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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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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에겐 헤겔과 칸트 철학에 매몰된 고 3시절이 있었다.그 당시 고전 문학을 가르쳤던 3학년 담임 선생이 이런 지적을 해 왔다.
“영어단어 하나 외우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참으로 한심하구나”
올바른 지적이었다. 하지만 A는 그 지적에 동의할 수 없었다. 1년 전 담임선생은 진로 상담을 마치면서 이런 판결(?)을 내렸었기 때문이다.
“자네의 부친은 좌익활동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격리대상이야. 연좌제 때문에 공직에 나갈 수 없게 될 것이야.”
그 당시 A의 부친에게 붙여진 별칭은 제주 4.3사건의 마지막 빨치산이었다.
지난 3일, 제주에서는 4.3사건 추모제가 열렸다. 여야의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추모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었다.
세월은 변하는 것이었다. 고3시절,모든 현상과 사물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 그 시공의 본질 속을 향해 깊이, 더 깊이 들어가면서 고민하는 것이 또 다른 칸트 철학의 핵심이라는 그 글귀를 읽으면서도 당시, 고3생의 어린 청소년은 그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A에게 내려졌던 연좌제는 민주화 사회를 맞으면서 종료가 됐다.연좌제 때문에 방황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을 탓하곤 했던 젊은 시절 역시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잘 나고 못난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무엇인가. 시간과 공간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이 영원하리라는 과학적인 근거는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 무궁무진한 질문 그리고 고민과 번뇌 속에서 A는 최근 여야의 공천 과정을 접했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싸움질을 해대는 그 싸움판의 중심에는 국민은 없고 오로지 권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비례대표 2번을 고집하고 나선 더 민주당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임을 익히 알고 있을 그네들이 해대는 권력 다툼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 싸움의 와중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길거리를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아픔은 없었고, 아침 이슬을 헤치며 일터로 향하는 어깨꺼진 근로자들의 불안한 삶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장비구니를 든 주부들의 고개숙인 근심과 임대세는 물론 전기세마저 낼 수 없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은 아웃사이더였다.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의 민심이 새누리당을 떠나고 있고, 호남권이 더불어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다. 영원히 자당에 종속될 것만 같았던 착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이 상황을 목격하면서 그들이 과연 일말의 고민이라도 할런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민귀 군경이다. 백성은 가장 존귀한 존재다. 사직 즉 조정(朝廷), 왕조(王朝)는 그 다음이다. 수천년 전 맹자가 남긴 명언이다. 그 곳엔 가장 소중한 존재인 백성의 존엄성을 후순위에 두게 될 경우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탄핵을 받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산인가, 강물인가, 바다인가. 영원할 것 같은 이 사물들은 변하고 있고, 변함을 지속하면서 또 다른 그림을 그려 내고 있다.
십년 넘는 권력은 없다. 국민의 모여 구성된 나라, 그 나라의 주인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만인의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권력자인 나의 결정에 따라 모든 국민들이 따라 올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의 극치이며, 독재적 발상이다. 그 주인공은 오래 갈 수가 없다.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의 공천의 원칙은 상향식이었다. 그 기본 철학은 바로 민주주의 였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이며, 주인인 민의를 따르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엄연한 민주주의 원칙 속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공관위원장이 공천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국민들은 두려움을 절감해야 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본질이 민주주의인가라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그 발표가 공관위원장의 소신에 따른 결과였느냐는 것이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영남과 호남에 이상기류가 일고 있다. 이 표현 또한 맞지가 않다. 이상기류로 가는 그 흐름이 바로 온전성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을 얕잡아 보는 권력의 미래는 불행하다. 이 진리를 알면서도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권력의 눈이 안타깝기만 하다.
고2시절, A의 담임은 이런 말을 해야 옳았다.
“시대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는 법이다. 현재의 불행에 게의치 말고 꿈을 향해 뛰어라”
민심에게 제안하고 싶다.
“시대가 바뀌면 권력도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으스대는 오만한 권력을 누그러뜨리는 힘은 바로 현명한 민심으로부터 출발한다. 훗날, 오만한 권력을 탓하지만 말라, 권력의 오만함을 만든 것은 바로 당신들이기 때문이다.”
백주대낮에 벌어진 무소불위의 공천을 지켜본 민심이 변하고 있다는 현실이 다행스럽다. 하지만 또 다른 우려가 있다. 투표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지고 또 다져놓은 각오를 끝까지 지켜낼 자신이 있는가 말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우리가 살고 있고, 후대들의 살아갈 삶의 터전이 결정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편집인, 편집국장 김경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