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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재원 마을학회 일소공도 회원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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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국회는 지방자치법 제17조(주민의 권리)에 ‘주민자치회’ 조문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범사업 이후 13년,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이후 37년 만이다.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법률이 아닌 조례기반 운영으로 지위와 권한도 지자체마다 달라 그간 법제화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주민자치회는 또하나의 주민조직이 더 생기는 것이 아니다. 주민조례를 발안하고 읍면동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예산과정에 참여하고, 읍면동 사무협의와 위탁 등 주민의 실질적인 권리와 주민자치의 기능확대에 집중하는 주민의 대표적인 조직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이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 투표외는 권력의 행사방식이 없다. 최소한의 권력행사방식인 ‘자치권’은 국민도 주민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이는 사실상 자치권이라는 권력이 자치단체의 장과 공무원들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익히 알다시피 시・군・구에 속하는 읍・면・동은 행정구역이지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한 사업들을 집행할 뿐 정말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기획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권한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처럼, 자치권 역시 ‘주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해야 한다.”는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황종규 교수(동양대)의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또한 그는 읍・면・동을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해야 읍・면・동 자치가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아직은 주민자치가 제대로 성장하는 토양이 형성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관치에 길들여진 관행 즉 행정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가거나 아니면 동원대상으로 행정의 보조에 만족한다. 이는 시간적 여유 부족을 정당화하면서 자치는 시기상조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낸다. 현실적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치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다. 또한 갈등 조정이나 조례 이해 등 전문적인 영역을 주민들이 수행하기에는 교육과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공익적 이슈에 접근하는 것도 어렵다. 이러한 적잖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전국 3551개 읍면동 가운데 1411곳에서 주민자치회가 운영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을방송국을 운영하여 이웃 간 연결의 창으로 만든다든지, 공공성 높은 자치계획 실행으로 주민참여를 강화하거나 여러 공동체와 주민조직과의 연계를 통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주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축제를 진행, 열린 분과 운영으로 주민 참여 확대, 어르신 모시고 전통 음식 배우는 사업, 주민자치회와 연계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이 마을기업으로 성장하고, 농촌 지역의 특성에 맞게 회의시간을 야간으로 하되 주로 토, 일요일에 개최하여 주민자치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지역의 실정이나 구성원의 능력을 고려한 많은 활동들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구미 역시 매우 다양한 삶터가 혼재한다. 게다가 교육・문화・경제・돌봄・도농격차 등 풀어 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이러한 얽히고설킨 문제를 국가나 지자체의 단위 사업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는 지역에서 찾아내고 해법을 고민해야 실마리를 찾아 나갈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주민의 의식이 성숙되면서 지역과 주민의 삶은 지속가능하게 된다. 시간이 없고 능력이 없어 못 한다는 관점을 바꾼다면, 우리 구미지역 주민들의 자치 영역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올해부터 정부는 지역 발전과 균형 성장을 위한 5극 3특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기세다.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광주・전남을 비롯하여 대전과 충청 권역의 통합을 향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의 통합문제도 머잖아 수면 위로 떠오르리라 본다. 정부에서는 주민투표 실시 등의 중요한 과정을 특별법에 담아 지방선거 시간표에 맞춰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문제는 행정통합의 실질적 효과와 한계를 이른바 ‘주민’이 얼마나 알고 참여하느냐다. 살던 집을 크게 리모델링한다는데 정작 살아가는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통합의 효율성과 정부의 인센티브에만 매달리다 보면 주민 소외는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제시하는 ‘당근’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주민참여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동시에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깊이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내 지역의 이익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이로움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통합을 통해 대규모 지역개발이 이루어지겠지만,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이 겪는 소멸위기의 극복은 결국 주민이 실질적 의사결정의 주체로 참여하는 주민자치에 달려있다. 주민들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주권에 근거한 주민자치가 우선이며 단체자치는 그것을 지원하는 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에게 전문가로부터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여 학습할 기회를 주고, 전문적인 조력으로 체계적인 토론을 거쳐 주민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통합’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국민주권 시대를 열겠다는 이른바 국민주권 정부는 5극 3특의 핵심이 주민자치임을 놓친다면, 언젠가는 변형된 막강한 괴물 지방 권력을 창출한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