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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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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건국 때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켰던 야은 길재가 낙향해 후학을 양성한 곳인 구미시 도량동 밤실마을(문장로 12길 9-14). 마을 골목길에 그려진 벽화가 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밤실벽화마을로 불리며 구미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산초등학교(문장로 14길)에서 구미고등학교(문장로 8길)까지 2km에 이르는 밤실마을 벽화길은 야은 길재 선생의 이야기와 함께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골목길이 주는 감성을 느끼며 구석구석 숨은 벽화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그림부터 재미있는 주제의 그림과 다양한 색깔의 꽃과 나무 등 벽화를 구경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야외 미술관을 관람하는 느낌마저 든다.
벽화길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백건이 작가와 1,800여명의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완성됐다. 밤실벽화마을 책임작가인 백 작가를 만나 밤실벽화마을과 함께한 시간을 들여다봤다.
벽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아이가 도송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아이의 학교 가는 길이 예뻤으면 하는 마음으로 벽화를 그리고 싶었다. 방법을 찾았지만 마땅한 경로가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그로부터 3년 뒤 삼성의 후원으로 마을환경개선을 위해 벽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금오종합복지관을 통해 함께 벽화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1년을 목표로 시작을 했는데 1년 뒤 열린 마을 축제에서 마을 주민들의 감사 인사에 못이겨 1년을 연장했고, 또 연장을 하다 보니 3,4년이 됐고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을 이어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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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애착이 가는 벽화가 있다면벽화마을 안에 ‘시크릿가든’이라는 골목이 있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작고 좁은 골목인데 골목의 특성상 이웃들이 한 가족처럼 지낸다. 이곳 골목의 벽화 작업을 하는 날은 여러 집에서 음식들을 내어오고 골목에서 전도 부쳐서 막걸리도 한 잔하는 잔칫날이었다. 이웃 간의 정이 끈끈했던 '시크릿가든' 골목의 벽화 작업이 가장 즐거웠다. 당시 열 살이던 아들의 모습을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골목에 벽화를 그렸는데, 어느덧 아들은 스무 살이 됐고 키도 훨씬 컸지만 벽화 속 열 살 소년을 보면서 그때를 추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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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느 날 할아버지 한 분이 사진을 한 장 건네며 "기르던 강아지가 죽었는데 가족 같았던 강아지였다"며 대문 앞 담장에 그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벽화 작업이 끝나고 할아버지가 그림을 보시더니 "마치 강아지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고 연신 고맙다며 엉엉 우셨다.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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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골목 입구에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한 오염 문제가 심각해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는데 벽화가 그려지고 나서부터는 무단 투기가 없어지고 골목 입구가 깨끗해졌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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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점은 없었나10년이란 시간 동안 한 작가만 작업을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었는데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재료비만 받고 재능기부 봉사로 하는 걸 알고는 그런 이야기가 없어졌다. 작업을 하면서 페인트가 쏟기는 등 차를 두 번이나 폐차시켰지만 열심히 작업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예쁘게 바뀐 담장을 보며 좋아해주시는 주민들, 벽화를 즐겁게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은
작품 활동은 올해 부산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고 벽화 외에도 그림을 계속 그리고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차에 재료를 싣고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시골이나 바닷가 낡은 담벼락 등에 그림도 그려 드리고, 밥도 한 그릇 얻어먹으면서, 또 때로는 마을 회관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그런 로망을 갖고 있다.
백건이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이태리 MARNGKONI PIEGINE SCHOOL를 수료했다. 파리와 국내에서 개인전 22회, 부스개인전 6회, 단체전 200여회 등의 전시회를 가졌다.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한국미술협회와 구미여류작가회, 계명한국화회 등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중 골목에서 나온 주민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집은 아들이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쁜 여자분의 그림을 부탁했고, 철물점 사장님은 철물점 그림을, 또 저 집은 돈이 많이 들어오는 해바라기 그림을 부탁하기도 하고...”
밤실 벽화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만큼 백 작가의 그림은 따뜻하면서도 정감어리다. 앞으로 또 어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그려갈 지 백 작가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