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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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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둥지를 떠났다.
물어다 준 먹이를 외면하던 여리디 여린 열아홉살이 제 스스로 둥지를 틀겠다며 겨울 속으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혹독했다.
사랑의 손길들이 행방을 감춘 그날 딸이 전화를 걸어왔다
딸을 찾아 떠나는 길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길 없는 길 위에 흩어진 발자국들,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낸 동행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필이면 이 겨울에 둥지를 틀겠다며 집을 나선 것일까.
내게도 열아홉이 있었다. 밤 늦은 능선을 넘나들어 들창문을 두둘기던 어머니, 따라 온 어린 동생은 손때 묻은 대추알 몇 개를 쥐어주며 멀뚱멀뚱 방을 나갔다. 가고 없는 어머니가 능선 너머 옅은 구름 사이로 아련한 장년, 돌아보면 40년 세월이었다.
김치 몇조각과 식은 밥, 딸은 허약한 재료로 둥지를 틀고 있었다. 차디 찬 외풍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작은 공간에는 적어놓은 꿈들이 외롭게 어지럽혀져 있었다.
열아홉에 만난 내 어머니도 허약한 내 재료들을 주워담으며 눈길을 밟고 되돌아 갔을까
밤길을 걸어온 고독한 달이 새벽을 만나고 있었다. 새벽햇살이 비친 눈길가 아스라한 회양목 가지에 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지천의 물들이 강가로 스며들고 있었다. 아련한 능선들이 산 하나를 일으키고 있었다.외로운 것들이 모이고 모여 고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김경홍/ 1994년 시,소설 등단, 시집 인동꽃 반지. 사계의 바다, 그리운 것들은 길위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