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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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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길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
세월이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매년마다 그가 노랗게 물들면
찾아오는 추위
길 바닥 위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듯
은행이 잎을 떨구기 시작하면 겨울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곤 했다
그리하여 한해가 저물고
다시 또 하나의 세월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 겨울에는
축의객보가 조의객이 많아지고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아지는 것이었다
깊은 겨울 속에서
우리들은 얼어붙어오는 체온을 움켜쥐고
나를 먼저 끌어안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끌어안는 것은
사랑일 수 없는 것
남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나를 먼저 끌어안는
이 겨울의 오랜 습관,
그리하여 나를 향한 노래들이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그 속에서
나는 늘 또 다른 나를 잉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겨울길, 행인들은
양 손을 주머니 깊이 쑤셔놓고
길을 가는 것이었다.
길 바닥위로 낙하한 은행 잎을
툭툭 쳐대며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었다
은행잎이 기록해 놓은
그 봄날과, 겨울,
가을날의 사랑 이야기를 밀어젖히며
앞만 보고 가는 것이었다
......, 무더운 여름을 잊은 채.
10/28 17:47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