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없는 길을 내며 함께 우리
여기까지 왔다.
동구 밖 늙은 어미는 가고 없는
자식놈 발자욱을 주워담는데,
호롱불 켜 놓고 백발이 됐는데,
아! 그리운 고향, 굴뚝연기여!
그대여, 우리 이렇게 서로 만나
능선을 넘고 또 넘어 여기,
눈물 몇점 찍어놓고
능선을 또 타 넘고 있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 피륙이 되듯 우리
너와 내가 우리로 만나 길을 내고 있다.
늘 그래왔 듯 그대여
길을 내는 길 위에선 더 우지 마라
밀어주고 끌어주는 이 길 위에선
그대들이여,
죽이느니, 살리느니, 등 돌리지 마라
한때 우리를 울려놓은 불산의 악몽,
아, 불신의 악몽,그 서러운 풍경들,
차마 지울 수는 없다만 그대여
더는 주저앉지 마라,
툭툭 털고 일어나 함께가자 우리
거센 밀물에 휩쓸렸던 저 해변가
조개 몇 마리,
다시 일어나 함께 집을 일으키고 있지 않느냐
그대들이여
마냥 푸르를 것 같던 저 사과나무
낡은 잎 떨궈내며
겨울산 뚜벅뚜벅 오르고 있지 않느냐
그대여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며 가자
길없는 낙동강 벌에 신화를 쓰고
기적의 역사를 써 내린
낙동강의 후예여. 그 위대함이여.
가다보면 몇날 며칠 어둠이 내려
비틀 거릴 날 있다.
하지만 그대들이여
새벽닭이 홰를 치는 새벽에
새벽길을 열고
달빛마저 잠든 깊은 밤에
밤길을 낸 신화의 후예들이여
사람으로 태어나 사랑의 꽃을
피우고 싶다던 그대들이여
그대여 밀어주고 끌어주며
저 능선을 타 넘어라
어서 일어나 눈물 몇점, 땀방울 몇점
서로서로 주고받으며
앞만 보고 가자 그대여,
위대한 구미인이여.
나 여기 그대가 떠난 자리에 오래오래 남아
그대가 간만큼 그대를 그리워하리라
능선을 넘고 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리라
툭툭 털고 일어나 함께 가자 우리,
전국 팔도에서 흘러들어
낙동강의 신화를 쓴 위대한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
▶1994년 자유문학 통해 등단(신경림, 임헌영 추천)▶1994년 한라일보 신춘 문예소설 당선 ▶시집/ 사월의 바다, 인동꽃 반지, 그리운 것들은 길 위에서 더 그립다 출간 ▶한국 청년대상 본상(방송언론부문)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