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와 존재 의미 찾기
정호승의 『항아리』, 권정생의 『강아지똥』
작가 한강을 올해(2024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탄생시킨 소설 중의 하나인 ‘채식주의자’는 한국 현대사회의 이면과 더불어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하여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청소년들의 경우, 인간 존재의 본질 탐구로서 자신의 정체성 이해 및 확립은 그들의 주요한 발달과업이다. 이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관련되는 일이다. 이것을 확립하는 것은 다중지능 중 ‘자기 이해 지능’을 높이는 일로서 자존감의 밑거름이며, 강한 삶으로 나아가는, 진로 설정과 인성 발현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소중하다.
청소년들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부모의 억압이나 이혼, 동성애, 인조인간(재생로봇), 관계 부적응과 폭력, 분리된 자아, 이름(별명), 외모 콤플렉스 등이 청소년 소설에서 드러나는 정체성 형성 요인들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요인에 대응하여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서 유념할 점을 청소년들 자신과 부모의 두 측면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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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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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에 대한 확신청소년 자신들의 주요 발달 과업인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다. 이와 관련하여 도움이 되는 두 가지 동화를 든다면 정호승의 『항아리』와 권정생의 『강아지똥』이다.
‘항아리’는 뒷간 마당가에 버려진 기간을 인내하였고, ‘오줌독’이 되어서도 배추와 무밭에 오줌을 뿌려주는 용기(用器)로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큰 절의 종각 밑에 묻혀 범종의 음관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이 세상을 위해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강아지똥’은 흰둥이 강아지에 의해 길에 놓이게 되었을 때는 옆에 있던 ‘흙덩이’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봄이 되어 민들레 싹으로부터 자신의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는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이렇듯 이 세상에 소용없는 생명은 없다.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며, 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문제점을 찾아 고쳐 나가고자 하는 실천과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비록 지금의 상황이나 역할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참고 기다리며 노력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마주할 때가 오는 법이다. 청소년 스스로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항아리’, ‘강아지똥’과 같은 사물과는 달리 인간의 실제 삶은 기다림과 더불어 능동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곧, 자기주도적인 삶과 관련하여 누구나 한 가지 이상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니, 그것이 이른바 다중지능이론이 가르쳐 주는 강점 재능 찾기라 하겠다.
그리하여 ‘항아리’, ‘강아지똥’과 같이 때를 기다리는 한편, 나아가 강점 재능을 발견하여 그것을 발현할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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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정체성 형성에 대한 부모의 합리적 협조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모든 관계 중에서 가장 가깝고 끈끈한 관계로서 자녀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적 현실에서, 진로‧진학 문제와 관계될 때 정체성 형성에 있어 부모 요인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예컨대, 이선주의 『맹탐정 고민 상담소』의 경우, 첫 번째 이야기인 ‘윤미의 핸드폰 분실 사건’은 학업과 생활에 대한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윤미의 대응 사이에 일어나는 고민을 다루고 있다. 전아리의 「초콜릿을 먹는 오후」는 이혼 가정의 홀어머니가 지나친 집착을 가지고 있어서 여고생 딸의 정상적인 자아 형성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두 작품은 공히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자녀의 정체성 혼란이라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꼭두각시형’ 정체성 형성 요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지나친 집착에서 벗어나 적절한 거리 두기를 통하여 자녀들의 바람직한 자아정체성 형성을 위해 합리적 협조를 하는 것은 이 땅의 부모들이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18~19쪽.
우동식, 「청소년문학에 반영된 자아정체성 형성의 요인」,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아동문학세상》 제116호(2022년 봄), 227~233쪽.
이선주, 장편소설 『맹탐정 고민 상담소』(문학동네, 2029).
전아리, 「초콜릿을 먹는 오후」, 『울고 있니 너?』(우리학교, 2013), 124~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