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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재원 마을 매니저·구미시 생활공감정책참여단 대표·선주문학회 회장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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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할 게 없다, 볼 게 없다’란 말을 흔히 듣게 된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란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법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지레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절망적인 언사를 먼저 뱉는 경우가 많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할 수 있는 일도 ‘코로나’를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조섞인 말을 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깝치고 재촉하며 금방 싫증내는 버릇들은 여전하다. 이제는 속도에 지칠만도 한데, 생각하는 시간은 더욱 짧아지고 참을 수 있는 시간은 아예 공제가 되어버린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은 최근의 저서에서 리셋(오류나 이벤트를 모두 없애고 컴퓨팅 시스템을 일반 상태나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 중 일과 교육이 대부분 인터넷에 의존하였고, 그나마 사회를 정상적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온라인서비스 덕분임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래서 비대면 경영, 디지털 콘텐츠, 로봇, 드론 배송같은 기업이 번창했는데 알리바바, 아마존, 넷플릭스, 줌, 쿠팡 등이 승자로 떠오른 건 필연적 결과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고객을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의 세계로 이끌었으며, O2O(online to offline) 즉 온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을 모두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상품(유형은 물론 무형의 서비스까지 포함하여) 제공 방식을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꾼 것이다.
슈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구분이 흐려지는 현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써, 농산품은 물론 대다수의 공산품, 교육, 컨설팅, 출판 등의 많은 경제 활동이 디지털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디지털이 일상을 지배하기에 이르렀음을 지적한다. 좋든 싫든 지금은 누구든 디지털 세계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웬만한 회의나 개인적 또는 사회적 교류가 원격으로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은 밖에 나가기가 꺼려지면서 온라인쇼핑에 적극적이고, 이전에 온라인쇼핑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쉽게 온라인쇼핑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전에 10%였던 온라인 뱅킹 이용률이 90%로 급등한 나라의 사례도 있다. 이른바 급격한 변화가 도래한 ‘뉴노멀’ 시대가 된 것이다.
자연 재해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지만, 팬데믹은 반대로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이러한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많은 예상이 있어 왔는데, 슈밥은 일상의 많은 측면에서 우선순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먼저 창의성이 폭발할 것이라 예상한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개인들이 상당한 발전과 많은 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는데, 아이작 뉴턴이 페스트 기간 동안 대학이 문을 닫고 있을 때 ‘중력의 역제곱법칙’을 발전시켰음을 상기시킨다. 페스트는 문학에서도 억압된 창의성이 드러난 계기가 되었는데, 런던 극장들이 문을 닫고 있을 때 셰익스피어는 많은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재능있는 기업가들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것이고, 실로 충격적인 사태가 일어났을 때 풍부한 창의성과 독창성이 발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다음은 코로나를 경험한 후, 강한 회복력을 가져야겠다는 욕구가 시간을 더 의식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의 소중한 순간들, 시간의 흔적을 자각하고 예전과는 다른 시간의 진가를 느끼기 때문에 다가올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태 소비를 통해서만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과도한 소비는 인간과 지구 모두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제는 덜 소비해야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연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환경에 대한 약탈을 줄이고 자연자산 관리를 위해 적극적인 인식을 가지리라 예상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슈밥의 이러한 예상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면 정말 위대한 리셋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일 때문에 시간이 너무 급해서,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습관대로 살아간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거대한 흐름을 따라 그냥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한다면 우리는 멈추어서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곰곰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의 혼란한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평가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는 혼란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또다른 문제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므로.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생각하고, 우리의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둔다면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주종관계를 계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