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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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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폐장 공사는 75%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부가 약속한 지원사업은 고작 7%의 투자에 그치고 있습니다.더욱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도 원전이 밀집된 동해안에는 안전기관, 의료기관 하나 없습니다. 원자력 연구나 안전 기관이 모두 대전과 서울에 있습니다. 마치 서문시장의 화재를 막기 위한 소방서를 군위나 의성에 둔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23일 직무 복귀 직후인 오전 11시 도청 프레스 센터 기자단 간담회.김관용 지사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했다. 기자회견문 곳곳에서는 허탈감과 동시에 결연한 의지가 진하게 묻어나기도 했다. 아무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과학벨트 경북 유치 무산이 사실상 확정된 12일 밤 늦게까지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을 보낸 김지사는 13일 오전 단식에 돌입했다. 생존의 외침마저 외면당하는 비통한 지방의 현실, 그리고 몰아쳐 오는 도민의 분노 앞에서 김지사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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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당시의 김관용 지사 |
그리고 단식을 접어야 했던 것은 5일 후인 17일, 만 68세, 우리나이로 70세인 김지사는 건강이 악화돼 경북대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고, 퇴원한 것은 3일 후인 20일 오후 6시 10분이었다.
23일 오전 9시 간부회를 주재하며 다시 직무에 복귀하기까지 열흘 동안 김지사는 자신과 싸워야 했고, 비수도권을 차별하는 정부 정책과 싸워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김지사는 열흘 동안의 침묵을 깨고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문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 지방행정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정부의 잘못된 결정과 지방의 절박한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단식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크나 큰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라며 단식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설명한 김지사는 그러나 도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지사는 특히 "역사의 중심에 선 시도민 여러분"이 아닌 " 섰던 시도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을 차용해 온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김지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우리 대구․경북은 누란의 위기마다 역사의 전면에 서서 조국을 지켜 왔습니다.항일 독립운동, 낙동강 방어 전투, 조국 근대화의 중심에서 이 나라를 온몸으로 지켰고 발전시켜 온 역사가 이를 잘 입증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구경북의 자랑스런 전통과 자긍심은 위축되고, 수구와 보수로만 비춰지고 있습니다.바로, ‘신공항 무산’과 ‘과학벨트 거점 유치 실패’라는 잇따른 좌절은 우리의 X․Y좌표를 직접 목격하게 된 계기라고 봅니다.지난 날의 찬란한 영광의 향수에 젖어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해 왔고, 감정만 앞세운 채 쉽게 망각하며 살아 온 통한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감정만 앞세운 채 망각만 해온 것이 통한이었다는데 방점을 찍은 김지사는 분노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렇게 맥을 짚었다.
"신공항, 과학벨트는 하나의 징후일 뿐,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무시된 현실이 지방과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기 때문이고, 울분이 더욱 커져 갔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사는 또 과학벨트 입지선정 결과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 과학벨트 입지선정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정부는 이에 따르는 책임있는 답변과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불과 한달 전에 원포트(One-Port) 시스템을 주장하며 신공항을 무산시켜 놓고, 과학벨트에서는 ‘국제공항과의 거리’를 매우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내걸었고, 광역경제권 정책을 그렇게 강조해 놓고 이번 평가방식은 행정구역 단위로, 그것도 대전과 같은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인 포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했다"고 날을 세웠다.
작은 다리 하나를 건설해도 구하는 주민의견 동의 절차를 무시했고, 현장실사조차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면서 김지사는 " 대구경북은 수많은 좌절을 겪었으나, 그때마다 끈질긴 힘으로 시련을 딛고 다시 우뚝 선 경험이 있다"고도 했고,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함께 단식에 동참한 시민사회단체, 시도민의 지지 속에서는 신선한 희망을 보았다"고도 했다.
결국 김지사는 기자회견문의 가파른 능선을 넘나든 끝에 이렇게 방점을 찍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대구경북이 대동단결해서 새로운 지방의 시대를 여는 참다운 주인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확고한 신념 속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한 김지사가 가야 할 길은 그러나 간단치가 않다. 정부는 지난 3월말 수도권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산집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한 후 지방 지자체의 반발을 이유로 관보게재를 연말까지 보류했기 때문이다. 신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유치 무산에 이어 수도권 규제 완화의 쓰나미를 예상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