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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필 >빨간 잉크, 파란색 글씨

김영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3년 09월 26일
김영민(전 YMCA사무총장)

  


어느 신문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동서냉전시대 동독에 사는 많은 젊은이들은 마치 70년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서독에 광부로 갔던 것처럼 시베리아에 일하러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언론의 통제가 심하고 편지도 검열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그 때 한 젊은이가 친구에게 ‘편지를 받을 때 파란색으로 쓰여 있으면 진실이고, 빨간색이면 거짓이라 말한 후 시베리아로 출발했답니다.


 


동독에 남아있던 친구는 몇 개월이 지나 파란색으로 적혀있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곳은 정말 좋은 곳이야. 일자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으며 주말이면 파티가 열리고 예쁜 아기씨들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곳이야”라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줄에 “그런데 이 곳에서 구할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빨간 색 잉크야”


 


오늘 아침 산속을 걸으면서 이 생각이 불현듯이 떠올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기간 중 그렇게 공약했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노인 70%에게 월 10~20만원 차등지급’ 하기로 확정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황에서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증세없이 복지 증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인데도 세금 증가 없이 복지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준수하기 위해서는)을 보면답답합니다만.....


 


그런데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어겼으며 대선에서의 공약은 단지 노인의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야당의 공격에 반박하면서) ‘공약내용은 무조건 모든 분들에게 20만원을 드린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고 대선 공약집에서 찾아낸 ‘국민연금과 통합’이라는 전제를 근거라고 밝힌 것입니다.


 


공약집의 글씨는 빨간 잉크가 없어 그런 색으로 씌여진 것인지요?


아니면 표지며 정당이름, 심지어는 옷 색깔 까지 모두 빨간 색으로 그 잉크색을 모두 써 버려 그 글씨를 쓸 때는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요.


 


그것도 아니면 무조건 보장이라고 이름으로 탈렌트를 앞세워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어 가 입을 권유해 놓고는 보험금 수령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광고전단의 맨 아래 지하 광맥을 찾듯 돋보기를 동원해야 가능한 전제조건을 만들어 놓는 보험회사의 상술을 벤치마킹한 것인지요?


 


좀 더 솔직해지면 좋겠습니다.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은 설명을 요하는 논리가 아닙니다.


 


‘증세는 없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다른 공약인 기초연금도, 보육비지원도 마구 삭감하고 그리하여 대통령이 주제하는 국무회의에 서울시장이 참석을 거부하는 사태에 대하여 ‘(증세없이 복지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나 약속은)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이리 어렵습니까?


 


대통령을 지냈던 노무현, 이명박이란 이름을 가진 분도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정책을 수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에’ 약속을 파기할 수 없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경제 민주화 법안 부터 공약한 내용을 어디하나 바로 지키신 것이 있습니까?


 


그런데 ‘증세만은 절대 불가’를 이리 고집하는 것은 ‘(힘없는) 서민, 국민’을 우선하는 정부, 대통령이 아니라 ‘정권, 기득권’을 먼저 생각하는 분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마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2013.9.26)


 



김영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3년 0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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