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고

서재원의 세상읽기(41)]숫자만으로 기억되는 사람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5일
↑↑ 서재원 마을 매니저
ⓒ 경북문화신문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병적 현상이 넘쳐난다. 물론 병이라는 것은 여러 관점에 따라 폭넓게 해석이 되겠지만, ‘환자가 의사를 부를 수밖에 없는 상태’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병이란 의사의 반응에 따라 삶과 죽음이 바뀔 수도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민주사회는 시민과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로 이뤄져 있다. 듣기 싫더라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나뉘어진다는 얘기다. 시민이 그들의 지배층을 바꾸는 주체이므로 의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시민들이 의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병적 현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의사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학습된 무기력에 기인한 듯하다. 부정적인 자극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덧 그 자극에 순응하게 되어 개선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니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다는 체념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한때는 공정성에 환호하다가 혹시나로 바뀌었고, 지금은 역시나로 주저앉았다. 정의 역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발걸음까지 가벼워진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김이 다 빠져버렸다. 불평등의 구조가 바뀌어 온 나라에 축복이 곧 찾아올 것 같았는데, 그런 기대도 사라졌다. 대신 각자도생의 물결 속에서 불평등의 확대 재생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을 하루하루 지켜보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능력있는 지배층의 현란한 권세 놀이에 공정성 시비를 할 겨를이 없다. 권력의 핵심부와 주변부를 나누어 일상화된 그들의 일탈을 설명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정의롭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러한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시민들은 아직은 가끔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대체로 냉소적이거나 그저 망연히 바라볼 뿐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마침내 통과되었다. 물론 시행은 공포 후 1년 후부터이지만, 주민자치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다. 1988년 전부개정 이후 32년 만에 이루어진 가히 획기적인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주민자치회 본격 실시를 위한 조항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된 것은 아쉽다고 하겠다.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고, 지방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권을 신설하였다. 주민조례 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조례안의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주민조례발안ㆍ주민감사청구의 인구 요건을 완화하고, 참여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등 폭넓은 주민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또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로 단체장의 선임방법 등 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법안이 통과된 후 행전안전부 장관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획기적 자치분권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만큼,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한 지방의 창의적인 혁신을 통해 주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바라던 법률안이 통과되었다고는 하나 주민자치의 기본이 되는 예산권이나 입법권 등은 빠져있어, 이의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장관의 말대로 주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기는 아직까지 기대난이다. 이러한 법적ㆍ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날처럼 병적 현상이 나라를 뒤덮고 있을 때, 주민이 무시의 대상으로 취급받을 때 우리가 취하는 태도라 하겠다. 그저 냉소하고 자책할 일이 아니다. 국가나 지역의 주인으로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병적 현상과 무시에 맞서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나와 우리를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 스스로가 ‘의미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용 ‘표’에 머물러선 안 되며, ‘인간’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국가의 미래를 사유화하기에 바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숫자’일 뿐, 생각하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선거철엔 강아지에게까지 애교를 떨던 사람들이 지금 하는 짓들을 보라. 거수기의 수효가 많으면 가지가지 횡포요, 적으면 만날 둘러대기 바쁘다. 굴욕적이고 수치스런 선거전을 끝낸 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신상의 풍요로움’이지 국가와 국민이 아닐진대, 이러고도 마냥 물러앉아만 있다면 몇 년마다 쓰이는 그 ‘표’임에 틀림없다. 행복과 존엄이 파괴되고 손상되어도 ‘표’는 알지 못한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5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6.3 지방선거 구미시장·도의원·시의원 선거구별 후보자 득표순위..
김장호 구미시장 당선 ˝시민 모두의 승리˝..
구미 해평면 낙산리 고분군 야행, 19~21일까지 열려..
안재민 상주시장 당선...‘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살아나는 상주’..
김택동 동구미농협 조합장 `새로운 농협 조합장상` 수상..
순천향대 구미병원 최유진 신경과 교수, 세계파킨슨병학회서 파킨슨병 연구 발표..
기고]신분증 준비해 주세요!..
구미대, ‘2026 독서인증 공모전 시상식’ 개최..
자비나눔에너지은행, 취약계층에 냉방물품 지원..
신라불교초전지, 한옥 스몰웨딩 운영..
최신댓글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103동이 아니고 104동 입니다.
낙동강 취수원 문제로 어설프게 덤볐다가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어설프게 정치꾼 행세하다가 되지도 않는 안전문제를 핑계로 이승환 공연 취소해서 전국민 비웃음꺼리 만들고 진짜 안전 위험 인물 전한길은 집회 허가하고 제대로 된 기획력 없이 매번 어설픈 낭만 타령 문화행사만 일삼는 현 시장 못마땅해 민주당 찍으려고 해도 시장 재직 기간 아무런 행정력도 발견하지 못한 장세용씨를 다시 내세우다니... 구미에 그리도 인물이 없는가?
구미대 항공헬기정비학부 전체 학생들의 단합된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요즘은 개인적인 성향들이 많다보니 함께하는 모습 넘 보기 좋고 흐믓합니다.
민원인들 중에서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누구는 유료로 이용하고 누구는 무료로 주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형편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저렇게 현수막을 걸어 놓은 듯. 관리자의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 둘다 본다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해 하려는 마음이 문제라고 느껴짐.
역시 정론직필!!
예방법없음
따뜻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볼수 있지만 관심을 주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후원해 주신 에스엠디에스피 대표님과 선행을 알려주시는 경북문화신문과 김예은 학생 기자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단체장이 불법?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오피니언
"신분증 준비해 주세요~.""마스크 좀 내려 .. 
새옹지마(塞翁之馬) : 변방의 늙은이의 말.塞.. 
쇼펜하우어는 지식을 체화시키는 것에 대해 이런.. 
"호국영웅들이 지켜낸 대한민국, 우리가 이어가.. 
여론의 광장
경북도, ‘APEC 2025 열차’ 대구와 함께 달린다..  
˝구미 전통시장에서 장보고 14만원 환급받으세요˝..  
구미도시공사, 체육본부장 공개모집..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