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동하는 4월의 둘째 날이다. 바야흐로 벚꽃 철을 맞은 지금 마음은 온통 바깥으로 향하고 있다. 오프라 원프리는 말했다. “내게 자연이란 큰 소리로 감탄하게 되는 순간의 연속이다.”라고. 어디로 나서든 지금이야말로 그의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제철 행복’을 누리기에 부지런을 아끼지 말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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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운정 벚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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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경, 기자는 구미 남통동을 출발해 김천으로 향했다. 김천여자고등학교 부근에 차를 세우고 ‘자산공원’을 찾았다. 공원의 중앙 안부(鞍部) 교차 지점에서 왼쪽으로 오른다. 벚꽃의 화사한 빛으로 감싸인 정자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환영해 준다. 자운정(紫雲亭)이다. 주변엔 벚꽃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생각이 줄고, 시선이 ‘지금 여기’에 머무는 순간 마음에는 잔잔한 감동이 일고,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자운정 주변의 ‘시(詩)가 있는 오솔길’에는 김천을 대표하는 시인 정완영의 시조와 권숙월 시인 등의 시를 적은 판넬들이 시의 향기를 풍겨 준다.
다시 중앙 안부 교차 지점으로 내려와 왼쪽으로 ‘자산동 벽화마을’을 둘러본다. 모심기 풍경, 술 한 잔 나누는 장면 등 우리 생활의 소박한 단면들이 재현되어 있다. 벽화 속 사람들의 웃음, 오래된 집의 색감, 그리고 골목을 감싸는 봄빛. 이곳의 감동은 거창하지 않다. 대신 작고, 조용하고, 그러나 분명하다. 그림 앞에 설 때마다 마음의 속도가 한 박자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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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산동 벽화마을의 벽화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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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산속의 봄꽃을 보려고 ‘달봉산’으로 정했다. 도심 속 이 산은 높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김천시청 부근의 ‘우방아파트 등산로 입구’라는 표지판을 따라 약간 경사가 있는 산길을 오른다. 저절로 천천히 숨을 고르며 걷는 중에 유산소 운동을 겸하게 된다.
마을엔 전신만신 벚꽃인 데 비해 산에는 그래도 때를 기다린 꽃들이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생강나무는 노란 꽃을 지우고 연회색 잎을 내민다. 산복숭아꽃이 빨간 꽃과 푸른 잎으로 생기를 뿜어낸다. 산벚나무꽃도 푸른 잎과 어울려 수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도심에서와는 달리 누가 보아주든 보아주지 않든 오직 저답게 자신의 빛깔을 발산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기에 소박하고 진지하다. 외로워도 스스로 환희에 차 있다. 너무도 짧은 생이기에 소중한 지금을 살 뿐,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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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봉산의 진달래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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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진달래가 산속에 불을 켠 듯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벚꽃의 화사하고 발랄함과는 다른, 반가움의 감동을 맛본다. 어릴 때 친구들과 수술을 맞대고 꽃싸움을 하던 생각이 난다. 전통적으로 수줍어하는 여인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추억의 꽃이라 할까. 이은상이 노래한 ‘진달래’라는 시조가 떠오른다.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 부끄러 부끄러워 바위틈에 숨어 피다 /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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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화지 벚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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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자는 세 번째 여정으로 ‘연화지’를 찾았다. 마침 벚꽃 축제 기간이었다. 많은 김천 시민들이 나와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순간의 풍경을 영원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또 연못 둘레에 마련된 부스마다 체험을 제공하거나 먹거리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다. 게다가 밤 불빛에 어우러진 이 연못의 전체 풍경은 마치 약간 타원형으로 늘어진 꽃반지 같다고나 할까. 과연 이곳 벚꽃 풍경이 ‘김천 8경’의 하나라는 것을 실감케 해준다. 그러기에 연화지의 봄은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아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그것을 지키고 싶어진다. 그 감동이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가 보다. 나아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은 마음, 그것이 멋진 풍광으로부터 받는 감동의 방향이기도 하다.
연화지 근처에서 해물순두부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나올 때였다. 식당 앞뜰에 알록달록한 꽃이 참 고와 보인다. ‘저게 무슨 꽃이더라?’ 다가가 보았다. ‘삼색명자나무’꽃이다. 일전에 경주에 있는 ‘경북천년숲정원’에서 처음 보았던 귀한 꽃이다. ‘와, 여기서 또 만나다니!’ 반갑고 놀라웠다. 호기심이 또한 감동으로 이어주는 것임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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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색명자나무꽃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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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해마다 핀다. 그러나 감동은 늘 새롭다. 지금 여기, 꽃 앞에서 잠시 멈추는 일.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조금 더 나은 삶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아쉬워하며 살아도 괜찮으리라. ‘감탄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삶’이라면, 벚꽃 필 무렵의 주변 산책은 그 삶을 가장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그러기에 옛 어른들도 청명(淸明)이자 삼짇날(음력 3월 3일)이 가까운 이 무렵에 ‘답청(踏靑)’이라 하여 푸른 풀을 밟으며 교외를 산책했던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