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서재원의 세상읽기(59)]‘구미학龜尾學’ 서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09일

↑↑ 서재원 마을매니저·구미시생활공감정책참여단 대표·선주문학회 회장
ⓒ 경북문화신문
우리 지역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의 재조명을 통해 이른바 구미학龜尾學을 정초하기 위한 학술 모임이 열렸다. 성리학 역사관 야은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는 전국에서 모인 역사 및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야은 길재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발제와 주제 발표가 있었고, 시민들은 이를 끝까지 경청하였다. 길재 선생의 충절이나 인생관, 도통에 대한 깊이 있는 조명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그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자못 엄중하기에 시민들은 학자들의 발표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600여 년 전 여말선초의 인물을 우리 지역의 상징적 인물로 설정하여, 그의 절의와 인생관에서 중요한 삶의 지표를 찾아내고 주자학의 도통 속에서 역사적 위상을 재조명하려는 노력은 구미학의 출발점으로서 마땅하다 하겠다. 또한 그로부터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시도이다. 구미학을 이끌고 있는 목요철학원에서는 길재 외에도 지역 출신 역사적 인물들의 자취를 계속하여 조명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바람직한 구미학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관이 확립되어야 한다. 구미를 바르게 구획하고 무엇을 연구대상으로 하며 어떤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로컬의 독자성을 넘어 국가나 세계적인 교류가 가능한 보편성 확보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학문과 이론만으로는 객관적인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의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석의 틀도 요구된다 하겠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구미학을 위한 심포지엄. 길재에 대한 많은 연구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오늘날 구미인들을 위한 핵심가치는 어떤 것일까.
종합토론에서 연구자들은 핵심가치 몇 가지를 제시하였다. 옳지 않은 일에는 분명히 ‘노’라고 대답하는 태도를 가질 것, 그리고 우리가 무한히 누리고자 하는 돈과 자유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염치없는 시민이 넘쳐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분수를 지키며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길재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툭하면 법을 들이대는 시류의 폭력성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므로, 수기치인을 이상으로 삼은 길재의 삶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도록 조언한다.

역사적 인물들의 발자취를 드러내고 본받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접근방식이 문제이다. 지역 인물들의 빛나는 가치는 선인들의 족적을 탐구하면서 생각하고 토론하는 가운데서 찾아낼 수 있다. 그것도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어떤 계기를 통해 스스로 지역을 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피상적인 몇 줄의 요약된 내용으로, 혹은 교과서식의 전달 방식으로는 지역을 제대로 알아가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지역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검토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구미학을 추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구미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가 으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일에는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구미학이란 애초 어불성설이어서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기 쉽다. 시민들의 삶과 생각이 담겨있지 않은 로컬문화는 당연히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모임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미학을 청소년이 디자인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 주자. 2040 세대가 허심탄회하게 구미학에 대해 얘기하도록 열어두자. 50세 이상의 시니어 캠프를 만들어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미학을 설계하도록 하자. 서점이나 도서관, 카페 등의 휴식공간은 물론 대학과 연계하여 구미의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하여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론이나 학술 분야와는 별개로, 일상에서 도출된 시민의 삶 이야기로부터 구미학은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모든 시민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경험을 집약하고 미래를 발굴하며 자치능력을 발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구미학의 바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미학은 구미시민만의 구미학이 아닌 한국을 위한 나아가 세계 시민들의 구미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09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구미시, 방치된 빈집이 시민주차장으로 탈바꿈..
상주시, 경북 최초 ‘정원박람회’ 연다...내년 10월 예정..
김천시, 김천상무 시민프로축구단 전환 않기로 결정..
김천시의회, 김천시민프로축구단 전환에 `반대` 공식 입장..
인사]구미시..
양옥자 작가의 구미를 그리다(20)]구미 금리단길..
김천시의회, 올해 국외연수 예산 전액 반납..
박상수의 고사성어]백년하청(百年河淸)..
구미 시내버스 이용객 지난해보다 22% 증가..
경북도, 외국인 학위과정 49.1% 증가...전국 평균 2배..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어스름 내린 아파트 1층 현관을 나선다. 불 .. 
<작업노트>구미 금리단길은 젊은 감성의 미식과.. 
백년하청(百年河淸) : 일백 백, 해 년, 물.. 
구미의 오랜 숙원사업인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