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이일배의 살며 생각하며(2)]침대 위에서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
↑↑ 이일배 수필가(전 인동고 교장)
ⓒ 경북문화신문
침대가 편안하다. 아늑하다. 지난날에는 침대 위에서 자는 잠이 어쩐지 편치를 못하고, 어떨 때는 허리가 저리기도 하던 때가 있었다. 그저 따뜻한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이리저리 뒹굴며 자는 것이 제일이라 여겼었다.

뭐가 잘못되었던지 기력을 잃고 쓰러지면서 척추에 금이 가는 환란을 당했다. 두어 주일 병원 신세를 지다가 나왔다. 허리가 몹시 아파 마음대로 드러누울 수도 없고, 누우면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눕고 일어나는 일이 세상을 바꾸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먼데 있는 아이들이 알고 사방 알아보고는 전동 침대를 들어오게 해주었다. 리모컨만 작동하면 앉은 사람을 눕게도 해주고, 누운 사람을 일어나게도 해주었다. 누우면 허리가 불편할 때 상체와 하체 부분을 약간씩 들어 올리면 허리가 편안해진다. 문명의 이기란 이런 것인가.

어느 날부터 책상다리 자세로 바닥에 앉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 와서 앉기도 힘들고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무릎을 세우고, 등을 기대니 그런 불편이 줄어들었다.

누구와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그곳의 앉을 자리가 의자식이냐, 아니냐를 살펴서 될 수 있으면 의자가 있는 집을 찾아 약속을 정하기도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진 탓인지 의자로 바꾸는 집이 늘어나 갔다. 행정 당국에서 보조금을 대주며 바꾸라 한다고도 했다.

지난날 인디언들은 의자에 앉기를 마다했다. 의자에 앉으면 생명을 주는 대지의 힘으로부터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땅 위에 앉거나 눕는 일은 인디언에게는 만물의 근원인 땅을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기 위하는 일이라 여겼다.

아이들에게도 땅을 가리키며 “우리 어머니 무릎 위에 앉자. 어머니로부터 우리 모두 나왔고, 다른 모든 생명체도 나왔다.”라고 가르친다. 인디언들은 병이 나도 자연에서 얻은 잎사귀와 뿌리, 그리고 심신의 안정으로 다 다스릴 수 있었다.

인디언에게는 야생이란 없었다. 자연이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더없이 친밀한 형제들이었다. 사람도 다른 자연물과 마찬가지로 그 자연 속에서 함께 살고 있기에 야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세상 모든 것이 야생이었다.

그러한 인디언을 야만인으로 본 백인들이 그들의 생활 터전을 침략하여 자신들의 문명한 생활 방식으로 살 것을 강요했다. 그 바람에 별다른 큰 병을 모르고 살던 인디언들이 갖가지 병을 앓게 되었다. 인디언들은 백인들이 자기들에게 준 건 독한 술과 총과 병뿐이라 여겼다.

인디언들은 문명한 백인들이 지배한 후 얻게 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백인들이 만든 문명에 의지하게 된다. 문명이 병을 만들고, 문명이 만든 이기로 병을 이기려 했다. 문명이란 병부터 주고 그걸 미끼로 약을 주어 이득을 취하는 마약상 같은 존재라 할까.

내가 쓰러진 것도, 그로 인해 척추가 곤경을 당한 것도 모두 먹는 일, 사는 일에서 의지하는 문명 때문인 것 같다. 그걸 이겨내기 위해 병원이라는 문명 시설과 의사라는 문명 인력에 의지하고, 지금은 침대라는 문명의 이기에 의지해 편안함을 얻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어이할까. 나만이 겪어야 하는 불행은 아닌 것 같다. 누가 이러한 문명을 넘어설 수 있으며, 누가 이 굴레를 벗어나 살 수 있는가. 누구도 이 문명을 벗어나 살 수 없는, 철저하게 문명의 노예가 되어 버린 이 현실이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내가 지금 이 침대의 편리를 누리며 아늑함을 느끼고 있는 이 편안이 오히려 처연하다. 병든 문명인이 되어 살면서 이를 이겨내기 위해 다시 문명 속을 찾아 들어야 하는 것이 어찌 처연하지 않은가.

다른 도리가 있을까. 조금씩이라도 문명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애써볼 수밖에 없다. 문명이 만들어 낸 맛난 것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문명이 빚어낸 편리한 기기를 조금이라도 덜 쓰기를 애쓰는 일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나의 처지에서 침대의 편리를 누릴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 보자. 허리와 다리가 편치 못할지라도 두 발로 걷기를 애써 보자. 맛난 것을 탐하기 전에 좀 거칠지라도 몸을 도와줄 수 있는 걸 찾아보자.

침대 위에서 일어나 바닥으로 내린다. 허리에 힘을 주며 팔다리를 흔들어 본다. 하늘을 보며 숨을 깊이 들이켜고 내쉰다. 뚜벅뚜벅 걷는다. 병 주는 문명의 너울이 조금이라도 벗겨지기 바라며, 문명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운 내 몸을 바라며-.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6.3 지방선거 구미시장·도의원·시의원 선거구별 후보자 득표순위..
6.3 구미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 53.74%...지난 지선 대비 10.94%p 상승..
김장호 구미시장 당선 ˝시민 모두의 승리˝..
`경북 K-푸드, 세계를 맛들이다` 2026 경북농식품대전 4일 개막..
구미시, 투표소 100곳 최종 점검...3일 오전 6시부터 투표 시작..
구미로컬푸드직매장, 개장 3주년 풍성한 감사·할인행사 열려..
국립금오공대 갤러리, 변금조 작가 초대전..
구미 해평면 낙산리 고분군 야행, 19~21일까지 열려..
안재민 상주시장 당선...‘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살아나는 상주’..
기고]신분증 준비해 주세요!..
최신댓글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103동이 아니고 104동 입니다.
낙동강 취수원 문제로 어설프게 덤볐다가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어설프게 정치꾼 행세하다가 되지도 않는 안전문제를 핑계로 이승환 공연 취소해서 전국민 비웃음꺼리 만들고 진짜 안전 위험 인물 전한길은 집회 허가하고 제대로 된 기획력 없이 매번 어설픈 낭만 타령 문화행사만 일삼는 현 시장 못마땅해 민주당 찍으려고 해도 시장 재직 기간 아무런 행정력도 발견하지 못한 장세용씨를 다시 내세우다니... 구미에 그리도 인물이 없는가?
구미대 항공헬기정비학부 전체 학생들의 단합된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요즘은 개인적인 성향들이 많다보니 함께하는 모습 넘 보기 좋고 흐믓합니다.
민원인들 중에서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누구는 유료로 이용하고 누구는 무료로 주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형편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저렇게 현수막을 걸어 놓은 듯. 관리자의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 둘다 본다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해 하려는 마음이 문제라고 느껴짐.
역시 정론직필!!
예방법없음
따뜻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볼수 있지만 관심을 주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후원해 주신 에스엠디에스피 대표님과 선행을 알려주시는 경북문화신문과 김예은 학생 기자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단체장이 불법?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오피니언
"신분증 준비해 주세요~.""마스크 좀 내려 .. 
새옹지마(塞翁之馬) : 변방의 늙은이의 말.塞.. 
쇼펜하우어는 지식을 체화시키는 것에 대해 이런.. 
"호국영웅들이 지켜낸 대한민국, 우리가 이어가.. 
여론의 광장
경북도, ‘APEC 2025 열차’ 대구와 함께 달린다..  
˝구미 전통시장에서 장보고 14만원 환급받으세요˝..  
구미도시공사, 체육본부장 공개모집..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