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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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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에 죽고 사는 것이 건달(乾達)의 세계이다. 비록 뒷골목을 누비긴 하지만 의(義)를 앞세워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를 한 방에 날려 보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젊은 날 한때, 동경의 대상으로 이기도 했다.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를 이끌며 주먹세계를 풍미했던 김태촌, 그가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 땅에 묻혔다. 양은이파 조양은, 광주 OB파 이동재와 함께 7-80년대 주먹세계를 주름잡던 과거를 돌아보면 인생무상이 아닐 수 없다.
고교 시절부터 구속돼 소년원을 들락거리기도 했던 김태촌은 성인이 되고나서는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열 번에 걸쳐 구속되어야 했던 그는 34년의 삶을 감옥에서 보냈던 것이다.
김태촌은 지난 1986년 인천 뉴 송도호텔 사장 폭행사건을 통해 전국 폭력계 대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5년 출소 후 무역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는 한때는 순복음 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때 소년원과 경찰서 등을 찾아 신앙 간증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려는 의지는 세상으로부터 관심이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잊을 만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그 쪽 세상이 조직의 대부를 편히 살게 내 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리라.
세월 앞에서는 권력도 힘도 무력한 법이다. 어둠의 세계를 평정하면서 주먹세계를 주름잡던 대부도 병마 앞에서는 무력했으니 말이다.
깡패라고 불리기도 하고, 조폭이라 불리기도 하는 건달들은 주먹을 앞세워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법위의 존재이다. 하지만 주먹세계를 관통하는 불문율은 의리이다. 때문에 의리를 위해서 목숨까지 던지는 이들에게 세상은 때때로 후한 점수를 주기까지 했다.
암울한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백성을 괴롭히는 일본인들을 혼내 주었던 김두환과 시라소니가 있었다. 주먹으로 먹고 사는 처지였지만 그들은 협객(俠客)이었다. 의를 앞세워 살았던 것이다. 후대에 이르러 다소 과장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낭만과 멋을 겸비한 주먹들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먹세계도 진화를 거듭 했다. 한 때 주먹계 대부였으며 은퇴한 원로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폭력세계에는 의리는 없고 돈만 남았다.”
의리가 지배하던 시대가 가고 실리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 조폭을 지배하는 건 비지니스다. 돈 있는 선배에게 부하가 몰리고 돈 없는 선배에겐 배신만 남는다고 한다.
협객은 역사서에도 등장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유협열전(遊俠列傳)’이라는 명작이 있다. 당시 역사서는 천자와 제후 그리고 재상과 장군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사마천은 말에 신의가 있고 몸을 아끼지 않는 고귀한 품격을 가진 밑바닥 세계의 인간 협객을 주목했다.
그들의 행동이 소위 정의 혹은 도덕 준칙이나 법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에 신의가 있고 행동에는 성과가 있었다.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켰고, 상대가 위험에 빠진 경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남을 도왔다. 의리의 사나이들이었던 것이다.
이 뿐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았고, 자신의 은덕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협객을 백성들은 존경하고 많이 따랐다.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은 항상 위험에 빠지고 온갖 상황과 부딪치는 법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은 그들에 의지해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하려고 한다. 이러니, 협객이야말로 민중의 진정한 영웅호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행위는 항상 법망에 저촉되었지만 그들의 개인적 인품은 청렴하고 겸손했으며, 오히려 찬양받는 측면도 매우 많았다. 협객의 명성은 빈껍데기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고, 세상 사람들이 무조건 의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현재 우리사회에는 협객은 없고 건달만 있을 뿐이다. 오로지 이익을 위해 약자를 괴롭히고 폭력을 휘두른다. 이익을 위해서는 마약, 매춘, 사채놀이 등 어두운 지하경제를 파고든다. 조직이라는 집단을 꾸려 힘을 키우기도 한다. 협객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이권을 위해 집단싸움만을 일삼을 뿐이다.
법치를 외치면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의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역사가들은 말했다. ‘허리띠나 푼돈을 훔친 자는 극형에 처해지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왕이 된다.’ 또 왕이 되면 인과 의가 따른다. 무엇을 훔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