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고

박상수의 세설신어(55)] 빈집에서 반복하여 듣는다(虛堂習聽)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2일
↑↑ 박상수 한학자
ⓒ 경북문화신문
빈집에서 내는 소리는 사방 벽에 부딪혀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아무도 없는 곳이 반복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최적의 공간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중용장구(中庸章句)》 1장(章)에서는 “은미한 것보다 더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없다. 그래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도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난초와 지초도 향기를 풍기듯 군자는 도를 닦고 덕을 세우는데 있어 군궁하다는 이유로 절개나 지조를 바꾸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스승이 되고 원수가 되고 친구가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虛(빌 허)는 발음을 결정한 虍(범 호)와 뜻을 결정한 丘(언덕 구)가 합쳐졌다. 虍는 지금의 모습으로 호랑이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좌우지간 입을 크게 벌린 호랑이의 모양을 본떴고, 丘는 언덕의 모습을 본떠, 텅 빈 언덕이란 뜻이다. 또 언덕[丘]에 호랑이[虍]가 살면 근처 다른 동물들은 얼씬도 못하고 모두 달아나 어떠한 동물도 살기 어려운 텅 공간이 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堂(집 당)은 尙(높을 상)과 土(흙 토) 합쳐진 글자다. 또 尙은 지붕 위 높이 하늘을 향해 삐죽 솟은 굴뚝[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모습[八]을 본뜬 글자로, 땅[土] 위[尙]에 높이 지은 집을 뜻한다. 때문에 일반적인 집보다 높다는 의미를 가져 신을 모시는 신당(神堂), 부처를 모시는 불당(佛堂) 등에도 동일한 글자가 쓰인다.

習(익힐 습)은 태양[白 : 흰 백]이 높이 떠 있는 한낮에 새가 날개짓[羽 : 깃 우]을 하면서 나는 것을 익히는 모습을 본떴다. 흔히 태양의 모습은 ‘日’의 자형에 국한되어 표현하는 것으로 알지만 ‘태양 아래의 여러 사람’을 표현한 衆(무리 중)자를 구성하고 있는 血자도 원래는 태양의 모습을 본뜬 경우처럼 여러 형태로 자형이 변하기도 한다.

聽(들을 청)은 悳(덕 덕)과 耳(귀 이)와 壬(좋을 정)이 합쳐진 글자다. 悳은 또한 直(곧을 직)과 심(心)이 합쳐진 글자로 ‘정직하고 곧은 마음’을 뜻하며, 이러한 마음자세로 사람이 발돋움[壬]하고 귀[耳]를 기울여 듣는 모습을 본떴다. 聞(들을 문)자 역시 ‘듣는다’는 동일한 의미를 가졌지만 聽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듣는 listen의 뜻이고, 聞은 저절로 들리는 소리를 감지하는 hear의 뜻이다. 행위에 마음을 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차이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3월 22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김천 ‘부곡택지1호공원’ 전면 새단장..
개그맨 이선민,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
직접 키운 버섯,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착한영광버섯마을 손광식 대표..
`정원`으로 사람과 도시, 농촌을 잇다...`가드닝브릿지교육원` 김경애 대표..
상주시 함창읍, ‘우리 아이들 옷과 운동화 지원’..
[서장우의 일상(4)]어디가 불편하세요?..
구미 수점동 십수 년 묵은 주민 숙원 도로 전 구간 개통..
톡 쏘는 겨자처럼, 농촌과 도시를 잇다…‘겨자식생활’ 김재훈 대표..
상주시 화령장전승기념관, 전국 무궁화 명소 4곳에 선정..
경북보건대 AI융합학부 스마트물류과, 9월부터 `물류관리사 전문자격증반` 운영..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 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작가노트> '새마을'이라는 이름은 오래전 ..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