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산책 코스로 어떤 곳이 바람직할까? 기자는 평지보다는 낮은 산자락 숲속 걷기를 좋아한다. 산자락 숲속 길은 적당한 고저 차로 과도한 숨참 없이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을 유지할 수 있고, 울창한 숲속 수목들이 내뿜는 자연 피톤치드로 산림욕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에는 그늘 덕분에, 도시 평지보다 시원하고 쾌적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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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봉산 숲길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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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봉정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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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러한 산자락 숲길 코스의 하나로 선산의 비봉산(飛鳳山)을 찾기로 했다. 이번 여정은 이 산의 입구 지점인 충혼탑 왼쪽 길로 출발하여 황토산책길-쉼터-비봉정-쉼터-충혼탑 오른쪽 길로 원점회귀하는 한나절 산책이다. 게다가 이 코스가 매력적인 것은 2일이나 7일에 맞춰가면 구경거리가 풍부한 선산 5일장을 덤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광복절 연휴 끝날이자 선산장이 서는 8월 17일, 다소 느긋하게 출발하여 선산초등학교 뒤의 회화나무 보호수(수령 260년) 앞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충혼탑 왼쪽 ‘황토산책길’로 들어서니 매미 소리들이 숲을 가득 채운다. 선산 출신 시인들의 시(詩)가 적힌 판넬들을 읽다 보니 어느새 ‘쉼터’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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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터의 큰 참나무 두 줄기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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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첫머리에 조명래 시인의 ‘큰 나무’라는 시 판넬이 있고, 그 뒤편 두 정자 사이에 정말 큰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쭉 뻗어 올린 이 나무의 줄기 사이의 공간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곧, 두 줄기는 서로에게 햇볕을 가리지 않는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잔가지를 되도록 안이 아니라 밖으로 뻗어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참나무의 경우는 유독 오른쪽 줄기에서 한 가지만 안으로 잔가지를 뻗고 있어 ‘균형 속의 파격’이란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두 줄기 사이에 곡진한 양해의 사연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원래 햇볕을 고루 받기 위해 약간이라도 거리를 유지하려는 지혜로운 ‘배려’의 소산으로는 활엽수들의 꼭대기 부분이 서로 닿지 않으려 하는 ‘수관기피(crown-shyness)’ 현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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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봉정에서 바라본 선산읍 풍경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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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를 지나 걷다 보면 ‘비봉산의 유래’, ‘봉황이 머무는 비봉산’이란 안내 판넬이 있다. 선산의 진산(鎭山)인 비봉산(飛鳳山)은 봉황이 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완만한 경사가 있어 유산소 운동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는데, 목적지인 영봉정(迎鳳亭)에 도착하니 구미보건소에서 이 산책로 걷기의 효과를 안내한 판넬이 있었다. 충혼탑에서 영봉정까지 왕복했을 때 남자는 400Kcal, 여자는 290Kcal의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고 한다. 봉황을 맞이한다는 뜻의 이 정자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선산읍 풍경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가까이는 선산고등학교 운동장과 읍내 마을, 그리고 푸른 선산 들판이 바둑판처럼 펼쳐진다. 선산에서 유독 붓끝처럼 뾰족하게 보여 ‘필봉(筆峰)’이라고도 불리는 금오산은 저 멀리서 구름에 가려 그 형상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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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정비된 충혼탑 오른쪽 산책로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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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올라온 길과 달리 곧바로 왼쪽 나무 계단을 따라 능선길로 접어든다. 일반 등산로 같은 길을 걸어 400미터 내려오면 정비된 주 산책로와 합류한다. 암반수 샘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다시 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비봉산 유래비석 옆으로 난 길을 선택한다. 선산초등학교 건물을 왼쪽으로 내려다보면서, 읍내에서 보았을 때 충혼탑 오른쪽 옆으로 내리는 이 길도 최근에 정자를 세우는 등 정비를 완료하여 비봉산 자락길 산책로서 한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충혼탑에서 영봉정까지 왕복 2.5km 정도의 비봉산 자락길을 시계 방향으로 순환 산책을 마치고, 기자는 바로 선산장터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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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산읍 5일장 풍경 |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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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5일장은 복개천 도로를 따라 500~600여 개의 노점이 약 1km 가량 길게 늘어선, 활력 있는 대형 장터다. 이 시장터는 조선 초기부터 영남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현대화된 상설시장과 마트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옛 시골 장터의 인정과 교류의 장으로서 민속문화적 가치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연휴 끝날이라서 그런지 인산인해라 할 만큼 북적이는 장터를 한 바퀴 돌아보며 기자는 아내가 좋아하는 삶은 옥수수와 도토리묵을 샀다. 그리고 어릴 적 할머니나 어머니를 따라 갔던, 고향의 5일 시장 추억을 되새기며 노점에서 시원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시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