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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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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고 최고은 작가>
그 날은 오랜만에 벌거벗은 다봉산 줄기따라 흘러온 따스한 햇살이 출근길을 맞이하고 있었다. 봄을 만나려면 겨울 한기를 이겨내야만 한다는 이 나라 자연의 가르침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2011년의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하다.
필자 역시도 여느 때와는 달리 세상을 갈퀴질하는 혹독한 한파를 피해다니느라 급급해야만 했다. 필자를 엄습해 들어오던 한파가 잠시 주춤한 사이 따스한 햇살이 움추린 자아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 주지 않았더라면 필자는 그 비운의 소식을 마음 속 깊이 들여놓을 여유조차 같지 못했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날 필자가 접한 것은 최고은 씨였다. 영화감독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인 32세의 최고은. 언론들은 한국 예술 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후 <격정의 소나타>를 세상에 내놓은 연출가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1979년- 2011년)씨가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월셋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비극을 세상에 알리고 있었다. 언론이 일러 준 쪽지내용은 충격이었다."그동안 너무 많이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둘겨 주세요" 이웃은 최씨의 집 문앞에 놓인 쪽지를 보고 집엘 들렀고, 문을 열고 깡마른 몸을 뒤흔들었을 때 최씨는 냉랭한 세상에 싸늘한 시신을 남겨 놓고 멀리 길을 떠난 후였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과 싸우고 며칠 째 굶주림과 싸우던 이 나라의 젊고 유능한 작가.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던" 최고은 씨는 끝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등을 돌린 것이다. 이 풍경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냉혹함이 그려낸 비화이면서 동시에 물질문명을 절대 지상주의로 추구하는 이 사회와 이나라의 지배풍조가 잉태한 산물이었다. 곡학아세의 필치를 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필자같은 아류들 역시 최고은 씨를 이 세상과 등지게 하는 원군이 됐을 것이다.
일찍이 이 나라에서 올바른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겠다는 굳은 결심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이 땅의 올곧은 문화예술인들은 일제의 무력 앞에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올바름을 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비운은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이념의 파고에 휩쓸리며 목숨을 내놓아야 했고, 서슬퍼런 군사독재의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문화예술인들은 곡학아세를 거부하면서 가야 할 길을 꿋꿋하게 걸어갔다.
억눌려온 민주가 차츰 둥지를 틀기 시작한 80년말에 이르러 문화예술인들을 벼랑으로 내몬 것은 바로 물신 지상주의였다.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급변하면서 '돈 안되는 직업을 가진' 문화예술인들은 세상의 아웃사이더가 되어야만 했다.
이 나라와 사회가 물질문명이라는 안개에 갇혀 순수한 시각을 상실하는 동안 문화예술인들은 대부분 가난벵이로 전락해야 했고, 가난벵이라는 아픔을 억누르면서 순수하고 고귀한 영혼이 써내린 작품들은 한낱 종이장에 불과했다.순수한 영혼을 터부시하는 세상, 물질문명이 파고치는 세상에서 순백한 영혼이 써내린 작품은 바로 그들 세상에서는 이미 이단자나 다름 없었다.
32세로 요절한 촉망받던 작가 최고은 씨는 바로 이러한 세상이 잉태한 산물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나라가 얼마나 물신주상주의에 몰입되어 있는가를 증거해 주는 슬픈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졸부가 지배하는 사회, 졸부가 군림하는 나라의 생명은 짧을 수 밖에 없다.영혼이 없는 생명은 이미 생명이 아니라 기계와 다름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예산을 낭비성으로 보는 지자체나 나라 역시 이러한 현상의 범주 밖에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일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여타 정치 객체들과는 달리 ' 고 최 고은님을 애도하며'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부제를 ' 수많은 최고은이, 춥고 배고픈 겨울을 버티고 있다'라고 호소하고 있다.써내린 논평의 문맥문맥이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느낌이 아리다.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병마와 배고픔에 외로이 스러져갔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었고,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로부터도 철저히 배제되어 있던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결국 사회적 타살이다.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병마와 싸워가며 창작과 재능을 불태우는 수많은 작가, 배우, 음악가, 화가 등 예술가들은 국가 구성원으로서 최소한 누려야 하는 사회보장제도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거의 극빈층이나 다름없는 다수의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해 밥을 먼저 구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달가야 한번도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 공연예술가들은, 일용직 노동자를 아예 본업으로 삼거나 새벽일을 아르바이트로 하지 않으면 하루 세끼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배고픔에서 위대한 창작이 나온다는 말은, 예술가를 귀족의 노예로 착취하던 봉건시대에나 통용되던 말임에도 21세기 대한민국 사회가 바로 예술가들에게는 봉건사회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정기적인 소득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은행거래조차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공연 도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되지 않는다. 분명 살아 숨쉬고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 가입율, 고용보험 가입율, 산재보험 가입율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 가입율이 평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다수의 예술가들은 고 최고은 작가처럼 병이 나도 병원에 갈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2, 제3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예술인사회보장제도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이제야말로 예술가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그들이 재능을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봉건국가를 더 이상 자처하지 말고, 정부가 앞장서서 예술인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가장 극악한 비정규직 형태인 예술인 고용체제를 바꾸어야 하며, 각급 사회보장제도 가입율을 평균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도 절대다수의 예술가들이 한달 평균 50만원내외의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최고은이 춥고 병든 이 겨울을 버티고 있다. 소위 '투잡', '쓰리잡'이 아니면 예술을 할 수 없는 척박하고 비정한 반문화사회는 우리가 그토록 버리고자 했던 낡은 사회다. 그들의 재능을 아끼고 마음껏 열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돌봐주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국격이며 문화사회가 아니겠는가."
이 밤에도 이 나라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굶주림, 추위와 맛서면서 우리가 걷어차 버린 순수 영혼을 복원하고 있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질서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뿌리 깊고 맑은 정신문명이 강물처럼 흐르지 않는 사회나 나라의 운명은 오래 가지 못한다.사랑은 순수한 영혼 속에서 잉태한다. 사랑은 나라와 사회의 생명줄을 오랫동안 이어주는 너무나 고귀한 자산이다.
순수한 영혼을 잉태시키고, 사랑의 열매를 가꾸는 문화예술인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이 나라의 앞날이 우려스럽기만 하다.
슬퍼요! 시대를 지켜온 문인가운데 또 다른 은님의 희생으로 이어지는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제 은님의 영혼은 굶주림과 가난 없는 안락한 곳에서 불멸의 작가이시길 기원해요.
02/12 20:56 삭제
문화예술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정착되길 기원합니다.
세계수출 7위라고 하는 나라에서 예술인들이 이렇게도 가난하다니,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빨리 되어야 하겠네요ㅠ
02/10 02:04 삭제
참 너무 안타깝네요. 오즉했으면 밥과 김치를 호소했겠어요, 명복을 빕니다.
02/10 02:00 삭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삭막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요, 이러한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요. 명복을 빕니다
02/10 01:55 삭제
최고은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밥과 김치있으면 좀 달라는 호소앞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02/10 01:54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