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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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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저수조에 담겨 있는 국민의 피와 땀이다.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나온 피와 땀은 국민을 살찌울 수 있는 양분이 돼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정치지도자들이 실천해야 하는 최소한의 정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 것이 정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나라에 대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납세의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나라는 국민에게 최소한, 반드시 받은 만큼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의원이다.
19대 국회는 지난 12월 31일 342조원의 예산을 여야 합의 형식으로 통과시켰고, 그 속에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128억2천6백만원을 지원하는 예산을 포함시켰다. 국회 헌정회는 만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씩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해 국민들의 몫으로 돌려주어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노후문제부터 염려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단 하루만 의원직을 수행해도 평생 월 120만원씩을 받을 수 있는 ‘ 이상한 나라의 국회의원 연금’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인이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월 30만 원씩 30년을 납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루만 일해도 평생 월 120만원을 받도록 하는 국회의원 연금 예산은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호박 넝쿨이 아니다. 그 예산 속에는 한파를 헤치며 새벽거리를 누비는 환경미화원, 경기 한파에 시린 손을 호호불며 가계부를 꾸려나가는 맞벌이 부부, 새벽별을 보고 퇴근하고, 달빛을 빛삼아 출퇴근을 하는 노동자, 생존의 벼랑에서 황량한 농촌 경제를 붙들고 선 농민들의 흘린 피와 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기 보다는 국민을 어리석게 여긴 나머지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국민을 위한 위민정치를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원 연금 개혁을 약속했고, 민주통합당 역시 안철수 후보와 무소속 단일화 과정에서 새정치 선언문에 국회의원 연금을 폐지하겠노라고 명시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수도 없이 천명에 천명을 거듭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끝난 직후 국회는 2013년 예산안 심의 의결을 통해 의원연금 폐지 외에도 세비 30% 삭감 약속 등 다양한 특권포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새해 예산안에는 의원 300명의 연간 세비를 지난해 수준인 310억 원으로 잡아 통과시켰는가 하면 ‘무노동 무임금’을 약속해 놓고도 지난해 12월 중 18개 상임위원회 중 13개상임위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세비는 모두 챙겼다.
이 뿐인가.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게 한 예결위원 9인방은 국민혈세 1억5천만원을 들여 10박 11일간의 일정으로 외유를 떠났다. 이들이 바로 구내식당에서 하루 5천원짜리의 음식으로 점심을 대신하거나 자장면을 저녁으로 대신하면서 예산심사를 한 구미시의회를 비롯한 기초의회의원들에 대해 공천권까지 행사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국회의원 연금 예산을 통과시킨 국회의 행태는 새 정부를 앞둔 국민들에게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심에 바로 향후 들이닥칠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 여부가 놓여 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등은 일사불란하게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총선,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국회의원 연금 폐지를 약속했던 정치권이 정치 일정이 끝난 후 약속을 번복하는 거짓말의 행태 앞에서 일부에서는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 연금을 생존시켜 노후문제까지 염두해 두는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연명시키고 동시에 권력 행사를 극대화 시킬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하겠느냐는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취임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뢰의 정치를 강조해 왔다.지난 2008년 실시된 제 18대 총선 과정에서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 학살이 이어지면서 박 당선자는 당시 ‘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울분을 터뜨렸고, 총선결과 친박계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친이계가 자행한 속임의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속임의 정치가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현실을 모를리 없는 박근혜 정부시대의 일정상 첫 약속일 수 있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는 이 때문에 향후 정치상황의 큰 변수가 아닐수 없다.
정치는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이다.공약을 충실히 이행한 정치인은 역사에 남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봉사를 할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소아적 사고를 탈피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대아적 자세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국민연금 폐지를 국민과 수없이 약속해 놓고도 이를 파기하는 자세는 바로 소아적 정치관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소아적 가치관을 지녔기 때문에 약속은 말의 성찬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우리들에게 가장 아련하고 따스한 추억은 어머니에 대한 정일 것이다. 하루 종일 일품을 팔고 노을길을 걸어오는 어머니의 손에는 간식으로 주어지던 음식이 손에 쥐어져 있곤 했다. 뼛속에 남은 힘까지 꺼내 일품을 파는 어머니의 허기가 그 음식을 마다할리 있었으련만,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는 그 음식을 동구밖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어린 자식의 입안에 넣어주곤 했다.
우리는 이러한 어머니의 품안에서 자라났다. 그 어머니의 삶의 가치관을 떠올릴 때다.
정치권은 서둘러 모정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기득권을 버림으로서 모정의 정치에 다가설수 있고, 버린 기득권의 가치관을 정치를 통해 실천할 때 모정의 정치는 빛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한 정치권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있으니, 배반의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미래를 꾸려나갈 청년들이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그들에게 등을 기대앉았던 외로운 국민들이 만나야 하는 허탈감, 상실감은 어떻겠는가.
국민연금 폐지의 거짓말 앞에 성난 민심은 이제 정치 일정상 코 앞으로 다가온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폐지에 대한 약속 이행 여부로 관심을 모아나가고 있다. 태풍 주의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