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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 (3)]사회①-경쟁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13일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경북문화신문
경쟁에서 승리하는 비결
-존‧보어의 『호박』

올해(2024년) 여름 파리 올림픽에서 16세(고2)의 사격 금메달리스트가 된 반효진 선수는 평소 심리 훈련을 통해 경기 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것이 그녀의 성공 비결 중의 하나라고 한다.
 
미국의 델라코트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한 존 보어(John Bauer)의 ‘호박’은 경쟁에 임하는 자세와 승리의 요건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주제는 특히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절실한 문제로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반효진 선수와 같은 16세의 고등학교 여학생 ‘엘리’이다. 초대형 호박 경진대회에 출전한 그녀에게서 찾아낼 수 있는 경쟁 승리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녀 자신이 지닌 투철한 자아 정체성 인식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하기라 하겠다.

진정한 승리의 요건 (1) 투철한 자아의 정체성 인식
주인공 엘리는 “인생이란 자신을 찾아가는 한 과정”이라고 말하는 농부 할머니로부터 호박 재배법과 아울러 철저한 농부 정신, 곧 흙의 정신에 뿌리를 둔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꺾이지 않는 정신을 배웠다.

그녀가 처음으로 호박에 호기심을 느끼게 된 것은 신데렐라에 나오는 거대한 애드벌룬만한 호박에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초대형 호박을 재배하는 이유는 투쟁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호박을 재배한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투쟁의 연속이다. 그 이유는 비바람과 서리와 곤충과 곰팡이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투쟁하지 않으면 호박은 한순간에 죽고 말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대한 작물 뒤엔 언제나 재배자의 숨은 공로가 있는 법이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인생은 투쟁이고, 투쟁하는 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을 호박 재배를 통하여 보여준 것은 대견한 일이라 하겠다.

진정한 승리의 요건 (2)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하기
엘리에게는 주위에 좋은 협조자들이 있어서 그녀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할머니는 엘리에게 자기 본분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쟁의 원리를 가르친다. 곧, 경쟁에 있어 초점을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둘 것을 권한다. 경쟁이라 해도 상대방과의 비교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념(一念)이 소중하다는 것을 현명하게 지도해 주신 것이다.

마침내 엘리도 그러한 원리를 체득하여 자신의 초대형 호박인 <맥스>에게 적용시키게 된다. 그녀는, 스스로 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자기 자신에게만 충실하면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응용하여, <맥스>에게 “너는 틀림없는 챔피언이니까 다른 호박들을 의식할 필요 없이 너 자신의 성장에만 힘쓰면 된다.”고 다독여 준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자기충족 예언 내지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엘리에게서 할머니 다음으로 소중한 정신적 협조자는 역시 농부 정신을 갖춘, 슬기롭고 용감한 연인 웨스였다. 게이더즈빌 고등학교 농예 클럽의 회장을 지냈으며, 농과 대학을 지망하여 농부가 될 꿈을 꾸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도 엘리에게 경쟁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할머니와 비슷한 생각을 말한다. 그는 승리의 비결은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는 데에 있으니 네 자신에게만 모든 힘을 집중시키라고 하였다. ‘어제의 나’보다도 ‘오늘의 나’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남에게 승리하기보다 지금까지의 나에게 승리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그것이 ‘착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실천한 사례를 우리는 골프의 여왕 박세리 선수의 ‘무심(無心) 골프’나 박인비 선수의 ‘돌부처 골프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마지막으로 출전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색깔보다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펼치기에 더 집중하던 김연아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그들은 알았다. ‘토기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이긴 이유는 특별히 상대가 ‘토끼’였기 때문이 아니라, ‘거북이’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길을 온 힘을 다해, 중단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올해(2024)의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치열한 입시 경쟁에 들어서게 되는 시점에서,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승리의 탑을 쌓는 자세와 요건에 대하여 많은 충고와 아울러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는 소설 『호박』을 선사하고 싶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186~190쪽.
전옥표, 『착한 경쟁』(비즈니스북스, 2015).
↑↑ 우동식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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