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별할 이유는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안의 본질을 보는 것이죠.”
조형 작업을 통해 시각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최대광 작가는 익숙한 오브제를 통해 낯선 감정을 일으키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질문을 꺼낸다. '어색한 익숙함'을 통해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숨은 가치를 찾는 최대광 작가를 '구미 청년작가 열전' 네번째 작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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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광 작가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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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린다.안녕하세요. 조형 작업을 하고 있는 최대광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빠이고, 지역에서 소상공인으로 살아가면서 동시에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입니다.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복합적인 현대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 중 한 명이죠.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시각-조형 언어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전달과 소통을 위해 주변의 현상과 형태를 차용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증언하려는 시도를 해요. 작품에서는 친숙한 오브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들을 조합하는 형식인 앙상블라주(assemblage) 기법을 자주 씁니다.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브제를 조합해 인지적 부조화나 어색한 익숙함을 만들고, 이를 통해 그 본래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죠. 작업자마다 그 가치관이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차이가 있겠지만 저의 목적은 숨은 가치 찾기에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본질을 파악하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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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광 작가의 작업실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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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조소를 전공하면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보다는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갈망하며 서서히 작가로서의 삶에 스며든 것 같아요. 작가는 단지 그렇게 말하는 방식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관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죠. 저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놓치기 쉬운 것들 속에서 본질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어요. 평생 전시회 한 번 가보지 않은 사람도 ‘이건 뭐지?’ 하며 눈을 멈추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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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SH'_왜 어떤 것은 귀하고, 어떤 것은 하찮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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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봉투와 명품가방은 모두 물건을 담는 형식입니다. 같은 형식이지만 왜 어떤 것은 귀하고, 어떤 것은 하찮게 여겨지는가. 즉 가치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것이 얼마나 상대적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최 작가는 "종량제봉투를 액자에 넣으면 귀한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때에 따라 "그렇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세워놓자 '예술'이 된 것처럼 '종량제봉투' 또한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가치는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이나 인식에 있는 것이다.
-현재 예술 활동 외에도 소상공인으로 일하고 있다고요?맞습니다. 현실적으로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기회, 운이 필요하죠. 저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또 작품을 돈으로 사고파는 데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계를 위한 일을 병행해왔고, 지금도 성실한 납세자이자 소상공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일이 오히려 작가로서도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되었어요. 작업과 생계, 둘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10년 전부터 오로지 작업만 하여 지금까지 온 것이라면 과연 지금도 작가로 존재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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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E GOES ON-ENSEMBLE'_돌잔치, 장례식 등 기쁘고 슬플때, 죽고 사는 것의 벽, 즉 그 무게라는 시각인 것.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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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이 작가님께는 어떤 의미인가요?어느 날 여섯 살 된 아이에게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었더니, “식당 요리사”라고 하더군요. 서운하진 않았지만 저의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업은 저 자신을 아이에게도, 세상에게도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억울함이나 감정을 시각적으로 아웃풋(output)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거죠. 그것이 저에겐 해소이고, 소통입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지요?최근엔 시각적인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키네틱아트처럼 움직임이 있는 형식도 염두에 두고 있고요. 하지만 본질은 개념미술에 가깝고, 그것이 제게 가장 적합한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다른 방식으로 다른 오브제를 사용해서 복제되지 않는 개별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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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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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LE BLUE'_복숭아, 참외, 서양배 등 과일에 탯줄을 달아 의인화, 과일의 출발이 초록이듯 인간도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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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청년 작가들을 위해 구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즘 구미도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회는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어져야 해요. 문화예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예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요약력>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TEAF 국제설치미술제 참여작가
-신화예술인촌 1주년 지역작가 초대전
-울산, 부산, 춘천, 대구, 구미 등에서 공공/민간 프로젝트 참여.
-現 구미 레지던시 1기 입주작가
-2024 개인전 “사고[思考], 팝니다.”
-단체전 및 기획전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