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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조선시대의 서화평론 <2> 내가 그린 매화(梅花)그림 족자에 적은 글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05일
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 포저 조익선생이 1611년(광해군 3)에 함경도 안변의 고산도 찰방으로 좌천됐을 때 정평땅 초원의 역사에서 매화 그림인 묵매도를 그리고 화제를 적은 글이다. 그림을 그린 후에 지금까지 소장된 경위를 상세하게 기록한 기록문화의 진수이다.












  ▶묵매도


 


-매화그림 족자에 적은 글-


내가 예전에 함경도 정평(定平)땅 초원(草原)의 역사(驛舍)에 있을 적에 매우 무료(無聊)하던 차에 어떤 나그네가 들렀기에 며칠 동안 함께 머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나그네가 자기 말로 매화를 잘 그린다고 하기에 그려 보게 하였더니 과연 솜씨가 좋아서 10여 장이나 그려 내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 그림은 잘 그리기는 하였지만 아무래도 매화와 비슷하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그릴 때에는 으레 절벽 사이에서 매화 가지가 옆으로 퍼져 나오게 한 뒤에 그 가지 위에서 두세 개 정도의 새로운 가지가 빠져 나오게 하고는 그 가지에다 꽃을 두세 송이 붙여 놓았는데 그 꽃이라는 것이 또 크기가 복사꽃과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매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모두 땅에서 나서 위로 곧추 올라갔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절벽 사이에서 옆으로 퍼져 나온 것은 있지 않았으며, 줄기에서 가지가 무성하게 벋은 가운데 복사꽃보다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래서 그 나무와 꽃이 대체로 살구와 서로 비슷하였는데, 다만 깨끗하고 하얀 꽃이 일찍 피는 것과 그 향기가 귀한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그림과 비교해 보면 정말 딴판이었는데, 이는 그 나그네의 그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그린 것들을 보아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에 내가 세상의 그림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여기고는 내가 생각한 대로 한 장의 매화를 그려서 보여 주었더니, 그 나그네가 비슷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친 김에 왕래하는 사람들에게도 보여 주었더니, 본 사람들 모두가 진짜 매화라고 하였다. 그 뒤로는 다시 그리지 않았는데, 20여 년쯤 지나서 아이들이 고지(故紙) 속에서 이 그림을 찾아내었기에, 내가 소싯적에 그린 것을 추억하는 뜻으로 마침내 장정(裝幀)하여 족자로 만들어 두었다.


그러다가 1636년(인조 14년)에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당해서 집안에 있는 서화(書畫)들을 모두 놔두고 떠났는데, 사태가 진정된 뒤에 와서 살펴보니 모조리 없어진 중에서도 유독 이 그림 하나가 먼지와 흙 속에 버려진 채 남아 있었다. 이는 꼭 오랑캐가 가져갔다고 하기보다는 비어 있는 집에 들어와서 사람들이 모두 물건을 가져간 것일 텐데, 이 그림은 빛나는 물건이 아니라서 그냥 버려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족자를 또 수습해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번에 서산(瑞山)의 고을수령인 조속(趙涑)이 들러서는 이 그림이 있는지 물어보기에 있다고 하였더니, 조속(趙涑)이 '다행입니다. 이것이 어느 시대의 그림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기이한 그림입니다.' 라고 하였다. 이는 병란이 일어나기 전에 언젠가 내가 조속(趙涑)에게 보여 주면서 내가 그렸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그가 필시 기이하게 보았기 때문에 지금 와서도 아직 기억하고는 물어본 것이었다. 대저 내가 처음 우연한 기회에 시험 삼아 그릴 때에는 이 그림이 그렇게 기이한 것인지는 스스로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림을 잘 알아보기로 이름난 조속(趙涑)이 기이하다고 하니, 그렇다면 이 그림이 실제로 기이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를 계기로 생각해 보니, 이 그림을 그린 것이 지금으로부터 어언 30년 전의 일인데, 처음에 우연히 그리게 되었을 뿐, 중하게 여겨서 보관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뒤에 경향(京鄕)으로 왕래하고 난리를 만나 여러 차례 파천(播遷)할 때에 옛날의 문서들은 대부분 잃어버렸는데도 이 그림은 여전히 남아서 아이들에게 발견이 되었고, 지금 또 이 그림만은 유독 병화(兵禍)를 면해서 우리 집안의 골동품이 되었다.


모르겠다만 이처럼 미물(微物)이나 한사(閑事)에도 그 득실(得失)에 또한 운수가 작용하는 것인가? 이에 느껴지는 점이 있기에 이렇게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그림이 설령 기이한 작품이 못 된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에게 이 그림을 모사(模寫)하게 해서 자손에게 전해 주도록 할 것이요, 그리하여 이 그림이 우리 집안과 기이한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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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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