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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29일
이 장 우[중소기업학회장,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 경북문화신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해묵은 과제다. 정부는 압박하고 당사자인 대기업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존 틀을 뛰어넘기 위한 근본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대만큼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대기업들이 상생의 틀 안에 쉽게 들어오지 않고 있는 원인을 따져보아야 한다. 한 마디로 상생을 할 경제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론과 대통령의 한마디와 같은 사회적 압력만이 이유였다. 상생이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데 ‘을’에 대한 존중은 글로벌 경쟁에서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


 


대기업 상생협력 현황조사를 보면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주요 대기업의 97%가 추진하고 있는 반면 담당부서 임직원 평가 시 상생협력 실적을 반영한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하다. 위에서는 한다고 말을 해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리해 보자. 제일 심각한 것은 부당 단가인하 요구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전부 반영해 주는 경우는 100건 중 7건에 불과하다. 대신에 하락 시 즉각적인 단가인하 요구가 들어온다. 두 번째로 심각한 것은 부당 거래조건이다. 재무정보나 가술자료와 같은 기밀사항들을 정기적으로 제출하게 한다. 결제기간 단축 등을 빌미로 대금가격을 또 다시 깎는다. 세 번째는 기술 탈취다. 납품과 거래를 빌미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기술 탈취 후 거래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가 알면서도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굳어 온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 정책에 있다. 대한민국 전체 기업 수의 99%를 중소기업들이 차지해도 수출과 GDP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대기업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묵묵히 ‘을’의 위치를 지켜온 다수 중소기업들은 그저 감성적으로 호소할 뿐이었다.


정부도 지난 수 십 년 동안 중소기업들의 딱한 처지를 살펴 경제적 약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개발했다. 하지만 진심은 대기업들의 대량생산시스템 유지를 위한 부품공급처로서 중소기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적자(嫡子)와 서자(庶子)의 전통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힘 있는 경제부처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지원에 쏠려있고 불공정거래를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차도 약자인 중소기업 편은 아니었다. 그러니 법이 있어도 실천이 안 되고 적자가 서자를 인정하고 존중할리 없다.


 


지금의 상생협력 정책은 이러한 역사적 관계를 구조적으로 바꾸어야 성공할 수 있다. 국민들의 기대도 어느 때보다도 높다. 물론 또 다시 실망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10대 그룹사들은 전액 현금결제, 투자펀드, 성과공유제 등 상생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상생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또 다시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베푸는 듯한 정책들을 내놓지만 대부분 문제의 본질에서 비껴나가고 있다. 나는 하느라고 하는 데 2, 3차 협력업체로 온기가 안 간다고 다시 중소기업 간 문제로 돌려버린다. 다시 강조하건대 문제의 본질은 부당 단가인하, 부당 거래조건, 부당 기술취득에 있다.


상생이란 궁극적으로 법과 제도만으로는 안 되고 문화와 마인드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고 한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어떤 문화와 마인드도 최소한의 법과 제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미국이 자유국가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문화만이 아니라 강력한 경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상생의 문화를 논의하기 전에 공정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법과 제도를 지키도록 해야 하는 단계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상징적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첫째, 비보복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의 하도급법 아래에서 공정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도 물론 억울한 중소기업이 신고할 수 있지만 입증책임이 중소기업 자신에게 있으니 이 얼마나 있으나마나한 법인가?


둘째, 징벌적 배상제를 시행해야 한다. 구두계약을 위반할 시 3배의 배상을 하도록 한다면 정치 자금법에 비교해서도 그리 과한 조치는 아닐 듯싶다. 셋째, 비밀유지약정의 의무화이다. 각종 거래상담 시 비밀유지약정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진적 계약문화의 표현일 수 있다. 또한 적자가 서자를 존중하다는 마음의 표현이 된다.


20세기 못 이룬 상생을 과연 21세기에는 이룰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21세기는 상생에 의한 화합의 세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혼자만 열심히 해서는 생존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작은 조직의 창조력과 기민성을 사와야 한다. 고용 창출원으로서 대규모 조직의 가치가 떨어지고 작은 조직의 창조력이 고용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상생협력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국가경쟁력에 직결된다. 성공적 상생의 단초는 대기업의 포괄적 시혜에 있지 않다. 공정거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개의 상징적 규칙과 룰이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출처:국회경제정책포럼(대표의원 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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