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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경(micro515@hanmail.net)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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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는 파도가 힘차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육지에 오르고 싶은 열망과 함께 앞뒤로 세차게 반동을 주어 방파제를 넘어 육지로 향한다. 그런 동해가 좋다.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때면 시원시원하게 파도치는 동해가 생각이 난다. 그럴 때면 차를 몰아 긴 고속도로를 타고 한반도 동쪽으로 향한다. 산등성이 사이로 동해가 보일 때면 가슴이 뻥 뚫린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가슴이 답답하여 동해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친구와 함께 1박 2일 여행을 계획하고 나섰다. 내비게이션에 첫 번째 여행지로 울진 후포항을 목적지로 설정했다. 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덕 IC에 내려서 해변도로를 타고 울진으로 갈 예정이다.
날씨는 먹구름 끼고 눈바람 날리듯 비가 내렸지만, 영덕에 도착해서 보이는 바다는 날씨에 상관없이 자신을 강렬히 뽐내고 있다. 날이 맑을 때보다 더 높고 센 파도가 더 열정적으로 육지에게 구애한다. 자신을 품어 달라고…….
바닷가를 따라 운전하다가 길가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동해를 한참 바라보았다. 동해는 수평선에서 반복적으로 파도를 밀려 보내는 일이 지루하지도 않은지 여러 형태의 파도를 육지에 끊임없이 보낸다. 파도가 곳곳에 설치된 방파제 때문에 일정한 높이 이상 모래사장 위까지 올라오지 못한다. ‘조금만 더 힘차게, 조금 더 높게!’ 속으로 파도를 응원한다. 파도는 포기하지 않고 타이밍 맞게 반동을 주어 큰 물결을 만들어 방파제를 넘어서 모래사장 끝까지 올라온다. 나와 달리 한 가지 일에 집중에서 해내는 동해가 부럽다. 내가 부끄럽다.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바다에 던진다. 나도 너처럼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웅장한 파도 소리가 응원처럼 들린다.
다시 차를 몰아 원래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했다. 울진 후포항은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왔던 곳이다. 그때는 날이 맑아서 등기산 언덕에 조성된 등대공원과 마주한 동해는 아름답게 빛이 났었다. 태양 빛이 바다 위에 비추어 육지에서 태양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졌었다. 그 모습을 아버지와 함께 한참 본 것이 생각난다.
바닷바람에 날리는 비를 친구와 함께 우산으로 받치며 등대공원을 돌아다녔다. 나를 앞서 걷는 친구의 뒷모습이 아버지 뒷모습과 오버랩된다. 아버지와 함께 앉아 바다를 한참 바라보았던 정자에서 똑같은 자리에 친구와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그때보다 더 활기차게 치는 파도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슬픔 때문이다. 슬픔을 바다에 던졌다. 그 슬픔은 파도에 부수어지고 저 수평선으로 밀려 나간다. 아름다웠던 아버지와의 추억이 슬픔이 벗겨진 채로 내 가슴속에 저장된다. 그 옆자리에는 친구와의 즐거운 추억도 같이 놓아 둔다.
다음 목적지인 울진 죽변항으로 갔다. 저녁거리를 사 들고 숙소로 들어왔을 때는 밖은 이미 어둑해졌다. 숙소 창문은 어둠으로 도배되었다. 밝을 때와는 달리 어둠에 잠식되고 파도 소리만 들리는 바다는 무섭다. 차마 바다 멀리 바라보지 못한다.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밤이 깊어질 때 숙소에 불을 다 끄고 조용히 검은 바다를 본다. 빨려 들어갔던 공포를 내려놓고 나 자신을 저 검은 바다에 던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 둥둥 떠서 가만히 파도 소리를 듣는다. 파도에 내 마음도 밀리고 들어오면서 고민, 걱정, 두려움, 슬픔, 복잡함이 스러져 간다.
해가 뜨기 전 아침에 숙소 근처 방파제 앞에 섰다. 파도는 어제보다 잠잠해졌다. 바다에는 구름이 빽빽이 덮였지만, 육지는 느슨해서 구름 사이로 강낭콩같이 빛나는 달이 보인다. 태양은 찬란하게 자신을 뽐내며 떠오르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내린다. 은은히 보이는 태양의 빛줄기가 바다 위를 군데군데 비춘다. 남아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바닷바람이 실어 모두 동해에 던진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구름은 다 걷어지고 밝은 태양이 내 머리 위로 밝게 비췄다. 내 마음에는 어떠한 부정적인 것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홀가분한 마음이 다시 무겁게 채워지면 다시 동해를 찾아올 것이다.
누구나 하나 이상은 삶이 지칠 때 위로받거나 에너지를 채우게 하는 각자만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것만 있어도 어려움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박가경(micro515@hanmail.net)
※본 기고문은 지역의 수필 문학인으로 구성된 '금오산수필문학회' 회원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