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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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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와 함께 찾아온 M 마을의 변고, 수백 마리의 소를 키울 소집이 여기저기 들어선다는 소식에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수십 년 동안 같은 가구수를 유지해 올 만큼 청정하고 반듯한 마을이었다. 마을 어른을 중심으로 모두가 합심하여 사업주를 설득하고, 시위하면서 여러 기관을 찾아가 삶터를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였다.
5월 24일. 드디어 시청을 통하여 사업주는 1억 6천만 원에 문제의 땅을 팔 의사가 있음을 알려 왔고, 며칠의 말미를 주면서 그때까지 결과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추진위에서는 땅을 매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여러 경로를 통해 물색하는 동시에, 복토한 흙을 처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시의원, 담당 공무원, 도로 사업소 등에 연락하여 기존의 흙을 걷어내고 양질의 마사토를 다시 덮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하였다. 종국에는 시의 협조를 바탕으로 하되 마을에서 최종적인 책임을 지기로 하고, 이러한 내용을 땅을 매입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알렸다. 다음날 사업주는 땅값으로 처음보다 1천만 원이 낮은 1억 5천만 원을 제시하였으며, 추진위에서는 축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노라 모두 희망을 걸고 있었다. 땅 매매와 동시에 대형축사 건축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매입희망자에게는 1억 3천5백만 원보다 조금 더 지불하도록 요청하고, 추진위에서는 매매가 성사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흙처리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집약된 의견을 마을 회의에 부치고자 준비를 진행하였다.
5월 27일. 마을 이장이 사업주와 전화로 땅의 매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였는데, 우리 쪽에서 제시한 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매매를 거부하였다.
5월 29일. 무조건 만나서 협의하도록 추진위 부위원장이 종용하여 저녁에 사업주를 만나게 되었으나, 이 자리에서 사업주는 태도가 급변하였다. 땅 매매에 대해서 자신은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왜 남의 재산을 가지고 들먹거리느냐는 힐난과 함께 시종 ‘자신의 땅에 투자한 경비 6천 5백만 원’을 달라는 주장만 되풀이하였다. 며칠간에 걸쳐 수없이 뛰어다니고, 논의한 모든 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곳저곳에 얼마를 받겠다고 한 땅값은 정녕 귀신이 한 말이었던가. 매매에 희망을 걸었던 많은 사람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이날의 만남은 불발로 끝이 났으나, 사업주의 속셈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즉 땅은 부가가치가 상승할 것이므로 그대로 둔 채 자신들의 땅에 투자한 경비를 주민들에게서 뜯어가려는 얄팍한 수법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땅에 시설물이 고스란히 있는데 그 경비를 주민들이 내야 한다는 셈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땅을 비싸게 팔아 높은 차익을 챙기고, 경비도 뜯어가려는 생각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어려운, 편집성을 지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농간을 피우고도 그것이 농간인지조차 모른다.
낯선 마을에 들어가 살고 싶을 때 우리는 이렇게 하지 않는가.
“함께 해도 될까요?”
하면 마을 사람들은 묻는다.
“어떻게 오셨소?”
그다음 대화가 이어지게 되는 법이다.
물론 관청의 ‘냄새나는 대형축사 허가증’이 앞서면 대화는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소개>
선주문학회 사무국장
공감독서운동가
대구교육청 1인1책쓰기 지도교사・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