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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서화평론 <5> 탄은(灘隱) 이정(李霆)의 삼청첩(三淸帖)에 쓴 들어가는 말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1년 07월 02일
큐레이터 이택용
ⓒ 경북문화신문

해설/ 간이 최립선생이 왕손이면서 친구인 탄은 이정은 시문 ∙ 서화에 두루 뛰어났고 특히 묵죽화에 능했다며 난 ∙ 죽 ∙ 매를 그린 삼청첩의 그림을 보고서 '대단하기도 하다. 나는 처음부터 그대가 하늘로부터 특별한 재질을 부여받았다고 여겨 왔다.'라고 하면서 격찬하는 서문의 글이다. 우리 회화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로 12장의 대나무 그림과 난초, 매화 그림 등 전 20폭과 제시 5점 등으로 이뤄진 이 서화첩은 작가에게 가장 행복한 그림이기도 했을 것이다. 내로라하는 당대 문인들이 앞 다퉈 발문인 제발, 감상평을 담은 찬시를 남긴 까닭이다. 명필로 유명한 한석봉의 제목 글씨, 차천로, 이안눌, 유근 등 당대 서화가, 문인들의 글들이 줄줄이 딸려있다. 조선시대 특정 그림을 두고 전문 비평과 발문 등이 잇따라 붙은 경우는 드물다.


 


-삼청첩의 앞에 들어가는 말-


회화(繪畫)는 물건의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이것 역시 대개는 하나의 예술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 늘 종사하면서도 공교(工巧)한 솜씨를 보여 주는 단계로 진입하는 경우는 열에 하나나 둘 정도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오묘한 경지에 이르는 경우는 어쩌다가 간신히 볼 수 있을 뿐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특히 대나무의 그림으로 말하면, 종신토록 여기에만 매달려도 공교한 솜씨를 보여 주는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오묘한 경지에 이른 솜씨를 어떻게 기대할 수가 있겠는가.


한편 이 분야에서 오묘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다수가 공자(公子)나 왕손(王孫) 가운데 소인(騷人)이요 묵객(墨客)의 풍도(風度)를 지닌 인사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그들은 여기에 늘 종사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 오묘한 경지로 뛰어오르는 경우를 간혹 볼 수가 있다.


나는 이에 대해서 나름대로 의문을 품고는 그 까닭을 알아보려 했으나 해답을 얻지 못하였는데, 급기야 옛사람이 회화를 논하면서 ‘기운(氣韻)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을 보게 되고서야, 하늘이 부여한 재능을 얻은 자만이 능히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이렇게 보면 그들의 풍골(風骨)이 원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그림의 소재에 따른 난이도를 가지고 말을 한다면, 난초[蘭]를 그리기가 대나무[竹] 다음으로 어렵고, 또 매화[梅]를 그리기가 난초 다음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저 식물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가 고요한 물건인데,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런 가운데에서도 특히 이 세 종류의 식물이야말로 제대로 그려 내기가 더더욱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의 친구인 세종의 현손(玄孫)으로 석양정(石陽正)에 봉해진 탄은(灘隱) 이정(李霆)은 왕손(王孫)으로서 소인(騷人)이요 묵객(墨客)의 풍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예술 방면에 있어서도 거기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일단 손을 댄 이상에는 기필코 능한 경지를 보여 주곤 하였는데, 그의 대나무 그림은 일찍부터 세상에 익히 알려져 온 터이다. 그래서 우리들도 그와 어울려 노닌 덕분에 한 장의 대나무 그림을 얻어 고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가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경지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에 전란의 와중에서 우리 모두 조수(鳥獸)처럼 뿔뿔이 흩어져 피난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는데, 이정(李霆)만은 적의 칼날을 피하지 못해 팔이 거의 떨어져 나갔다가 겨우 잇게 되는 운명에 처하였다. 그 뒤에 언젠가 행조(行朝)에서 한번 만난 적도 있었지만 그때에는 서로 생사(生死)를 묻고 위로하는 말을 건넬 수 있었을 뿐 작품에 대해서는 물어볼 여유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도성(都城)에서 잠깐 모이게 된 자리에서, 옛적의 작품 가운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서로 탄식들을 하자, 이정(李霆)이 보따리 속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어 놓았는데, 그것은 바로 부상당한 팔을 치료받은 뒤에 그린 대나무와 난초와 매화 그림들이었다.


이에 얼른 펼쳐 놓고 바라보니, 대나무의 경우는 옛날에 비해서 더 수승(殊勝)한 경지를 보여 주고 있었는데, 이정(李霆) 자신도 조금은 변화된 곳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리고 난초와 매화에 있어서도, 마치 자신의 뜻을 언어로 표현하듯이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옛날에도 뛰어난 그의 그림을 허다히 보아 온 터이지만, 지금의 이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씻고 보게 하는 면이 있었다. 따라서 세상에서 월등한 하나의 기예를 가졌다고 이름이 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이와 같은 경지에는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이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찬탄(讚嘆)하며 말하기를, “대단하기도 하다. 나는 처음부터 그대가 하늘로부터 특별한 재질을 부여받았다고 여겨 왔다. 그렇다면 하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대의 재질을 완전히 발휘하게 하여 작품을 완성시켜 보려는 생각을 어찌 갖고 있지 않았겠는가. 따라서 그대의 팔이 마침내 끊어져 못 쓰게 되지는 않은 것 역시 하나의 섭리(攝理)라고 하는 사실을 진정 알겠다.” 하였더니, 이정(李霆)도 뭔가 느껴지는 점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는 이윽고 웃으며 말하기를, “나의 그림에 대한 그대의 평가를 한번 듣고 싶다.” 하였다. 이에 내가 기꺼이 응하기를, “나의 안목으로 그대가 그린 대나무를 우선 말해 보도록 하겠다. 대나무 줄기는 성글어도 뭔가 희열(喜悅)을 안겨 주고, 대나무 잎새는 조밀(稠密)해도 결코 싫지 않은 느낌을 준다. 소리를 그리지 않았는데도 대숲의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색채 역시 비슷하게 흉내낼 수 없을 만큼 핍진(逼眞)하기만 하다. 기(氣)는 형체가 없으련마는 삽상(颯爽)하게 불어닥치는 것만 같고, 일부러 덕(德)스럽게 그리지 않았으련마는 외경심(畏敬心)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는 그대의 의사(意思)가 그러하기 때문에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발로(發露)되어 자족(自足)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그대의 대나무 그림을 대하는 하나의 감상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가령 난초나 매화, 그리고 시(詩)나 서(書)로 말하더라도 대나무 그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각각 나를 감동시키는 특이한 점이 있다. 그러니 어찌 감히 한 번 먹물을 적시고 한 번 붓을 휘두른 그 작품들에 대해서, 억지로 지적을 하여 ‘이것은 특히 기발하고 저것은 조금 못하다’는 식으로 비평을 가하면서 아는 체를 할 수가 있겠는가. 이 세상은 원래 능력이 있는 이가 뭔가 일을 해 놓으면 그렇게 할 능력도 없는 자들이 시비를 걸고, 식견이 있는 이가 뭔가 말을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흠집을 내려고 덤벼들곤 하는데, 그대도 나에게 이런 짓을 하라고 하는 것인가.” 하니, 이정(李霆)이 또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대가 지금 한 이 말을 기록해서 내 두루마리의 서문으로 삼으면 또 어떻겠는가.” 하였다.












  ▶삼청접 일부-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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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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