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구미시 생활공감정책 참여단 대표
@IMG1지난 8월에 전반기 구미학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다. 절의와 유학의 이념을 몸소 실천한 야은 길재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12월 초엔 여헌 장현광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하반기 심포지엄이 열려 역사적 인물을 통한 구미의 전통과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올해의 작업이 대강 마무리된 듯하다. 계명대학교에서 인문도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만큼 향후의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순 없으나, 구미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을 조명함으로써 구미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의미있는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광역시나 지자체에서 지역학의 중요성에 착안하여 지역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화는 오히려 로컬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부각시켰고, 지역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역시 더욱 관심을 받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지역마다 그들의 특성을 집약하는 노력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구미학 또한 지역학에 관련된 강좌나 인물들의 생애에 대한 고찰을 통해 구미에 대한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고찰을 이뤄내고자 하는 것으로써 시의적절한 시도로 보여진다.
두 번의 심포지엄을 통한 구미학의 시도에 대해 무어라 평가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능력도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참관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낌을 이야기하는 정도는 무방하리라 여겨 감히 몇 마디 해보고자 한다. 지역학을 꾸려 나가는 몇몇 도시의 사례에 나타난 지역학에 대한 정의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부산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학문적 지향 및 실천 활동(부산학)”, “인천 사회의 현실적인 역동성을 인문학적으로 규명하여 도시발전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인천학)”, “지역 사회의 당면 과제 해결과 미래의 발전과정을 모색하는 이론적・학문적 논리를 제공함(전주학)”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너무나 포괄적이고 선언적이어서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짧은 식견으로 볼 때 ‘도시의 미래를 위한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활동’은 어느 도시나 공통적으로 포함이 되는 것 같다.
‘구미의 미래를 위한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활동’. 이 말만 해도 대상과 범위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더구나 구미학이라고 해서 연구의 범위를 ‘구미’로 한정해서도 안 된다. 자칫 배타적으로 흐를 수도 있으니 경계가 되는 부분도 포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방향성에 대해선 많은 논의를 거쳐 정리해 나갈 문제이므로 논외로 해두어야겠다. 다만 지역학은 반드시 지역민이 함께 해야 하므로 지역민 곧 시민의 참여방안에 대한 언급을 꼭 해두고 싶을 뿐이다. 두 번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학술적 모임에 향토 사학자나 지역민들이 발표결과에 대한 견해 표명이 있었단 얘기는 없었다. 연구자들의 발표 내용에 대한 교감은 물론 연구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도 알 수가 없다.
일례로 여헌 선생은 길재 선생으로 부터 내려오는 도통에서는 비껴나 있는데도 인물 선정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시민들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다. 본인 역시 길재 선생 이후의 인물에 대한 검토는 도통을 이어받은 단계 선생이나 신당 혹은 송당 선생일 줄 알고 있었는데 여헌의 생애를 다루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연구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 여헌의 학문적 업적이나 실천적 자세로 말미암은 것임을 알고 수긍은 되었지만, 나 아닌 다른 시민들 혹은 향토 사학자들이 함께 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는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구미의 정체성을 구미의 인물을 통해 찾아내려는 노력은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작업엔 어느 정도의 시민들 교양과 지속적인 참여 그리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다음에 어떤 가치에 대한 동의를 획득해야 한다고 본다. 인물이나 지역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나 애향심 정도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른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 민주적인 의사 결정 역량,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참여해야 지역의 새로운 문화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구미학이 나갈 방향과 나란히 가면서 성취해야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지역학이 지역민의 공동체 형성을 전제로 할 때, 연구에만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학자들의 전문적인 연구는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겠지만, 지역민의 삶을 고려한 실천적 지역학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이는 시민교육으로서 구미학의 강좌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새삼스럽게 무슨 시민교육 운운이냐 할지 모르겠으나, 지역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이해를 돕는 강좌의 개설은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 시민교육으로서 지역학에 적절하고 적합한 주제를 추출해 내고, 시민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 즉 교육이나 경제, 도농문제, 문화, 주민자치 등 지역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지식습득이 중요하다. 동시에 공동체 의식의 고양, 자율적 참여 방안 등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를 이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이지만 많은 시민들은 일상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형식이나 관행에 매이지 않고 거리낌 없이 자기 생각을 터놓고 솔직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구미학에 대한 강의와 공론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지역민은 강좌의 대상자이기도 하지만 지역학의 주체가 되어야 하므로 시민을 주체로 만드는 일은 제대로 된 구미학으로 가는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구미 시민이 단순한 개인의 차원에서 벗어나 민주시민의 역량을 가진 시민임을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구미학 강좌가 이곳저곳에서 그리고 마을마다 펼쳐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