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일반

시와삶> 고향길, 길을 물어도 아는 이가 없다

김경홍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3년 12월 29일
김경홍
ⓒ 경북문화신문

이 곳에 포장마차 골목이 있었고, 담배 간판이 유난히 돋보이던 허스름한 슈퍼를 돌아들면 추수를 끝낸 기다란 이랑에는 햐얀 비닐이 너풀거리고 있었다. 그 이웃한 곳에 아름드리 멀구슬 나무가 을씨년스러운 하늘을 떠받들곤 했다.

그 벤치에 앉은 소녀와 소년은 아련히 다가오는 한라산을 올려다보면서 그 너머 세상을 그리워하곤 했다.

세월은 세상을 바꿔놓는 것이었다. 소년과 소녀가 장년이 된 겨울날 찾은 고향, 우리는 포장마차 골목이 있던 자리에 높게 들어선 빌딩 앞에서 걸움을 멈췄다.

마주앉아 내일을 논하던 포장마차는 어떻게 되었고, 폐비닐이 너풀거리던 이랑이며, 아름드리 멀구슬 나무는 어디로 떠난 것일까.

빌라와 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선 도로에 오랫동안 걸음을 멈춰세운 채 길을 물었다.

“이곳이 포장마차 골목이 있던 곳이 아닌가요” “모르겠습니다. ” “이곳에 슈퍼가 있었고, 저 곳에 아름드리 멀구슬 나무가 있던 곳이 아닌가요“ ”모르겠는데요”

아, 이 거리에 과거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이들은 없는 것일까.

살길을 내느라고 앞만보며 달려온 세월이었다. 쓸쓸한 퇴근길에는 가끔씩 그려보기도 하던 고향길이었다. 동구 밖에 오랫동안 서서 두손을 내젖던 노모가 뉘엿뉘엿 기우는 먼 노을가에 아련히 떠오르던 그 풍경도 날이 밝으면 마음을 떠나곤 했다. 살길을 내느라고 앞만보고 달려온 세월,

기억을 더듬어 고향에 왔으나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 길을 물어도 아는 이가 없다

  

타지에서 살아온지 수십년, 나 역시

그 곳에서 내 길을 닦으려고

그들이 내 놓은 고향길을 얼마나 지웠던 것일까.



김경홍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3년 12월 29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마음의 고향
마음의 고향을 가득 담고 달려갔지만 막상 고향엔 쓸쓸함 만이~~
사랑을 실어 올려야 하건만 어찌하여 무심함 만이 반기는지~~ㅠㅠ
12/30 16:37   삭제
한호
그럼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옛날의 고향을 다시 한 번 또렷이 그려보세요. 지금 그리지 못하면 당신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영원히 잊혀지고야 마는 고향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고향은 잊을만 하면 자꾸만 그려야 하는 거요.
12/30 15:38   삭제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구미시, 방치된 빈집이 시민주차장으로 탈바꿈..
상주시, 경북 최초 ‘정원박람회’ 연다...내년 10월 예정..
김천시, 김천상무 시민프로축구단 전환 않기로 결정..
김천시의회, 김천시민프로축구단 전환에 `반대` 공식 입장..
인사]구미시..
양옥자 작가의 구미를 그리다(20)]구미 금리단길..
김천시의회, 올해 국외연수 예산 전액 반납..
박상수의 고사성어]백년하청(百年河淸)..
경북도, 외국인 학위과정 49.1% 증가...전국 평균 2배..
구미시, `휴머노이드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어스름 내린 아파트 1층 현관을 나선다. 불 .. 
<작업노트>구미 금리단길은 젊은 감성의 미식과.. 
백년하청(百年河淸) : 일백 백, 해 년, 물.. 
구미의 오랜 숙원사업인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