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되돌아보자며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었습니다. 한 해 동안 약 50여 편의 잡문을 엮으면서 언론이나 논자들에 의해 지역문제에 대한 숱한 보도와 쟁점은 충분하게 논의되었지만 우리지역에서 전국의 문제를 보는 눈을 생각하며 한자 한자를 다듬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기억들 아픔들, 생각나는 일이 많았음에도 당장 눈앞에 있는 두 마디의 말 때문에 글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 하나가 200여년이 지난 동안 여전히 문제인 미국의 흑백차별문제에서 외치는 ‘숨을 쉴 수 없다’와 세월 호를 이어 십상시, 나아가 땅콩회항까지 우리사회의 삐뚤어진 권력구조에 대한 아픔의 ‘가슴이 먹먹하다’라는 말입니다. 마치 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가래 끓는 기침과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2014년의 마지막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인인 대학교수들이 지록위마라는 말로 지금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즉 ‘어리석으면서도 사치만 일삼는 황제와 그 황제를 손바닥에 놓고 가지고 노는(?) 환관 조고, 그들이 만드는 조정은 황제가 아닌 승상이 된 환관이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시대’와 2014년은 닮았다는 말이지요.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측근 환관인 조고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를 죽이고 다루기 쉬운 어린 호해를 세워 2세 황제로 삼았답니다. 그리고는 황제를 교묘히 조종하여 승상과 많은 옛 신하들을 죽이고 자신이 승상이 되어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고는 황제의 자리까지 노렸답니다. 마침내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을 거두어 달라고 청합니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주위에 있는 모두가 비웃었겠지요. 그러자 조고는 말이 맞는지를 신하들에게 물은 후 아니라고 한 사람에게 죄를 씌워 죽여 버림으로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천하는 오히려 혼란에 빠졌고 각처에서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났으며, 항우와 유방의 군사가 도읍 함양을 향해 진격해 오자 조고는 황제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세워 3세 황제로 삼았으나 조고 자신이 자영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고사입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통합 진보당의 해산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의 판결 내용에 대해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장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공안검사 출신 3인의 작품이란 해석이 많다. 정권의 주요 지위를 같은 세력이 차지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지적합니다. (2014. 12 .22, 경향신문, 오피니언)
또 <'십상시'로 불리는 비선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해왔다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보고서가 28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그동안 부인해왔던 비선세력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거론되는 '십상시' 멤버들도 정윤회 씨를 비롯해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대통령 최측근 실세들이 망라돼 있다.....대통령 최측근 비서관들이 그림자 속에 숨어 후한 말 환관들처럼 국정을 농단해왔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데일리중앙 2014.11.28)
따라서 어떤 논자는 2014년을 회고하면서 ‘절망하고, 절망하고,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도 더 힘든 것은 내년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2014. 12 .22, 경향신문, 손호철의 정치시평).
정치문제만이 아닙니다. 2014년 폐업한 기업수가 새로이 만들어진 기업보다 많다는 이야기로부터 미국민이 자국의 내년 경제에 비관이 낙관보다 많고, 이는 2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합니다.
2014년을 이런 모습으로 마감하는 것이 아프기만 합니다.
꽉 막힌 남북의 문제, 진보와 보수의 다양성에 대한 멸절, 대통령 측근의 국정농단, 나아가 국부 유출에 시합을 하듯 돈 버리기 연습하는 방위산업문제, 외국의 자원외교, 보에 물이 줄줄 세고, 환경파괴며 홍수조절의 능력조차 의심되는 4대강의 모습에서 2015년은 어떤 희망으로 새해를 맞아야합니까?
절망이 바닥을 칠 때가 바로 희망의 시작이라는 말이 이처럼 쓸쓸하게 들리는 것도 60을 반이나 넘겼으면서도 도무지 믿기지않는 현실입니다. (201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