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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산책 (23)] 신라, ‘천년의 미소’를 찾아서

우동식 시니어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6일
↑↑ ‘천년의 미소원’
ⓒ 경북문화신문
8월의 끝자락이다. 정말이지, 올해 여름은 무더웠다. 햇발이 워낙 뜨거워 금오산 저수지의 거위 5형제들도 자주 땅 위의 나무 그늘을 찾아 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제 입춧날 저녁 열대야를 뚫은 귀뚜라미 소리는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한결 또렷해졌다. 이에, 기자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전환의 의미로, 이번엔 특별히 멀리 온종일 산책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경주의 경북천년숲정원과 경주박물관을 짝으로 정했다.

천년숲에서 ‘천년의 미소’를 보다
↑↑ 천년숲 그늘 터널
ⓒ 경북문화신문
↑↑ 마로니에 숲길
ⓒ 경북문화신문
아침 8시에 구미를 출발하여 9시 40분쯤에 화랑교육원 못미처에 있는 경북천년숲정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숲해설사를 따라 아름숲, 숲그늘정원, 천년미소원, 버들못정원, 무궁화동산, 거울숲의 외나무다리를 둘러보았다. 여름철 천년숲정원의 매력은 아무래도 ‘숲그늘’이다, 마로니에 숲길 등 곳곳에 그늘 아래로 산책로가 이어져 쉬엄쉬엄 걷다가 벤치에서 쉴 수 있다. 제 철을 맞은 무궁화와 배롱나무꽃이 돋보이며, 숲 바깥에는 푸른 들판이 펼쳐져 상쾌함을 더해준다.

2023년에 경북 제1호 지방정원으로 개방된 이 정원에서 신라인의 표정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천년미소원’이다. 우리가 자주 보아오던 얼굴무늬 수막새의 모습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막새’는 지붕 끝에서 가장 바깥쪽을 덮고 있는, 마무리 장식 기와를 말한다. 수막새는 수키와의 막새이며 둥글고, 암키와의 막새는 ‘암막새’라고 하며 길쭉하다.

↑↑ 외나무다리 인증샷
ⓒ 경북문화신문
그리고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으로는 메타세콰이어와 귀룽나무가 숲 그늘을 드리우는, 거울숲의 실개천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다. 천년숲을 찾는 이들이 줄을 서서 인증샷을 찍는 곳이다. 기자도 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마음껏 ‘만세’를 외쳐 보았다.

박물관에서 기와 끝(막새) 예술을 보다
↑↑ 얼굴무늬 수막새
ⓒ 경북문화신문
↑↑ 연꽃무늬 수막새
ⓒ 경북문화신문
↑↑ 당초(덩굴)무늬 중심 암막새
ⓒ 경북문화신문
시내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기자는 2시경에 경주박물관으로 이동하였다. 바깥 종각에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보고 신라역사관을 찾았다. 토기 유물들이 많았고, 기자의 관심사인 기와 막새도 보였다. 7세기경 신라에서 독특하게 제작한 얼굴 무늬 수막새도 별도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오전에 천년숲에서 본 바로 ‘천년의 미소’상이다. 전시 안내원에게 문의하니 ‘월지관’에 막새 종류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과연 거기에는 더 큰 규모로 막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신라미술관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불상과 함께 2층에서 막새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데다 초보자인 기자에게는 대개 둥근 연꽃무늬 수막새가 많이 보였고, 당초(덩굴)무늬가 중심이 된 길쭉한 암막새는 겨우 한 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신라는 천 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자연과 종교와 예술을 독창적인 문화로 빚어냈다. 그 신라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신라의 불교가 아도화상에 의해 가장 먼저 전래된 곳이 구미시(당시 일선) 도개면에 있는 신라불교초전지다. 오늘 우리가 경주의 기와 한 장, 불상 하나, 숲의 나무 한 그루에서 신라를 만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오늘의 산책에서는 천년숲과 박물관에서 기와 끝(막새)의 얼굴무늬 수막새, 곧 ‘천년의 미소’상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가을의 문 앞에서 본 ‘천년의 미소’는 ‘이제 올 여름 잘 견뎌왔으니 새로운 계절을 향해 다시 밝게 걸어가라.’는 메시지 같았다. 신라인들이라고 해서 왜 이런저런 곡절이 없었겠는가. 그런 것은 다 가슴으로 감싸안아 견뎠을 터이다. 그러기에 세계계관시인이자 저명한 불교철학자인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미소는 강한 마음이라는 비옥한 대지에 피는 꽃”이라 말했다. 우리 또한 다른 어려움이 닥쳐도 김상용 시인의 시 구절처럼 ‘왜 사냐건 웃지요.’ 하며 나아갈 일이다.


우동식 시니어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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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08/31 23:3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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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기사내용의 접수 일정 오타있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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