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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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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필부터는 이름 뒤에다 소속을 붙이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별다른 이유가 아니라 쓴 글의 내용으로 소속된 단체에 어떤 형태로던 도움이나, 비난 등 무엇이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벗의 권유에 따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한 모임에서 얼굴에 피를 흘리고 수십 바늘을 꿰메야하는 기습 공격을 당한 뒤 우리나라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의 서문의 첫머리(‘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메카시라는 유령이’라고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정부의 각료, 여당, 심지어 외국에 순방 중이던 대통령까지 나서서( 심지어 귀국 하자마자 병 문안가는 일정) 조사도 생략한 채 즉각적으로 ‘테러’라고 규정하고 종북좌파의 행위라며 배후까지 규명하였으며 종북좌파의 숙주라는 말을 피하고 싶어서 인지 야당도 이 말에 가세했습니다.
온 나라가 리퍼트라는 일개인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 차 입원한 병상이 보이는 거리에서, 혹은 광장에서 그의 조속한 쾌유를 위해 종교의식이던, 미신이던 연일 기도와 주술을 외더니 이복덕(李福德)이라는 이름까지 헌사하는 등, 그를 향한 끝이 없이 이어가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동시에 이런 일련의 말과 행위는 종북, 혹은 좌파라는 소위 매카시 열풍이 이 땅에 일진광풍이 되어 자신의 견해, 혹은 당론과 이익에 반대되는 사람, 집단을 여지없이 몰아치는 냉전시대의 논리를 그대로 재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정말 당연한 수순이지요만……. 여당의 대표는 얼마 남지 않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규정하기를 중북좌파 혹은 종북과의 대결이라는 표현으로 승부수를 던지는가 하면, 30% 대를 오르내리던 대통령의 지지율을 단숨에 40%대로 끌어올리고 집권 여당의 지지율은 야당에 비해 압도적 우세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희대의 마술이 벌어진 것입니다.
선거를 치렀거나 시민들의 지지율을 먹고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1%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데 쏟아 부어야 할 노력과 재정적인 투자, 시간이 얼마나 커야하는 지는 잘 알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테러범’(문화일보), ‘망상자’(시사 in), ‘정신병자’(한겨레) 김기종의 정말 쓸데없는, 참으로 못난 행태는 단숨에 그가 그리도 반대한 집단, 여당, 대통령의 지지율을 5%나 끌어 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보수집단이나 성향을 가진 분들에게 위기감을 고취하고 다시 결속하는 데 단초를 만들어 준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정부가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고집하는데 정작 피해 당사자 혹은 피해당사국인 미국은 테러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 근무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는 이번 사건을 ‘한 정신 나간 사람의 개별 폭력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정치적 의미를 부여함으로 매카시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도’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정치의 계절이 오면 그 때마다 되풀이되어왔던 메카시라는 유령을 김기종이, 종북좌파라는 말을 그리 반대한다는 사람이 아주 자연스레 부활시킨 것이지요. 마치 앞에서 말한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글귀 즉 ‘만국의 노동자여 궐기하라!’처럼 ‘한국의 보수여 집결하라’라고 외치는 것처럼.
자신의 의견을 말이나 글, 또는 행위로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생각의 끝에 비로소 나와야 할 사안임을 다시 일깨워 주는 사건입니다. 동시에 새누리당이 얼마나 김기종에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는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