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976.5m 금오산을 생각하며 등산할 때마다 삽을 들고 올라가서 주위의 흙을 긁어모아 24m만 높게 쌓아올리면 높은 산의 기준인 1천m에 넘을 수 있겠다는 재밌는 상상을 하곤했다. 상상만 하다가 십여년만에 금오산을 찾았다. 역시 금오산은 그리 만만한 산은 아니었다. 대혜폭포를 지나니 이름값하며 내 숨을 가쁘게 만드는 할딱고개가 나왔고 그리고 또 한참을 헐떡거리며 오르다 겨우 정상 근처에 다다랐다.
주위에 있는 표지판을 보니 한쪽 방향으로 오형돌탑이 표시되어 있었고, 탑을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 호기심에 발걸음을 오형돌탑으로 돌렸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돌탑들은 기대보다 훨씬 그 정밀함과 안정감, 미적 감성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왠걸, 돌탑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하필 때맞춰 불어온 미세먼지로 시야는 뿌예졌고, 저 돌탑들 아래로 보기 좋은 금오산 배경에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철탑들이 나란하게 서있어 위화감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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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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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중심에 있는 에펠탑에 대해서는 지금도 걸작이니 흉물이니 하는 논란이 있지만 이걸 보고는 제아무리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가 걸작이라 하겠는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식별하지도 못하는 잔기스를 참지 못하는데 이 풍경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주위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는 저 흉물을 제거하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오형돌탑 주위를 돌아 정상을 바라보니 멀리서도 보아왔던 흉물이 더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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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선거철이 되면 이 멋진 금오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관광명소를 만들겠다는 공약들을 보고 참 어이없다는 생각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금오산을 좋아하고 타지역에서 온 지인들에게도 금오산을 자랑하곤 하지만 내 생각에 금오산은 기껏해야 자기 눈에 예뻐보이고 천재같아 보이는 자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천 미터 남짓하는 그리 드물지 않은 산인데다 채미정 등 몇 개의 가볼만한 곳이 있되 타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을 만큼 도드라지고 매력적인 산은 아니다.
저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더라도 외부 손님을 많이 끌어올 만큼 대단한 산은 못되는 듯 하다. 오히려 케이블카 관련 시설 설치로 인하여 주위 자연과의 부조화가 심해질 것이 우려되고 아마도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케이블카 공사업체에 도움되는 몫이 더 클 듯하다.
만약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관광객이 구미에 많이 유입된다고 해도 문제다. 지금도 주말이 되면 금오산을 찾는 시민들로 인하여 등산로는 그리 여유있는 편이 못되는데, 외지인들이 많이 찾게 된다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원주민인 구미시민들은 등산에 불편을 느끼게 되어 차츰 금오산이라는 휴식처에서 소외될 수 있다. 시민들이 문화공간을 잃는 대신 얻게 되는 관광 수입 몇푼이 중요할까? 오히려 가뜩이나 문화적 정주여건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구미시민들은 금오산이라는 문화공간마저 빼앗기게 되고 이것이 지역 이탈 욕구를 강화시키면 그나마 지역에 남아있는 기업들의 노동력 수급난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전기가 필요하니 전선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런던에 갔을 때 어디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어도 전선이 앵글 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런던의 전기 공급은 원활했다. 다소 비용이 더 들더라도 철탑과 전선이 자연의 미를 해치지 않도록 지중화하거나 재설치할 필요를 느낀다.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경제적 타당성이라도 확실하다면 재고해봐야겠지만 적어도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그 경제성을 따질 때 그리 탐탁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는대다 자연경관과의 부조화는 너무도 뻔한 결과라서 정상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카 추가 설치에 반대하며 기존에 있던 케이블카도 관련 시설을 제거하기를 희망한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마침 불어 온 미세먼지바람도 당장의 경제적 이익에만 눈이 멀어 생태의 안정성을 해친 인간의 과욕에서 비롯되었다. 케이블카 설치나 철탑도 좁은 안목으로 당장의 경제적 효과만 바라는 과욕은 아닐까?
시민기고/전승조 구미시 인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