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북문화신문 |
|
조상님들의 해학과 말사랑, 놀이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어떤 사안이던지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서는 정말 구체적으로,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설득해야하지요. 그런데 흥부전에 나타난 놀부 심술보는 그런 가르침의 모습의 백미를 보는 듯 합니다.
특히 한자락 가락이 흐르면 어이 이리도 재미있고 맛있게, 실감나는지 절로 어깨를 들썩이고 손바닥을 벌려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사람마다 오장육보인데 심술보 하나가 더 붙은 놀부는 “.......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해산한 집에 개 잡기,............만경창파에 배 밑 뚫기, 목욕하는 데 흙 뿌리기, 담 붙은 놈 고침 주기,....... 다된 흥정 깨놓기, 중놈 보면 대테 메기, 남의 제사에 닭 올리기........, 한길에 구멍파기, 비 오는 날 장독 열기라. '물통이고 오는 구인 귀 잡고 입 맞추기........”
그런데 이런 흥에 겨운 장단이 차가운 냉소로 비쳐지는 오늘을 어떻게 말해야 합니까?
꼭 같은 사안을 두고 한곳에서는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아픔이 있는가하면 어떤 곳에서는 술잔치에 노래잔치가 벌어지는, 이런 심술보의 극을 달리는 듯한 모습에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 10월 21일 성남에서 발간되는 한 지역지 인터넷판에 난 기사입니다.
“(24일) (성남시 중원구 구미동) 구미공원 야외무대에서 성남시장, 지역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구미동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특고압 송전선로를 지중화 함으로써 집단민원 해결과 도시미관 및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다. 또한 그동안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의 갈등해소와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과 함께 송전선로 지중화사업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콘서트는 공연에 앞서 1부행사로 그동안 송전선로 지중화사업에 기여한 구미동 특고압 철탑철거 대책위원회 강한구 위원장 및 시공업체 대표이사 등 송전선로 지중화사업 공로자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날 콘서트에는 주현미, 조항조, 우연이, 도시아이들, 김한국(사회)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할 계획이며, 공연시간은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그 고압선에 전기가 아닌 피눈물을 흐르게 될 밀양의 모습을 10월 23일 오마이뉴스에는 이리 전합니다.
“한전은 밀양 4개면(상동·부북·단장·산외면)에 총 52기의 철탑을 세울 예정이다. 공사를 막기 위한 주민들의 농성도 계속되고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에 따르면, 23일에도 바드리 마을과 평리마을 입구 등 10여 곳에서 주민들이 농성하고 있다. 지난 2일 송전탑 공사 재개 뒤부터 주민 30명 이상이 쓰러지거나 다쳐 병원에 후송되었는데, 현재 1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놀부 심뽀를 닮아가시려는지 국민 행복시대라고, 국민의 화합을 입만 열면 외치시지만 한마디, 한 동작이라도 눈에 거슬리면 혼외자식도 만들어 쫓아내고, 보직에서 밀쳐 보내고, ‘진술하지마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라 가슴한 곳이 터지는 듯 아픕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쓰린 것은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조금 더 시원한 여름,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하여 40도에 가까운 뙤약볕 아래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야하고 급기야는 어르신들의 목숨을 내어놓아야 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우리동네는 땅속으로 고압전선을 묻어서 좋다고 유명가수를 불러 잔치를 벌리는 것을 멀겋게 눈을 뜨고 보는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반대하는 사람에게 또 종북이니 하면서 낙인을 붙이고는 히히낙낙하는 모습이 역겹기까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