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갖추어야 할 충분조건으로서의 ‘인성’미래 사회의 뛰어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진로’와 ‘인성’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재능으로서의 ‘진로’ 역량은 리더로서의 필요조건이라면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올바른 품성으로서의 ‘인성’은 리더로서의 충분조건에 해당된다. 쉽게 말해서 그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성교육은 진로교육과 함께 우리 교육의 양대 축으로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주목할 만한 청소년 소설로서 김송은의 『6교시 인성 영역』을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마음이다.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요소가 없지 않으나 ‘인성 시험’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의 도입이 돋보인다. 그러기에 내용 설정의 타당성보다는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인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발로 자체에 대해서 청소년이나 어른을 막론하고 건전한 상식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여겨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 속의 한국에서는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온갖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성인 자격 인증 제도가 시행된다. 수능 마지막 6교시에 인성 영역이 신설되고, 6교시 커트라인을 통과한 자만이 성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성인이 된 자는 6개월 이내에 부모와의 동거생활을 청산하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레지던스로 이주해 독립해야 한다. 그러나 통과하지 못하는 미성인들은 지구를 떠나는 은하열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미성인들은 미성인들끼리 모여 사는 세계다.
구체적으로 이 소설에서는 세상이 4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1구역은 인의예지를 갖추고 경제 활동이 가능한 젊은이들의 사회, 2구역은 1구역에서 살다 나이가 들면 가는 곳이다. 3구역은 악당으로 변한 1구역 사람들을 수용한 소행성이고, 4구역은 1구역에 살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나이가 든 성인들이 사는 별이다. 1구역에 들어가려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3번의 기회 안에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1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이쯤 되면 ‘가상’ 현실을 다룬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소설 속에는 6교시 인성 영역에 대비하는 주인공들의 고군분투와 아이를 위해 모성애를 제거하는 엄마들의 절규가 함께 펼쳐진다. 등장인물인 서연과 동하, 정훈, 민수, 예원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입시에 도전하는 입시생이다. 이들은 자기만의 질풍노도를 통과하며 끝없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위의 입시생들 중 인성 영역과 관련하여 현실적 개연성이 높은 행동을 보여주는 인물로는 ‘이정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먹이 아니라 비상한 머리로 짱을 먹은 학교의 전설, 정훈은 보육원에서 저명한 의사 집안으로 입양된 학생이다. 부모가 냉정하게 자신을 대하자 관심을 끌려고 자전거로 사람을 치고 달아나는 등 사고를 치며, “가해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짜릿함”(169쪽)을 즐긴다. 이런 행실로 인하여 그는 공부는 전교 1등 수준이지만 6교시 인성 영역 점수는 계속 떨어진다. 그는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들며 모두를 속이는 생활을 한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다. 그는 6교시 인성 영역 점수를 묻는 아버지에게 45점으로 탈락했으면서도 95점 1등급이라 거짓으로 속이다가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버지는 머리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를 데려온 것을 후회한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그가 저지른 잘못이 성적을 속인 것 하나뿐이 아님을 확신하면서, “정직하지 못한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아울러 “나는 더 이상 너를 믿을 수 없다는 뜻”(194쪽)을 통고하면서 사실상 파양(罷養)을 선언했다. 양자의 지위를 잃은 그에게는 마침내 4구역으로의 추방령이 내려졌다.
우리는 ‘정직’이 인성의 핵심 덕목 중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위정자든 일반 생활인이든, 관리자이든 사원이든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을 그 구성원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완벽한 부모들’이 놓치기 쉬운 인성 영역
일본 소아과 전문의인 나리타 나오코는 그의 저서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에서 ‘양육(養育)은 자녀를 향한 걱정을 기다림과 함께 신뢰로 바꾸는 여정’이라는 전제하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취도, 시험 점수, 통지표, 모의고사 순위, 학력과 같은 인지능력” 보다 “의욕, 자기 긍정감, 자립이나 협조, 공감 능력과 같은 비인지적(정의적) 영역”을 발달시키는 게 양육의 우선 순위라고.
이 비인지적(정의적) 영역이 바로 인성 영역으로 연계되는 것으로, 이것은 또한 긍정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성격강점’과도 관련된다. 서울교육대학고 교육학과 김광수 교수는 사랑, 친절성, 진실성, 용서, 겸손, 자기 조절, 감사 등 “24개의 성격강점은 인성교육에서 바람직한 덕목으로 선정되고 실천이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적인 영역에만 골몰하는 ‘완벽한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곧 인성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이것을 증명해 준 대목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명한 의사인 정훈의 아버지가 정훈의 지적 우수성만 바라보다가 그의 인성 영역을 놓쳤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정훈이 파양 당하고 제4구역으로 추방당하고 말았다는 것이 이 소설이 보여준 ‘인성’영역의 힘이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우리는 국가 고위직에 임명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인사청문회에서 ‘지성’ 부족으로 낙마하는 사람은 별로 본 일이 없다. 그러나 정직성, 도덕성 등 ‘인성’ 영역의 결함으로 탈락하는 후보자는 더러 듣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성보다 우선하는 인성 영역의 힘을 실증하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그런 만큼 학부모와 자녀들은 지성만이 아니라 인성을 겸비해야 행복한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공히 명심할 일이다.
<참고 서적>
김광수, 『긍정심리학 -성격강점 기반 인성교육』(학지사, 2023[3쇄]), 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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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식 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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