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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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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온 세상에 흩뿌려 집니다.(散らし)
당황하셨지요.
찌라시(チラシ)라는 말은 곧 ‘흩어 뿌리다’는 뜻이고 사전에는 ‘주의, 주장이나 사물의 존재 가치 따위를 여러 사람에게 널리 전하거나 알리기 위해 만든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 줍니다.
연예인의 가십이나 뜬소문, 혹은 큰 일이 있을 때 마다 들려지던 이 말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며칠 전 세계일보가 ‘정윤회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비선라인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니 하여 민간인의 국정 간섭이 사실’이라고 보도하여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이 나라를 온통 싸움판으로 만들면서 입니다.
그리하여 ‘입 무겁고 신중(?)하면서 침묵의 달인’으로 알려졌던 대통령도 바로 다음날 ‘발본색원, 일벌백계’라는 용어로 소문의 진원지 및 발설자에 대하여 처벌을 강조하는 등 청와대 대변인, 당사자 가릴 것 없이 시간 시간이 바뀌는 말, 번복, 폭로 등으로 저어기 당황한 모습을 감출 수 없는 듯 보입니다.
당연한 모습이겠지요만 새누리당은 폭로내용을 '찌라시'로 규정하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설로만 돌던 민간인의 국정농간이 현실이었음’등으로 ‘사자방’이니 뭐니 하면서 벼르던 차에 단단히 걸려들었다는 듯 득의에 가득한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속되고 믿을 수 없는 종이쪽지’가 이렇게 일진광풍의 핵이 될 줄 짐작도 못했는데.......그렇지만 값도 그리 없는 것이 어떨 때는 편리한 변명꺼리이거나 변명의 모습이기도 했고, 준엄한 법적인 처벌의 준거가 되는 등 소위 힘(권력)이라는 저울에 따라 처벌과 면죄부를 오락가락하는 거대한 그림자가 됩니다.
찌라시의 가장 큰 힘을 보여준 것이 아마 지난 해 11월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등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하여 설전과 고소, 비방이 오가던 시간 말입니다.
그런데 그처럼 같은 당 소속 전국의 선거원들이 진실이라고 외치고 상대방에게 심각하기 이를 때 없는 치명타를 주었음에도 김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대화록은 본 적이 없다"며 "정보지(찌라시)를 바탕으로 대화록 중 일부가 흘러나온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2013. 11.13, 연합뉴스). 다시 말해서 믿지 못할 증권가의 소식을 전 국민에게 믿게 하여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고, 따라서 노무현 재단이나 야당에서 제기한 국가기록물에 유출에 대한 법률위반 건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요.
그에 비해서 이 찌라시로 법적인 처벌이 예견되는 상황도 없지 않습니다.
지난 8월 3일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서울지국장이 쓴 기사를 통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 누구와 만났을까?' 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 루머를 여과 없이 보도한 사실에 대하여 매우 흥미진진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증권가 찌라시를 그대로 인용해 "이 소문은 박근혜 대통령과 남성에 관한 것"이라며 "이러한 소문은 한국의 인터넷 등에서 사라지고 읽을 수 없다"고 전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등이 신문사를 고발하고 이어 이글을 쓴 기자가 지금도 검찰에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찌라시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인기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메뉴입니다. 참을 수 없는 아픔으로 인해 어떤 때는 이런 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고발하기도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청하는가하면 어떤 때는 철부지의 장난으로 보고 이를 용서해주는 그야말로 해프닝의 연속이 난무하는 세상입니다
어디까지 믿어야하나요? 아무리 보아도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책임져야할 사안이면 찌라시이고 남이 책임져야할 사안이면 명예훼손이라는 형사 처분……. 힘의 논리에 의해 법적인 근거도 되었다가 쓸데없는 풍문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른 모습이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여기 이런 찌라시도 있습니다.
지난 6월 <한겨레21>이 ‘대학 독립 언론 네트워크’를 시작하면서 권력과 자본에 굴종해 정보 왜곡을 일삼는 기성 언론은 ‘기레기’로 낙인하며 학교 당국에 인정받는 언론이길 거부하고, ‘자비 제작의 고행길’ 을 자초하면서 대학 독립 언론을 <고급찌라시> 라고 이름 붙이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2014.06.23. 한겨레신문)
그렇다면 국가가 기록한 문건은 분명히 국가기록물인데 찌라시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고급찌라시>라는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