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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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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은 은행에서 나오던 중 300만원이 들어있는 예금통장과 도장,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수첩, 주민등록증 등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날치기 당해 이를 경찰에 신고하고, 사고신고를 하러 은행에 찾아갔더니 은행에서는 영숙이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통장과 도장,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온 어떤 남자가 예금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통장은 여자이름으로 되어 있으나 예금은 남자가 찾아갔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은행에는 잘못이 없는지요?
해설)
은행에서는 진정한 예금주에게 예금을 지급하여야 그 지급이 유효합니다. 그러나 민법 제470조에 의하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가 선의이며 과실 없는 때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채권의 준점유자'라 함은 차용증이나 권리증서, 도장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이러한 제도를 인정하는 이유는 거래의 신속을 위한 것입니다.
채권의 준점유자 여부를 결정하는 표준은 채권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한 행위가 변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일반의 거래관념상 진실한 채권을 가진 자라고 믿을 만한 외관(外觀)을 구비하였는가의 여부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선의'라 함은 준점유자에게 변제수령의 권한이 없음을 알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진정한 권리자라고 믿었음을 요하는 것이고, '무과실'이란 그렇게 믿는 데에 과실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제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하지만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대리인이 본인의 주민등록증과 예금통장·인감을 가지고 가서 본인의 이름으로 금융거래 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으므로, 위 사안에 있어서 여자인 귀하의 주민등록증과 예금통장, 도장, 비밀번호가 기재된 수첩 등을 훔쳐간 남자가 예금을 청구하였다고 하여도 특별한 사유가 없었다면 은행의 과실을 묻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참고로 이른바 폰뱅킹(phone-banking; telebanking)에 의한 자금이체신청의 경우에는 은행의 창구직원이 직접 손으로 처리하는 경우와는 달리 그에 따른 자금이체가 기계에 의하여 순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은행에 대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금이체시의 사정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행하여진 폰뱅킹의 등록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한편 은행이 거래상대방의 본인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담당직원으로 하여금 그 상대방이 거래명의인의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주민등록증의 진정여부 등을 확인함과 아울러 그에 부착된 사진과 실물을 대조하여야 할 것인바, 만일 실제로 거래행위를 한 상대방이 주민등록상의 본인과 다른 사람이었음이 사후에 밝혀졌다고 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으로서는 위와 같은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2005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