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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필 48>원숭이 인간

온라인 뉴스부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04일
김영민(한국YMCA전국연맹 협력사무처장)
ⓒ 경북문화신문

 

 

 

지금 전국을 끓는 이야기의 하나가 윤 일병 구타사건입니다. 일이 벌어진지가 두발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호떡집에 불 난 듯 우왕좌왕 시끌법석입니다. 심지어 집권여당의 대표가 책상을 네 번이나 치면서 ‘분명한 살인’이라 추궁하는 모습이나 침대에 누인 시체의 멍 자국을 보면서 ‘미국에 가서 애를 낳지 못했던 것이 원망스럽다’ ‘군에서 전화만 오면 우선 겁부터 난다’ 는 등의 어머니들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전국을 멘붕상태로 몰아넣습니다.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서 사람들이 부리리듯 쳐다봅니다.

 

넥타이를 매고 넙죽넙죽 답하는 국방부장관, 그 옆과 뒤에 별을 달고 앉아있는 군 수뇌부라는 이름의 군 귀족 조폭 떼거리(정말 죄송한 말입니다만 이 상황에서 그들의 답변-조직을 보호하려는-을 보고 있으면 이런 말 이외에는 더 이상의 고급스런 말이 없습니다)들을 보면서 ‘저런 인간들에게 주려고 피땀 어린 돈을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꼬박꼬박 떼이는가?’하는 원망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옵니다.

 

 

 

우리는 행동과학, 행동 경제학, 게임이론, 내시평형 같은 이성에 의한 합리적인 판단이 인간행동의 근원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수세기를 지켜온 학문들은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행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습관, 시간, 기호, 당시 상황 등 환경요소에 따라 물려받은 뇌의 신경망을 통해서 행동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세기에 유행했던 전성설이 21세기에 뇌 과학이라는 최신의 실험과 연구를 통해 부활하고 있습니다.

 

 

 

저런 짐승 같은 일이 왜 나타나는지요? ‘화난 원숭이 실험(angry monkey experiment)'라고 이름 붙여진 실험을 통해서 뇌 과학자들이 설명한 내용을 봅니다.

 

바나나 바구니를 장대에 달아놓은 우리에 이틀을 굶긴 원숭이 4마리를 풀어 놓습니다. 원숭이들은 미친 듯이 장대를 올라갑니다. 그런데 실험자는 원숭이들의 손이 바나나에 닿을 무렵 수도 호스로 물을 강하게 쏩니다. 그러자 물을 싫어하는 원숭이는 물벼락에 놀라 화들짝 내려옵니다. 그날 내내 힐끔힐끔 쳐다볼 뿐 장대에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다음 날 4마리 중 2마리는 빼고 역시 이틀을 굶긴 다른 원숭이 두 마리를 포함하여 다시 우리에 넣습니다. 신참 원숭이 두 마리는 장대를 황급하게 장대를 오르려는데 올라가면 물세례를 맞는 다는 사실을 아는 원숭이는 신참들을 올라가지 못하게 끌어냅니다. 반항하면 할퀴기 까지 하면서요.

 

제3일, 처음 두 마리마저 뺀 다음 역시 이틀을 굶긴 원숭이 두 마리를 우리에 넣으면 역시 그 원숭이들은 장애를 올라가려하고 둘째 날에 들어온 원숭이들은 장대에 올라가는 원숭이를 때리고 할퀴면서 장대에 못 올라가게 합니다. 물 호스는 아예 빼 농은 상태인데 말입니다. 장대위에 올라가도 아무 일없이 바나나를 얻을 수 있는 데 말입니다(정재승, 카이스트 명강02, 1.4킬로의 우주, 뇌. 사이언스북스, 2014)

 

 

이 실험에서 동물들에게 ‘조직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한번 본적도 없는 분들이 만든 제도니 풍습, 정신, 철학 들을 오늘 우리들이 왜 지켜야하는지 모르면서 그 형식을 계속 따르게 되는 것은 우리도 원숭이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전례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것은 ‘경험을 기반한 지식체계를 활용’하는 ‘지식답습’(비슷한 상황에 적용했을 때 예측가능한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효율적이며 생존에 유리한 전략이라는 말) 이라는 말과 행동이 생겨납니다. 우연한 기회에 선배가 말한 ‘여기 이집 자장면이 맛있어’라는 말을 들은 후배들은 그 앞을 지날 때 마다 그 집에 들러 자장면을 시켜 먹는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못된 시어머니 밑에 더 못된 시어머니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졸병시절 그렇게 심하게 구타하던 선임들에게 당하면서 ‘나는 이렇게 하지 않겠다 ’고 하면 할수록 선임이 되면 그 보다 더 심하게 졸병을 다룬다는 말은 군에 갔다 온 사람이면 이미 익히 아는 이야기이고, 청소년 비행에서 보면 ‘가정 혹은 초기집단과 구성원들로(초등학교의 친구, 교사 등)부터 폭력에 노출될 청소년기에 비행이나 특히 폭력이라는 문제를 저지른다는 것은 이미 학문적으로 검증된 학설입니다.

 

 

 

그 뿐 아니지요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술 먹이기, 달리기, 고통주기 등 선배들에게서 배운 것 보다는 조금 더 심하게(그래야 참신하다면서) 후배를 다루던 일, 신고식이라는 이름의 우스운 짓들……. 언제인지도 모르지만 만들어진 제도, 관습, 풍습은 원숭이 같은 동물적인 뇌 활동이나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에서 뉴런과 시냅스가 전해 내려온 바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다시 놀랍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에게 있는 ‘기능성 탐색’이라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뇌의 자리가 있고(인간의 뇌는 100억 개의 신경세포, 1,000개~10,000개의 시냅스로 구성되어 뇌의 표면을 펼치면 사람은 신문지 크게 펼친 정도의 크기이지만 원숭이는 엽서 한 장, 쥐는 우표 하나정도의 크기라고 합니다) 인간에게는 과거의 관습에 줄기차게 따라가는 동물적인 행동양식 보다는 새로이 시도하는 ‘탐색’이라는 선택이 있습니다. 즉 선배가 말하는 자장면이 맛있는지 다른 메뉴를 골라서 맛을 보고 선택하는 ‘기능성 탐색“이라는 뇌의 구조적 활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탐색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만 이런 탐색이 없이는 오늘의 인간사가 정리될 수 있었을까요. 예전의 방식이 통하지 않으니 새로운 시도를 해 보자고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숭이의 두뇌를 가진 선임들이 인간의 두뇌를 가진 신참을 때려죽이는 것과 곁에서 희희낙락하고, 조직의 보호라는 이름으로 덮으려하면서 더 힘센 원숭이를 찾아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구역질날 만큼 싫습니다.

 

신문지보다 큰 뇌 활동의 장을 엽서 크기만 한 원숭이의 그것으로 만족하려는 인간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2014.8.4)

 



온라인 뉴스부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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