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경》에 “부모님 섬김을 바탕으로 임금을 섬긴다.[資於事父 以事君]”라고 하였다. 누구나 알듯 조선시대는 충성과 효도를 나라의 이념으로 삼았던 나라이니, 《천자문》의 이러한 도덕적 사상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효도의 마지막 종착점을 임금에 대한 충성으로 간주하였다. 가만히 생각하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 총명한 지능을 가진 사람에 비해 무엇이 부족하겠는가?
資(바탕/재물 자)는 발음을 결정한 次(버금 차)와 뜻을 결정한 貝(조개 패)가 합쳐진 글자다. 貝는 조개껍질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옛날 이를 돈의 대용으로 사용한 흔적을 담고 있는 글자이다. 때문에 貝로 구성된 글자는 대부분 ‘패물’이나 ‘돈’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 간혹 원래의 모양이 바뀌어 사용되는 글자도 있는데, 대표적인 글자가 朋(벗 붕)자이다. 이 글자를 月(달 월)이나 ⺼(고기 육)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하는데, 貝자에서 자형이 바뀐 글자이다. 그래서 이 글자에 원래의 의미 역시 ‘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이 되는 것이기에 ‘바탕’이란 의미로 주로 쓰인다.
父(아버지 부)자는 손도끼나 몽둥이를 든 사람의 손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그래서 도끼라는 뜻을 가진 斧(도끼 부)자 역시 이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父와 반대의 뜻을 가진 母(어머니 모)자는 젖가슴을 드러내고 무릎 꿇은 여자의 모습을 본뜬 글자이다. 어머니는 수유를 통해 자식을 기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하며, 아버지는 무기를 들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거나 사냥을 통해 부양하는 사람을 말하니, 두 글자 모두 자신이 맡은 사회적 역할을 뜻에 담았다.
事(섬길/일 사)는 필기도구를 쥐고 있는 사람의 손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史(역사 사), 吏(벼슬아치 리)도 매우 비슷하고 자형원리 역시 거의 동일하다. 옛날 문자를 기록하고 읽을 줄 안다는 것은 매우 큰 권력이자 능력이었다. 역사[史]를 기록하는 일[事]을 통해 임금을 섬기고[事] 벼슬[吏]하는 것은 일반 백성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책 읽는 사람’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독서인(讀書人)’이란 말을 ‘지식인’의 뜻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君(임금 군)은 손에 지휘봉을 쥐고[尹, 다스릴 윤] 입[口, 입 구]을 통해 지시하는 상황을 본떴다. 임금은 자신이 직접 몸으로 행동하지 않고 주로 말로 지시하고 통제한다. 命(명령할/목숨 명)자 역시 君과 매우 흡사한 뜻을 가져, 권력을 상징하는 큰 건물[亼]에 있는 사람이 무릎을 꿇어 않은 사람[卩]에게 말[口]로 명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람의 말은 워낙 강력하여 상대의 ‘목숨’까지도 좌지우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