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자·데스크

<생활수필 34>라면과 공감/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한다고요? 아닙니다. 결단코 아니올시다

김영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04월 28일
김영민(한국YMCA 전국연맹 협력사무처장)
ⓒ 경북문화신문

 

 

1914년 12월 24일 저녁 그러니까 1차 대전 중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에는 양측의 군인들이 5개월째 참호 속에서 50m 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서로의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 합니다.

살을 에는 겨울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고, 화장실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참호 속에서의 오물, 시체, 부상당한 동료의 썩어가는 살덩이 등 지옥을 상상할 수 있는 전쟁의 상황에서 땅거미가 깔릴 때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독일군 진지의 병사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수천 개의 촛불을 붙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위문품으로 보내온 조그마한 트리였겠지요. 그리고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영국의 진지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흘러나왔고 명령도 지시도 없었는데 같이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참호를 벗어나 무인지대로 나와 걸으면서 악수하고 서로 가족의 사진을 나누고 담배와 비스켓을 주고받으며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키득거리며 비웃었다고 합니다.

 

제러미 러프킨은 공감의 시대라는 이름의 8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루할 수 없도록, 손에 책을 내려놓기 힘들도록 공감의 ‘말’과 ‘공감함’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따라 보여주고는, 우리시대 또 다음세대의 시대적 화두를 공감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진도의 한 체육관을 다녀왔습니다.

1주일 째 먹는 것은 커녕, 잠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국물 한 숟갈이라도 넘겨야 산다’, ‘살아야 다시 만날 것 아니냐’라는 애원(?)에 ‘물 한 모금이 조차 목에서 넘어가질 않는데.....’하며 손사래 치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아프기까지 합니다. 간신히 받아든 물 컵을 입에 대자마자 바로 토하는 모습은 여기 가족 어느 누구하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기에서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모두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체육관의 모습, 그곳의 상황을 보시면서도 과연 라면이 입에 넘어 가시던가요?

죽음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살기위해 발악하는 듯 한 모습은 그들을 위로하러온, 문제를 수습하러온 사람이 아니라 그들을 더욱 아프게 하고 그들에게는 야차로 보일만큼 괴롭게 하는 모습이 아닌가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고,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거운 법이지요.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았다’느니 ‘야참을 시켜 먹었느니’ 라는 하찮은 일이 이리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적들을 마주한 프로방스에서 죽은 꼬마 병사 보다 못한 비 공감을 아쉬워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물조차 토하는 국민 앞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높으신 양반, 말귀를 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입과 대한민국의 장관의 대한국민에 대한 공감 없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국민을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의 대표를, 교육의 ABC도 모르는 교육의 수장을 꾸짖는 말이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아픔과는 거리가 먼 행위를 책하는 말이면서, 국가의 위기를 단지 문젯거리로만 알고 단순히 이를 처리하기 위해 마지못해 참여한 듯 보이는, 국록을 먹는 사람들의 오를 데로 오른 거만함이 보여주는 표정관리를 탓하는 것입니다.

 

어느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과 공감하면서 함께 울어주는 일이라구요.

잘못을 찾아 심하게 꾸짖는 일은 꼭 필요하지요. 그러나 그것보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사람에 다가가 무릎 꿇어 사죄하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을 말씀하셨습니다. 검찰이니 경찰이니 가릴 것 없이 칼을 휘두르고 계시는 모습이 연일 방송에서 시끄럽게 눈 앞를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자신은 잘못이 없으며 다만 관리를 맡은 공무원을 찾아 문책하고, 돈 벌이에 눈 먼 한 장사치의 치졸한 치부수단을 파악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살인자라고 대법원 위에서 먼저 판결하여 호령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국민이 속 시원해하실 것이라 판단하신 것인가요?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한다고요? 아닙니다. 결단코 아니올시다.

먼저 아픔을 이기지 못하는 그들에게 가셔서 사과의 눈물로 같이 하시면서, 모든 국민이 같이 우는 날을 정하여 공감하십시오. 아울러 청와대가 재난에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했다가 국회에 가서는 그렇다고 말하는 책임회피, 눈치 보기의 보좌관의 무지와 무식,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처참하게 내 버려진 수백의 꽃송이와 그들을 칠흑 같은 물속에 보내는 아픔에 오열하는 가족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교육의 수장에게, 말귀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입을 처벌하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일입니다.

 



김영민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4년 04월 28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김천 ‘부곡택지1호공원’ 전면 새단장..
개그맨 이선민, 구미시 홍보대사 위촉..
직접 키운 버섯, 가공식품으로 부가가치 창출...착한영광버섯마을 손광식 대표..
`정원`으로 사람과 도시, 농촌을 잇다...`가드닝브릿지교육원` 김경애 대표..
상주시 함창읍, ‘우리 아이들 옷과 운동화 지원’..
[서장우의 일상(4)]어디가 불편하세요?..
톡 쏘는 겨자처럼, 농촌과 도시를 잇다…‘겨자식생활’ 김재훈 대표..
구미 수점동 십수 년 묵은 주민 숙원 도로 전 구간 개통..
상주시 화령장전승기념관, 전국 무궁화 명소 4곳에 선정..
경북보건대 AI융합학부 스마트물류과, 9월부터 `물류관리사 전문자격증반` 운영..
최신댓글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선생님의 그림에서 여름의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랐던 것 배우게 되네요. 멋진 조상의 유산 배우고 갑니다.^^
라면 먹으러 축제에 가야겠군요. 타지 방문객 통계도 한 명 더 올리고. ^^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장미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낮은 곳에서 저마다 작은 결실 피워내는 식물들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냉이꽃처럼...
선산봉황시장의 2층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어설픈 공연자 2백만원씩 5명 보다는 유명한 1명이 공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죠. 그런데 스티븐 해링턴? 누가 아시나요? 그냥 행사 추진자가 좋아하는 사람 아닌가? 지역 예술가들을 우대하되 기준을 객관화해서 정치인이나 지방권력자 친분으로만 하지 말고요.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 집행이 아쉽군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너무 외국 유명인에게 기대는 것은 좀... ㅠ.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주시기 바랍니다.
5억원. 가본 사람이 5만명이면 인당 1만원. 그 만큼의 가치를 주나요? 구미 연간 예산 2조원. 구미시민 40만명. 시민 1명당 5백만원. 난 왜 구미시의 공공서비스를 연간 10만원도 못받는 느낌이지?
금오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곤 했나보군요. 산은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자' 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두면 좋겠군요. 저는 딱 한번 ^^.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됐는데... 돈 버는 곳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남산 케이블카' , '설악산 케이블카' 정도라고 하는군요. 나머지는 모두 극심한 적자라고... 좀 지난 기사기는 하지만... 혹 금오산에 케이블카 눈독들인 정치인 계시다면 조심하시는게... ^^
오피니언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평소 다니던 정형외과 의원에서 문자가 왔다.".. 
<작가노트> '새마을'이라는 이름은 오래전 ..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여론의 광장
방통대 중문과 한시 모임 ‘불역시호’, 구미서 여름 캠프 개최..  
LG두드림봉사단, 취약계층 1인 가구 위해 `보람찬 한 끼` 나눔..  
국립금오공대, 집단연구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