한 재벌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는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를 바라는 정서가 강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이 아닌, 부의 사회 환원이 갖는 무한한 중요성을 헤아린다면 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선택받은 삶을 살아온 부자들이 사회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깨닫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록펠러와 카네기뿐 아니라 이름 없는 훌륭한 부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중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14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김천 ‘부곡택지1호공원’ 전면 새단장..
개그맨 이선민,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
직접 키운 버섯,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착한영광버섯마을 손광식 대표..
`정원`으로 사람과 도시, 농촌을 잇다...`가드닝브릿지교육원` 김경애 대표..
상주시 함창읍, ‘우리 아이들 옷과 운동화 지원’..
[서장우의 일상(4)]어디가 불편하세요?..
톡 쏘는 겨자처럼, 농촌과 도시를 잇다…‘겨자식생활’ 김재훈 대표..
구미 수점동 십수 년 묵은 주민 숙원 도로 전 구간 개통..
경북보건대 AI융합학부 스마트물류과, 9월부터 `물류관리사 전문자격증반` 운영..
상주시 화령장전승기념관, 전국 무궁화 명소 4곳에 선정..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 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작가노트> '새마을'이라는 이름은 오래전 ..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