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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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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하게 다가서는 것이 사랑이다
돌아설지라도
돌아서는 만큼 다가서는 것이
이 시대의 사랑이다.
구미인과 먼길 걸어 온 신구미인이
역전에서 서로 만나
수인사를 나누던 그날이 언제였나
아, 그대에게 흘러들고 싶던 출근길이여
마음마다 사랑의 강물이 흐른다고
속삭이고 싶던 그날의 고된 퇴근길이여,
낡은 포장마차에서
밤이 깊도록 고독을 곱씹던
원평동 갑돌이는 지금 어디에 있고,
청송에서 왔다던 그 고운 갑순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그렇게 우리는 너와 나로 서로 만나
아들딸을 낳고, 그 아들 딸들이
먼 길을 함께 가고 있다.
서로를 그리워하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어우러져 가라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대여, 그대 아름다운 구미인이여,
함께 가는 것이 사랑이다.
나는 네게로 가는 길을 닦고
너는 내게로 오는 길을 닦아라
아, 때때로 눈물 움켜쥐던 그날의 낙동강변
새 삶이 시작된 그 곳에서
우리는 서로 얼싸안았다
앞서가면 얼마를 더 앞서가고
뒤처지면 얼마나 더 뒤처지겠나
서둘러 금오산 정상에 오른 이도
날이 어둡기 전 내려오는 법이고,
늦게 오른 이도 결국은 하산하는 법이다.
그게 삶이다.
나로 말미암아 그대가 나의 길을 닦고
그대로 말미암아 내가 그대의 길을 닦아라
이것이 이 시대의 사랑이다.
그대들이여, 그대 착한 구미인이여
한평생 먼 길 함께 가면서,
때로는 붉히기도 하면서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주었고,
나는 그대에게 또 무엇을 주었는가.
나눠갖는 것이 사랑이다.
가지면 얼마를 더 갖고
없으면 살아 있는 입에 풀칠이야 못 하겠나
저, 노을 지는 세월 속으로
아, 우리를 기른 늙은 어미가
우리를 물들여 놓고 조용히 저물어갔듯
아, 그날처럼
그렇게 저물어가는 그것이 삶이다
주고도 또 주고 싶어하라
그것이 절절한 사랑이다.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 위대한 구미인이여
그대로 말미암아 또 다른 그대를 절망케 말라
그대로 말미암아 그대가 절망 말라
이 여름날, 내게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그대여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이 삶이다.
먼 길 함께 가는 것이
구미인의 사랑이다.
그러므로 그대여,
가고 없는 어미를 그리워하듯
그대여, 그대들을 그리워하라, 사랑하라
돌아보면 첫사랑은 엊그제만 같더라
첫사랑처럼 그대가 그대들을 사랑하라.
그것이 이 시대의 사랑이다.
절절한 그 사랑이
낙동강의 신화를 쓰게 했다.
또 써 내리게 할 것이다.
<1994년 신춘문예, 계간 문학지 통해 시,소설 등단, 시집/ 사월의 바다, 인동꽃 반지, 그리운 것들은 길 위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