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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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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나무와 닮았을까. 지난 독서모임에서 ‘나무(이순원, 놀, 2014)' 책을 선정한 발제자의 질문이다. 이름처럼 세상에 많은 도움을 주는 참나무, 꽃을 겸손하게 피우는 대추나무 등 다들 책 속의 나무와 자신을 적절하게 비유시켰다. 하지만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종이가 열리는 닥나무, 봄을 여는 매화나무, 감나무, 자두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멋있게 소개되고 있지만 선택할 수 없었다. 나무는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주저될 수밖에.
한참을 생각한 끝에 냉이꽃에 비유했다. 한낱 잡초가 되어 뽑혀나가기 일쑤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없어도, 땅의 사정이 아무리 고약스럽게 바뀌어도 뿌리를 내린 땅을 절대로 내놓지 않는 냉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어떤 꽃과 나무도 모양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냉이꽃의 말이 마음에 박혔기 때문이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들꽃이지만 자존감이 높은 소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뒤이어 냉이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바우님(독서모임 회원 닉네임)의 해석이 덧붙여졌다. 20%의 기득권층이 아닌 80%의 평범한 시민이 냉이처럼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강해지고, 강해져야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냉이꽃을 민초에 비유한 것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우리역사에서 냉이꽃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독립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된 것도 평범한 사람들이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았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감자 카드가 이를 말해준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농사꾼, 학생, 출판업계 사람, 간호사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도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에도 대학생과 노동자, 농민, 운전사, 종업원, 고등학생들이 있었다. 심지어 최근의 촛불혁명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 엄마들과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 학생들, 교사들 등이 이뤄냈다.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다시 생각해본다. 작지만 대단한 냉이꽃이 가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다. 우리도 냉이꽃처럼...
“어떤 꽃과 나무도 모양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냉이처럼
01/03 07:55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