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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유진 『도서관 문이 열리면』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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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지도는 단순히 강점 재능을 찾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자존감, 용기 등 성격 강점, 곧 인성지도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통합적 지도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또래 체험이 녹아 있는 청소년소설을 통해서 가장 유용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사례를 보여주는 소설이 범유진의 『도서관 문이 열리면』이다.
특히 진로지도는 교교 학점제 시행에 따라 더욱 다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말을 종합하면 현행 고교 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고교 1학년 때 자신의 미래 진로를 사실상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2와 고3 때 듣는 ‘선택과목’에 따라 입학 지원 가능 대학 및 관련 학과가 정해지는 구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런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학생 때의 진로지도가 더욱 긴요해지고 있다.
작품 속 진로·인성 독서처방 사례
위와 같은 필요에 따라 요즘 청소년 진로·인성독서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자기 이해와 진로 탐색, 인성 성장을 위한 ‘처방적 독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독서의 힘을 잘 보여주는 청소년소설 『도서관 문이 열리면』은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러 학생들의 내면 변화를 그리고 있다. 곧, 친구 관계(따돌림), 자존감(주체성 찾기), 진로(재능 살리기), 가족 관계(형제 갈등) 등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십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로 및 인성독서 처방적 관점에서 다룬 유용한 작품이다. 맨 먼저 도서관을 찾은 인물은 1학년 여학생 ‘은슬’이다. 어느 날, 말실수를 하고 반에서 은따를 당하게 된 수다쟁이 은슬이 혼자 있을 곳을 찾아 도서관에 간다. 은솔은 도서관에서 사서 선생님과 『움직이는 손가락』에 나오는 주인공 ‘미스 마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말과 수다로 다른 사람을 상처 주지 않는 법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종이접기 취미를 가지게 된 은슬은 도서관에 더 많은 사람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문을 낸다. 유령이 숨겨 놓은 책을 찾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이어서 유령 책 소문이 조금씩 퍼져 가는 가운데, 1학년 남학생인 ‘수빈’이 도서관을 찾아온다. 수빈은 원래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친구들 마음에 들기 위해 활발한 척한다. 연기를 지속하는 것을 점점 버겁게 느끼던 수빈은 혼자 있을 곳을 찾아 도서관에 와서 소설책 『모모』를 읽는다. 수빈은 『모모』 속 ‘시간 도둑에게 쫓기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자신도 타인의 시선에 쫓기며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고 진솔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까지 배우게 된다.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관계 방식을 바꾸며 자존감을 찾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세 번째 인물, 2학년 여학생 ‘단아’는 친구 아영을 부러워하고 무작정 따라 하다가 아영과 싸운 뒤 도서관으로 온다. 만화를 그리는 재능이 있지만, ‘유치하다’는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자신의 꿈을 감춘다. 그러나 도서관 사서의 권유로 읽은 『마녀 위니의 겨울』이라는 동화를 통하여 “마음 내키는 일을 거침없이 해내는 위니”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자기처럼 유치하다는 말을 듣고 만화 좋아하는 것을 숨기는 쿨한 선배(재현)와 의기투합하는 가운데,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문이 열린다. 단아에게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자 자기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진로의 문이 된다. 독서는 그녀에게 “재능을 감추는 대신 성장시키는 용기”를 처방해 준 셈이다.
끝으로 도서관에 빌런으로 등장하는 3학년 남학생 범준은 연극에 관심이 많아 예술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연극 연습을 해오던 체육관이 도서관으로 바뀌면서 연습할 공간을 잃어, 애타게 혼자 있을 공간을 원하는 학생이다. 게다가 그의 부모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형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자신은 지원을 받지 못해 절망적인 상황임을 토로한다. 그런 그에게 사서 선생님은 『마이 시스터 키퍼』라는 소설을 소개해 준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언니 위주로 흘러가는 자기 삶이 싫어서 동생 ‘안나’가 부모님을 고소하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범준 자신의 삶이 형 중심으로 나아가는 상황에 대해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귀띔해주는 처방이라 할 수 있다.
진로·인성 독서처방의 효용
‘진로독서’란 진로 탐색을 위한 독서, 혹은 독서를 통한 진로 탐색을 의미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미 성공한 저자나 책 속 주인공으로부터 진로 코칭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소년이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책 속의 경험담이 큰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로 설정을 위해서는 독서 체험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주인공으로부터 인성 코칭을 받는 효과도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사건과 인간관계를 통하여 인간의 고뇌와 성공, 강점과 약점, 선과 악, 희로애락 등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는 그러한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행동과 환경, 결과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진로교육이 진로 심리, 그러니까 성격 강점 등 인성적 특성과 연결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힘을 갖는다. 한 아이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진로를 정한다면, 방향은 있어도 동력이 부족하다. 반면, 독서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재능, 가치관을 들여다본 아이는 흔들림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곧, 청소년 독서가 단순한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라, ‘마음의 치유’와 ‘자기 방향 찾기’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것이 진로·인성 독서처방의 진정한 효용이다. 학교 도서관의 문이 활짝 열릴 때, 아이들의 미래 또한 조용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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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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